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도 풀고 팀워크 다지는 데 그만”연극배우들 인기스포츠 정착
연극 ‘늘근도둑이야기’ 출연 배우들이 편을 갈라 무대 에서 종이컵 차기의 변형인 ‘컵 족구’를 하고 있다. 컵 차기는 대학로 연극배우들의 인기 놀이다. 변영욱 기자 cut@donga.com
“(서)동갑이 형은 완전 구멍이구먼.”(박상우)
22일 서울 종로구 대학로의 아트원씨어터 3관. 연극 ‘늘근도둑이야기’ 공연을 한 시간 앞두고 무대는 극단 차이무 배우들의 ‘컵 차기’ 열기로 달아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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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들이 언제부터 컵을 찼는지는 불확실하다. 수사관 역의 이희준 씨는 “나이 지긋한 선배들도 위 선배들에게 컵 차기를 배웠다고 들었다”고 말했다.
기본은 여러 명이 둘러서서 컵을 떨어뜨리지 않고 돌아가며 차는 것. 컵이 둥그런 형태가 아니기 때문에 보기보단 쉽지 않다. 50개를 넘기면 잘 차는 편인데 차이무 배우들은 거뜬히 100개를 넘겼다.
역시 수사관 역을 맡은 민성욱 씨는 “100개를 넘기면 짜릿한 희열이 있다. 많이 차려면 나도 잘 차야 되지만 상대가 잘 받아줘야 한다. 연극에서 대사를 주고받는 것도 이와 비슷하다”고 말했다.
몇 개를 찼는지로 팀워크의 수준을 가늠하기도 한다. 세 번째 수사관 역의 서동갑 씨는 “어느 극단이 250개를 찼다더라 하면 오기가 생긴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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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극협회와 한국소극장협회는 컵 차기 대회 개최도 검토하고 있다. 소극장협회 정대경 이사장은 “대회를 열면 적어도 100개 팀은 참가할 것 같다. 대학로 극단들이 단합하는 기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성규 기자 kims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