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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횡설수설/홍권희]경찰 때리는 주폭(酒暴)

입력 | 2011-05-10 03:00:00


지난주 서울 한 파출소에서 취객이 흉기를 들고 경찰 2명을 쫓아다니던 장면이 방송됐다. 공권력의 권위가 말이 아니다. 직무수행 중 민원인 등으로부터 폭행당하는 공무원이 한 해 평균 566명이고 그중 74%가 경찰이다. 경찰을 폭행한 공무집행방해 사범 2명 중 1명만 구속되고 실형 선고율은 2.6%에 불과하다는 통계가 있다. 법원은 일선 파출소의 업무를 마비시키는 술주정꾼에 대해 적극적인 사법처리를 해야 한다. 법정에서 소란을 피우고 판사에게 행패를 부려도 이렇게 관대한가.

▷김용판 충북지방경찰청장은 ‘주폭(酒暴)과의 전쟁’을 벌이고 있다. 주폭이란 술에 취해 행패를 부리는 조폭(組暴) 같은 존재라는 뜻이다. 그는 작년 9월 취임 직후 주폭 척결 캠페인을 벌이고 주폭 수사 전담반을 편성했다. 지구대나 식당 술집 등에서 술에 취해 폭력을 행사하는 사건이 발생하면 경찰이 가족과 이웃을 찾아가 다른 피해 사례는 없는지 조사를 벌였다. 한 마을에서는 노인과 부녀자 10여 명에게 행패를 부리고 식당 등에서 10여 차례 업무를 방해한 사람이 구속되자 주민들이 “앓던 이가 빠졌다”며 반겼다. 다른 범죄 예방에 쏟아야 할 경찰력을 붙잡아 놓는다는 점에서도 주폭의 해악이 가볍지 않다.

▷미국에서는 2년 전 연방 하원의원 5명이 시위 중 폴리스라인(경찰통제선)을 넘었다가 체포돼 수갑이 채워져 연행됐다. 신분과 지위를 막론하고 사회질서를 위해 엄정한 법 집행을 하는 나라가 선진국이다. 조현오 경찰청장은 어제 “경찰서 난동 취객이나 조직폭력배를 제압할 때 규정에 따라 과감하게 총기를 사용하라”고 지시했다. 총기 사용은 신중해야 하겠지만 주폭만큼은 엄히 다스릴 필요가 있다.

▷경찰이 주폭 제압 과정에서 인권 침해 등으로 말썽이 날까봐 적극적인 공권력 행사를 꺼리는 경향이 있다고 한다. 술에 관대한 우리 사회의 정서 탓도 있다. 누울 자리 보아가며 발 뻗는다는 속담이 있다. 주폭에 대한 처벌이 엄해지면 술꾼들이 파출소에서 함부로 발을 뻗지는 않을 것이다. 실제로 충북에서는 주폭 엄벌 이후 공무집행방해 사범이 45% 줄었다.

홍권희 논설위원 koniho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