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5일 정식 개장하기까지
미국 워싱턴에 있는 아메리칸대 캠퍼스에 이승만 전 대통령이 1943년 심은 한국산 벚나무. 이 나무가 제주산 왕벚나무라는 사실을 입증한 미국 농림부 산하 식물과학연구소 연구원 정은주 박사가 18일 이곳에 조성한 한국정원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워싱턴=신치영 특파원 higgledy@donga.com
18일 아메리칸대와 주미 한국대사관에 따르면 25일 코넬리우스 커윈 아메리칸대 총장과 한덕수 주미 대사, 구길본 한국 국립산림과학원장, 학생과 교직원 등이 참석한 가운데 국제관계대학(SIS) 건물 옆에 조성된 ‘한국정원’의 정식 개장 기념식이 열린다.
아메리칸대가 한국정원을 조성키로 한 것은 이승만 전 대통령이 1943년 4월 8일 이곳에 심은 제주산 왕벚나무 때문이다. 당시 미국에 망명 중이던 이 전 대통령은 한국에서 선교사 생활을 했던 폴 더글러스 당시 아메리칸대 총장과 함께 한국 독립을 원하는 지성인들의 의지를 담아 국제관계대학 건물 옆에 네 그루의 벚나무를 심었다. 이 중 한 그루는 수년 전 고사하고 현재 세 그루가 남아 있다.
이 소식은 2008년 미 농림부 산하 식물과학연구소의 연구원으로 근무하던 재미 한국인 식물학자이자 벚나무 전문가인 정은주 박사에게도 알려졌다. 이후 정 박사가 굿맨 학장을 지원하면서 프로젝트는 급물살을 탔다. 특히 정 박사 등의 노력으로 ‘이승만 벚나무’가 한국산임이 확인되면서 결정적인 추동력을 갖게 됐다.
정 박사는 “이 전 대통령이 심은 벚나무가 한국산이라는 말이 전해져왔다. 사실 확인을 위해 DNA 분석을 해보니 제주산 왕벚나무였다”며 “국립산림과학원 제주분원에 표본을 보내 확인한 결과 똑같은 결과가 나왔다”고 말했다.
굿맨 학장은 이 같은 과학적인 근거 덕분에 더욱 자신있게 한국정원 조성을 추진할 수 있게 됐다. 굿맨 학장과 정 박사는 ‘이승만 벚나무’의 원산지를 확인하기 위해 지난해 4월 직접 제주도를 방문했다. 이때 국립산림과학원 난대산림연구원은 아메리칸대에 있는 벚나무에서 채취한 싹을 접목해 키운 묘목 9그루와 한라산에 자생하는 벚나무를 꺾꽂이해 접목 방식으로 키운 3년생 벚나무 묘목 20그루를 굿맨 원장에게 기증했다.
제주도에서 돌하르방과 문인 정낭을 보고 매력을 느낀 굿맨 학장은 한국정원에 이들을 함께 설치하겠다고 마음먹었다. 작년 10월 굿맨 학장에게 한국정원 조성을 지원해 줄 것을 요청받은 한덕수 대사와 워싱턴 한국문화원은 제주자치도와 접촉해 돌하르방 두 쌍과 정낭 세 쌍을 공동으로 지원하기로 결정했다. 굿맨 학장은 미국인들은 웃는 인상을 좋아한다며 돌하르방을 웃는 인상으로 특별히 제작해 줄 것을 요청했다. 남진수 워싱턴 한국문화원장은 “제주자치도가 높이 1.5m짜리 돌하르방 한 쌍을, 워싱턴 한국문화원이 1m짜리 돌하르방 한 쌍을 지원했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25일 기념식에서는 커윈 총장과 한 대사, 구길본 국립산림과학원장 등이 한국을 상징하는 무궁화와 잣나무 등을 기념식수할 예정이다. 한 대사는 “한국에서 나무와 식물을 가져와 조성하는 미국 내 첫 한국 정원”이라며 “한국정원은 한국과 미국 간 돈독한 우정의 징표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벚나무는 전 세계적으로 200여 종이 있고 국내에는 20여 종이 자생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제주도가 원산지인 왕벚나무는 꽃이 우아하고 수형이 아름다워 공원수나 가로수로 인기가 높다. 세계적으로 유명한 워싱턴 포트맥 강변의 화려한 벚나무도 대부분 제주산 왕벚나무라는 게 정 박사의 설명이다. 포트맥 강변에는 현재 3800여 그루의 왕벚나무가 심어져 있으며 해마다 3월 28일부터 4월 12일까지 벚꽃축제가 열리고 있다. 아메리칸대는 1893년 설립된 사립대학으로 국제관계대학은 학부생과 대학원생 3000여 명이 다니는 미국에서 가장 규모가 큰 국제관계 전문대학이다.
워싱턴=신치영 특파원 higgled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