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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북 카페]日 원전관련 서적 봇물

입력 | 2011-05-07 03:00:00

위험한 원전, 어떻게 봐야 하나
즉흥 대응 아닌 깊은 대안 찾기




3·11 동일본 대지진이 발생한 지 두 달이 다 돼가고 있지만 일본 사회는 좀처럼 지진과 지진해일(쓰나미)의 후유증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다. 이번 대지진으로 2만5000여 명이 숨지거나 행방불명되고 12만여 명의 이재민이 발생하는 등 그 피해는 전쟁보다 컸다. 특히 후쿠시마(福島) 제1원전 사고는 일본인의 마음속에 자연재해 공포를 깊숙이 각인시켰다.

답답할 만큼 더딘 원전사태 수습과는 대조적으로 일본 출판계는 원전 관련 서적을 긴급히 편집해 내놓는 기민함을 보였다. 기존의 책을 재편집한 책까지 합치면 수십 종의 원전 관련 서적이 독자들의 시선을 끌고 있다.

이들 책은 대부분 원전에 대한 조심스럽거나 회의적인 반응을 담고 있다. 하지만 위험하기 때문에 원전을 무조건 반대해야 한다는 ‘일방적 주장’과는 거리가 멀다. 차분하고 객관적인 분석과 토론, 판단 근거를 다양하게 제시하고 있다. 현상에 대한 즉자적인 대응보다 대안을 모색하는 ‘생각할 여유’를 제공한다는 점에서 일본 지성계의 깊이를 엿볼 수 있다.

2009년 1월 고단샤(講談社)가 펴낸 ‘원전과 지진’은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후 다시 화제가 됐다. 지방 일간지인 니가타일보 특별취재반이 펴낸 이 책은 2007년 니가타(新潟) 현 주에쓰(中越) 앞바다에서 발생한 규모 6.8의 강진으로 가시와자키(柏崎) 원전이 가동중지에 이르는 과정을 상세히 담았다. 총 7개의 원자로가 있는 세계 최대 규모의 원전단지인 가시와자키 원전은 지진으로 방사성 물질이 함유된 냉각수가 대량 누출됐다. 지진 발생 후 원전 사고, 사태 수습에 이르는 과정을 따라가다 보면 일본 원전 당국의 철저하지 못한 안전대책, 어정쩡한 사태수습, 예상하지 못한 자연재해에 책임을 전가하는 모습이 이후 일어난 후쿠시마 원전 사고와 놀라울 만큼 빼닮았다.

그러나 이 책은 한발 나아가 원전 추진 정책을 둘러싸고 일본의 정치, 관료, 기업이 구축한 견고한 유착구조에 주목한다. 또 원전을 운영하는 사업자(전력회사)와 안전감독 책임자인 정부, 안전성 기준을 제시하는 학계의 애매한 역할분담과 이로 인해 발생하는 모호한 책임 소재가 일본 원전 정책의 문제점이라고 지적한다. 원전이라는 공공사업을 통해 일본의 정치 사회 구조를 들여다본다는 점에서 ‘원전의 사회학’이라고 불릴 만하다.

과학평론가 사쿠라이 기요시(櫻井淳)의 ‘원전, 무엇이 위험한가’(아사히신문사)는 원전에 대한 전문적인 내용을 담은 책이지만 베스트셀러에 올랐다. 원전의 작동 메커니즘 등을 알기 쉽게 설명하면서 후쿠시마 원전 사고의 원인이 된 전력 상실의 위험성을 미국 스리마일, 옛 소련 체르노빌 원전의 사례와 함께 생생하게 전달하고 있다.

도쿄=김창원 특파원 changki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