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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자 이야기]曰 何哉잇고 君所爲輕身하여…

입력 | 2011-03-15 03:00:00


魯(노)나라의 군주 平公이 관리에게 갈 곳을 알리지 않은 채 수레를 준비시키고는 맹자를 만나러 가려고 했다. 이때 嬖人(폐인) 臧倉(장창)이 이상하게 여겨 혹시 맹자를 만나러 가는 것이 아닌가 추측하고는, 평공에게 대체 누구를 만나러 가시느냐고 물었다. 평공이 맹자를 만나러 간다고 대답하자, 장창은 위와 같이 말하여 그 面會(면회)를 훼방했다.

曰의 주어는 臧倉인데, 생략돼 있다. 何哉 이하는 ‘君所爲輕身하여 以先於匹夫者는 何哉잇고’라는 말의 도치라고 보면 된다. 단 ‘君所爲輕身하여 以先於匹夫者는’의 구절은 다시 ‘以爲賢乎’의 주어를 이룬다. 所爲의 爲는 ‘∼을 하다’, 輕身은 ‘체통을 버리고 자기 몸을 가볍게 하는 일’이다. 先은 군주의 편에서 먼저 예를 차린다는 뜻이다. 匹夫는 신분이 낮은 사람인데, 여기서는 맹자를 가리킨다. 以爲賢乎는 ‘필부인 맹자를 어질다고 여겨서입니까’라고 묻는 말로, 以爲는 ‘∼라고 여기다’는 뜻의 판단동사구이다. ‘禮義는 由賢者出이라’는 말은 어진 사람만이 예의를 실천할 수 있다는 뜻이다. 而는 역접접속사이다. ‘孟子之後喪이 踰前喪하다’는 맹자가 모친의 喪禮(상례)를 치른 것이 그보다 앞서 부친을 여의고 상례를 치를 때보다 훨씬 성대했다는 말이다. 뒷날 後喪(후상)은 모친상, 前喪(전상)은 부친상을 가리키게 되었다. 君無見焉은 ‘군주께서는 그를 만나지 마십시오’라는 뜻으로, 이때의 無는 금지사이다.

전국시대 유학자들은 喪葬(상장)을 매우 중시했으며, 부친의 상과 모친의 상을 모두 성대하게 거행했다. 그런데 맹자는 모친의 상을 부친의 상보다 훨씬 더 후하게 치렀다. 이 사실을 두고 장창은 맹자가 유학의 예법조차 어겼다고 비난한 것이다. 그러나 맹자는 예법을 어긴 것이 아니었다. 다음다음 호에서 악정자가 前喪과 後喪의 차이에 대해 설명하는 논리는 현대의 喪葬에서도 매우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심경호 고려대 한문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