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험한 원전, 어떻게 봐야 하나즉흥 대응 아닌 깊은 대안 찾기
답답할 만큼 더딘 원전사태 수습과는 대조적으로 일본 출판계는 원전 관련 서적을 긴급히 편집해 내놓는 기민함을 보였다. 기존의 책을 재편집한 책까지 합치면 수십 종의 원전 관련 서적이 독자들의 시선을 끌고 있다.
이들 책은 대부분 원전에 대한 조심스럽거나 회의적인 반응을 담고 있다. 하지만 위험하기 때문에 원전을 무조건 반대해야 한다는 ‘일방적 주장’과는 거리가 멀다. 차분하고 객관적인 분석과 토론, 판단 근거를 다양하게 제시하고 있다. 현상에 대한 즉자적인 대응보다 대안을 모색하는 ‘생각할 여유’를 제공한다는 점에서 일본 지성계의 깊이를 엿볼 수 있다.
그러나 이 책은 한발 나아가 원전 추진 정책을 둘러싸고 일본의 정치, 관료, 기업이 구축한 견고한 유착구조에 주목한다. 또 원전을 운영하는 사업자(전력회사)와 안전감독 책임자인 정부, 안전성 기준을 제시하는 학계의 애매한 역할분담과 이로 인해 발생하는 모호한 책임 소재가 일본 원전 정책의 문제점이라고 지적한다. 원전이라는 공공사업을 통해 일본의 정치 사회 구조를 들여다본다는 점에서 ‘원전의 사회학’이라고 불릴 만하다.
과학평론가 사쿠라이 기요시(櫻井淳)의 ‘원전, 무엇이 위험한가’(아사히신문사)는 원전에 대한 전문적인 내용을 담은 책이지만 베스트셀러에 올랐다. 원전의 작동 메커니즘 등을 알기 쉽게 설명하면서 후쿠시마 원전 사고의 원인이 된 전력 상실의 위험성을 미국 스리마일, 옛 소련 체르노빌 원전의 사례와 함께 생생하게 전달하고 있다.
도쿄=김창원 특파원 changki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