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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두, ‘무허가 저작물’ 280만건 삭제

입력 | 2011-04-01 03:00:00

작가 50여명 항의서명 계기… 도서관코너 1000여건만 남겨
직원이 심사하는 새 시스템… 비판 계속땐 폐쇄 검토도




중국 최대 포털 바이두닷컴의 도서관 코너인 원쿠에 여러 작가들의 작품이 표지 사진과 함께 게시되어 있다(왼쪽 사진). 누리꾼이 자유롭게 올린 서적이나 자료들이다. 오른쪽 사진은 베이징 하이뎬 구 소재 바이두사의 안내 데스크. 사진 출처 바이두닷컴

중국 최대 포털로 한국에서도 사용자가 많은 ‘바이두(百度)’가 홈페이지에 올라온 약 280만 건의 ‘무허가 저작물’을 지난달 30일 삭제했다. 이에 따라 지난달 중순 작가들의 반발로 시작된 저작권 침해 파문은 한 고비를 넘겼다. 하지만 바이두 저작권 분쟁은 ‘인터넷 시대 저작권 보호’라는 화두를 던지고 있어 앞으로도 주목을 끌 것으로 보인다.

이번 사건의 발단은 지난달 15일 한한(韓漢) 자핑아오(賈平凹) 등 중국의 저명한 작가 50여 명이 연대 서명해 중국문학저작권협회 홈페이지에 올린 글에서 “바이두의 도서관 코너인 원쿠(文庫)에 허가받지 않은 작품이 올라 있다”고 항의하며 “바이두가 절도 회사로 전락했다”고 비난하면서 시작됐다.

원쿠 코너에서는 누리꾼들이 자유롭게 글을 올리고 내려받을 수 있다. 미국무역대표부(USTR)도 중국 러시아 인도 등에서 해적판이나 위조품이 판매되는 시장이나 인터넷 사이트 33곳을 지목하면서 바이두를 포함시켰다.

작가들의 압력이 계속되자 바이두 창업자인 리옌훙(李彦宏) 이사장은 지난달 26일 작가들에게 사과하고 무허가 저작물 삭제와 예방 조치를 내놓겠다고 밝혔다. 궈이광(郭怡廣) 바이두 대변인은 “이제 바이두 도서관에는 저작권 문제가 없는 1000여 건만 남아 있다”며 “앞으로 작가들과 좀 더 생산적인 대화가 이뤄지고 협력의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주광(朱光) 바이두 부회장은 “이제부터 바이두 도서관 사용자가 1000자 이상 분량의 문서를 올릴 경우에는 직원이 내용을 심사해 저작권 침해가 없을 때만 허용할 것”이라고 밝혔다.

주 부회장은 이어 “5월 이후에는 ‘저작권 DNA 비교 시스템’을 동원해 저작권 침해가 있는지를 첨단 기법으로 가려내 게재 여부를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작가들은 바이두가 저작권 DNA를 만들기 위해서는 작품을 먼저 바이두에 제공해야 하는데 이는 마치 고양이에게 생선을 맡기는 격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바이두 측은 최악의 경우 원쿠를 폐쇄하는 방안도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4억2000만 명의 세계 최다 누리꾼을 보유한 중국에서는 새로 나온 책이나 창작된 음원에 대해 인터넷을 통해 무료로 내려받을 수 있다는 생각이 널리 퍼져 있다.

베이징=구자룡 특파원 bonho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