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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이원익]무섭게 떠오르는 中 항공산업 기술개발로 우리 하늘 지켜야

입력 | 2011-04-23 03:00:00


이원익 프랑스 항공우주 MBA 과정, 전 한국항공우주산업 T-50 수출 담당

필자가 수학 중인 프랑스 남부 도시 툴루즈는 에어버스(Airbus) 본사가 위치한 유럽 항공우주산업의 메카다. 에어버스는 세계 1위 여객기 제조업체로 올해 초 니콜라 사르코지 프랑스 대통령이 이곳을 전격 방문했다. 에어버스사로 직행한 그는 ‘항공산업은 프랑스의 최후 보루’라는 주제의 연설을 했다. 그리고 180대(약 17조 원)로 대수 기준 사상 최대 여객기 계약 건인 인도의 에어버스 구매 수주를 함께 축하했다.

이에 앞서 지난해 11월 프랑스-중국 정상회담에서 사르코지 대통령은 후진타오 주석으로부터 대형(102대, 약 15조 원) 에어버스 구매계약을 이끌어냈다. 여기에는 항공기의 중국 내 최종 조립이라는 조건이 붙었다. 자국 항공산업 육성을 위한 중국 정부의 정책적 배려였다. “잠자는 사자(중국)를 건드리지 말라”는 나폴레옹의 유시를 기억하는 듯 프랑스는 최대 시장인 중국과의 항공산업 협력에 적극적이다. 하지만 절대 긴장의 끈을 놓지 않는다. 독과점적 지위를 누려온 이 시장에서 중국이 눈을 뜨고 있기 때문이다.

중국의 항공우주산업이 떠오르고 있다. 여객기 제조사인 중국 상용항공(COMAC)은 중형 항공기 C-919를 2016년까지 개발할 예정이다. C-919는 중국 정부가 핵심 경쟁력 강화를 위해 수립한 ‘중장기 과학기술 발전계획’의 제1 프로젝트다. 이미 개발을 마친 ARJ-21(Advanced Regional Jet for the 21st Century)은 수주량이 340대를 넘는다.

전문가들은 세계 민수 항공업계가 ‘ABC체제’로 재편될 것이라고 말한다. 즉 유럽의 Airbus, 미국의 Boeing(보잉), 그리고 중국의 COMAC가 그것이다. 최근 주변국들을 바짝 긴장케 했던 스텔스 전투기(J-20)는 2017년 실전 배치가 목표다. 이러한 종합 항공기술은 우주기술의 기반이 되어 중국은 러시아 미국에 이어 사상 세 번째로 유인우주선을 쏘아 올렸다. 중국이 항공우주산업에 집중 투자하는 이유는 이 산업이 경제와 기술력, 국력을 동시에 육성할 수 있는 지름길이기 때문이다.

이제 우리나라도 국산 T-50 고등훈련기, 헬리콥터, 인공위성을 띄우는 수준에 이르렀다. 그러나 우리의 특수한 안보 상황과 경제력을 고려하면 초라하기 짝이 없다. 방위산업체들의 연간 수출액은 10억 달러 정도로 국가 연간 수출액(3600억 달러)의 하루치에 불과하다. 항공 제조업체의 세계시장 점유율은 1% 정도다.

다행히 지난해 정부는 국가 산업역량을 바탕으로 2020년까지 항공산업 규모를 10배로 키워 세계 7위급의 주력산업으로 육성하겠다는 ‘항공산업 발전 기본계획’을 발표한 바 있다. 최근 국산 고등훈련기 T-50이 인도네시아 훈련기 도입 사업의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사실은 이러한 비전의 신호탄이 될 가능성이 높다. 스웨덴과 이스라엘 등 항공산업 강소국들의 성공 비결은 정부 지원과 더불어 국제적 지명도와 역량을 가진 민간 항공 방위산업체의 집중 육성이다. 필자가 하버드 케네디스쿨에서 항공방위산업 정책을 공부하면서 배웠던 결론이다.

“오늘의 중국은 어제와 다르며, 내일의 중국은 더욱 다를 것이다.” 툴루즈 상공을 가로지르는 세계 최대 여객기 A-380을 바라보며 학교 중국인 친구들이 하늘에 던진 말이다. 중국의 하늘이 팽창하고 있다. 조만간 중국의 스텔스 전투기가 우리의 하늘을, 첨단 군사위성이 우리의 우주로 넘어 들어올지 모른다. 우리도 ‘항공우주 강소국’이라는 국가적 비전을 설정하고 하늘과 우주로 국가역량을 확장해야 한다. 그것은 우리가 처한 지정학적 운명 속에서 경제와 안보를 동시에 잡을 수 있는 지름길이다. 확장된 국토와 인구, 주변국의 견제에 직면할 통일한국을 생각하면 더욱 그렇다. 우리도 할 수 있다. 아니, 해야 한다.

이원익 프랑스 항공우주 MBA 과정, 전 한국항공우주산업 T-50 수출 담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