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집, 보육質부터 높여야”… “고액 유치원비 비용 공개 시급”
하지만 학부모 사이에서는 우려가 나오기도 한다. 유치원은 값비싼 교육비가 부담스럽고, 어린이집은 교육의 질이 일정하지 않다는 인식이 퍼져 있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유치원 교육비를 적정 수준으로 관리하고 어린이집의 교육 환경과 시설을 개선하는 게 시급하다는 지적이 적지 않다.
○ 유치원은 값비싼 교육기관
서울 서대문구에 사는 이모 씨(34)는 다섯 살짜리 아들을 유치원에서 어린이집으로 옮겼다. 지난해는 분기마다 250만 원을 유치원비로 냈다. 직장에 어린이집이 생겨 옮긴 뒤에는 매달 25만 원만 낸다.
유치원은 현행법상 학교다. 학원은 사교육 경감 정책의 일환으로 정부가 규제하지만 유치원은 그 대상이 아니다. 학교 지위를 누리면서 정부의 단속망은 빠져나가 ‘사교육 단속의 사각지대’라는 지적이 나온다.
서울 성북구 돈암동의 김모 씨(36)도 “아이 유치원비로 매달 100만 원이 넘는 돈을 낸다”며 “학원은 기본 단가 상한선이 있고 항목별 비용을 모두 공개하는데 유치원은 투명하지 않다”고 꼬집었다.
○ 어린이집은 보육 기능만 제공
유치원과 달리 어린이집은 보육비 상한선이 정해져 있다. 비용 부담이 적지만 교육의 질에 대해 불만이 많은 편이다. 학부모 남은영 씨(28)는 “38만 원이라는 가격 때문에 아이를 어린이집에 맡기지만 유치원으로 옮길 생각”이라며 “유치원에서는 영어에 수영까지 배우던데 어린이집은 아이를 보살펴주는 수준에 그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유아교육계는 어린이집이 교육을 담당하기에는 부족한 점이 있다고 평가한다. 정부가 교육비를 지원하면 자녀를 유치원으로 옮기려는 부모가 늘지 않을까 어린이집 원장들도 우려할 정도. 유치원에서는 정교사 자격증이 있는 교원들이 교육을 담당하지만, 어린이집에는 이런 자격이 없는 보육 교사가 적지 않다. 운영 재원과 시설 차이 역시 크다.
○ 보육과 교육 기능 통합 필요성
지금 상태로는 정부가 정한 만 5세 공통과정을 두 시설에 도입하더라도 동일한 교육 수준을 기대하기 힘든 탓이다.
현재 유치원은 약 8000곳, 어린이집은 3만8000곳이 있다. 현실적으로는 유치원과 어린이집의 역할이 비슷하지만 교육과학기술부와 보건복지부가 각각 관리한다.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대립해 통합 논의는 14년째 제자리걸음이다.
김명순 연세대 아동가족학과 교수는 “일본도 5년 전 어린이집과 유치원을 ‘인정어린이원’으로 통합했다”며 “공통 과정을 도입하면 점진적인 통합의 단초가 마련되고, 교육과 보육의 균형을 맞출 수 있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강혜승 기자 fineday@donga.com
우경임 기자 woohah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