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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자 이야기]樂正子入見曰 君이…

입력 | 2011-03-16 03:00:00


魯(노)나라 군주 平公이 관리에게 갈 곳을 알리지 않은 채 수레를 준비시키고는 맹자를 만나러 가려고 했을 때 嬖人(폐인) 臧倉(장창)은 맹자가 모친의 喪禮(상례)를 치른 것이 그보다 앞서 부친을 여의고 상례를 치를 때보다 훨씬 성대했다는 사실을 들어 맹자는 예의를 아는 어진 인물이 아니라 필부일 따름이므로 그를 만나지 말라고 말렸다. 그러자 맹자의 제자로서 노나라에서 벼슬 살던 樂正子(악정자)가 그 사실을 알고는 궁궐로 들어가 평공을 알현하고 사실을 따졌다. 악정자의 이름은 克(극)으로 성은 악정이고 子는 존칭이다. ‘맹자’ ‘告子(고자)·하’에 보면 제자인 악정자가 정치를 맡게 되었다는 말을 듣고 맹자가 기뻐서 잠을 이루지 못했다고 했으니 악정자는 맹자가 신뢰하는 제자였다.

入見(입현)의 見은 신하가 군주를 뵙는다는 뜻으로, 곧 謁見(알현)이란 말과 같다. 奚爲는 ‘어째서’란 말로 의문사 奚가 爲의 앞으로 도치되어 있다. 不見의 見은 接見(접견)을 뜻한다. 也는 흔히 평서문을 끝맺을 때나 특정 어휘나 어절을 주제화할 때 쓰지만 의문의 뜻을 나타낼 때도 사용한다. 여기서의 也는 의문문의 종결사이다. 或은 ‘어떤 사람’인데, 앞서 나온 嬖人 臧倉의 이름을 감추어 말한 것이다. ‘孟子之後喪이 踰前喪이라’는 맹자가 後喪(후상)인 모친상의 예식을 前喪(전상)인 부친상의 예식보다 훨씬 성대하게 치렀다는 뜻이다. 是以는 ‘그래서’이다.

부친을 위한 상례를 모친을 위한 상례보다 박하게 치른다는 것은 유학의 상식뿐만 아니라 인간의 常情(상정)에도 어긋나는 일이라고 할 수 있다. 그렇기에 노나라 평공은 장창의 말을 듣고는 맹자가 예의의 인물이 아닐지 모른다고 의심한 것이다. 다음 호에서 악정자는 맹자의 前喪後喪에 대해 명료하게 해설하게 된다.

심경호 고려대 한문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