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트렌드 생활정보 International edition 매체

[한국, UAE 아부다비 유전 진출]아부다비 유전 진출 의미

입력 | 2011-03-14 03:00:00

유전개발 77위 석유公, 오일 메이저리그 ‘꿈의 지역’ 뛰어든다




이명박 대통령(왼쪽)이 13일 아랍에미리트(UAE) 수도 아부다비에 있는 알무슈리프궁에서 칼리파 빈 자이드 알나하얀 UAE 대통령과 악수하고 있다. 양국 정상은 이날 최소 10억 배럴의 아부다비 유전사업에 한국이 참여하는 양해각서에 서명했다. 아부다비=김동주 기자 zoo@donga.com

정부는 13일 아랍에미리트(UAE) 측과 서명한 양해각서(MOU)와 주요조건계약서(HOT)가 한국이 참여하는 유전 개발 프로젝트 가운데 ‘사상 최대 규모’라는 점을 강조했다. 기존에 한국이 확보하고 있는 최대 유전의 지분이 1억 배럴 규모인 것과 비교하면, 최소 10억 배럴을 생산할 수 있는 유전 개발에 참여하는 것만으로도 큰 의미가 있다는 것이다. 또 미국, 영국 등의 석유 메이저 기업들만 참여해왔던 ‘꿈의 지역’에 진출한 것이라는 평가다.

○ 사상 최대 유전 개발… ‘꿈의 유전’ 문을 열다


이날 한국석유공사가 아부다비 국영석유회사(ADNOC)와 체결한 MOU와 HOT에 따르면 한국은 △앞으로 최소 10억 배럴 이상의 아부다비 대형 생산 유전 개발에 참여할 수 있는 권리를 확보했고 △3개 미개발 유전에 대한 독점 개발 권리를 보장받았다.

‘10억 배럴 이상의 유전 개발에 참여할 수 있는 권리’에 대해 곽승준 미래기획위원장은 아부다비 현지 브리핑을 통해 “최소 10억 배럴의 원유를 한국이 확보한 것으로 이해하면 된다”고 설명했다. 10억 배럴은 약 110조 원 규모로 지난해 국내 소비량(약 7억9500만 배럴)보다 많다.

한국은 10억 배럴 규모의 유전 개발 이외에 확보한 미개발 유전 3개 광구(원시부존량 5억7000만 배럴)에서도 원유 1억5000만 배럴에서 3억4000만 배럴을 생산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원시부존량은 유전에 본래부터 존재하는 원유의 총량으로 보통 원시부존량의 30%를 가채매장량으로 본다. 따라서 2억 배럴 수준의 매장량을 확보했다는 것이 정부의 관측이다.

UAE의 유전 매장량은 약 978억 배럴로 세계 6위지만 외국 기업의 진출이 쉽지 않다. 석유공사 관계자는 “중동 지역 주요 산유국은 최근 자국의 석유회사를 ‘석유메이저’로 키우기 위해 외국 기업의 진출을 막고 있다”며 “UAE와 이라크 정도가 외국이 진출할 수 있는 곳”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UAE의 아부다비에 진출한 나라도 미국과 영국, 프랑스, 일본 등 4개국에 불과하다. 그나마 1970년대 일본을 마지막으로 외국의 진출도 끊겼다.

이 때문에 유전 개발 순위 세계 77위(확보 매장량 및 일일 생산량 등 기준)인 석유공사가 이번 프로젝트에 참여한 것 자체가 극히 이례적이라는 평가다. 정부 관계자는 “이번 협상 과정에서 UAE 실무진은 ‘경험이 부족한 한국을 유전 개발에 참여시킬 필요가 있느냐’며 반대한 것으로 안다”며 “동반자 관계를 강조한 UAE 정치 지도자들의 설득이 실무진을 움직였다”고 말했다.

○ 에너지 안보도 큰 진전


이번 프로젝트는 ‘에너지 안보’ 분야에서도 큰 폭의 진전을 가져오게 됐다. 이번 사업이 성공적으로 진행되면 지난해 말 기준 10.8% 수준인 원유 및 가스 자주개발률을 4.1%포인트가량 올릴 수 있다. 자주개발률은 한국 기업이 투자해 확보한 원유, 가스 생산량을 한국 전체 원유, 가스 도입 물량으로 나눈 비율이다.

미개발 3개 광구에서 생산되는 원유 가운데 한국이 지분을 보유하는 물량은 유사시에 100% 한국에 도입할 수 있다. 이번 MOU에는 한국이 아부다비 원유 600만 배럴을 한국 비축시설에 무상 저장하고 유사시에 사용할 수 있다는 내용도 포함됐다. 한국은 약 7000억 원 상당의 전략비축유를 무료로 확보하고, 아부다비로서는 저장 비용을 절감하는 셈이다.

다만 이번 합의는 정식 계약이 아닌 석유공사와 아부다비 국영석유회사 간의 MOU 수준이다. 법적 구속력은 없는 셈이다. 이에 대해 정부는 “이중계약을 우려한 아부다비 정부의 입장이 반영된 것”이라고 밝혔다. 아부다비 내의 주요 유전이 2014년까지는 석유메이저들과의 계약에 묶여 있어, 법률적 효력이 있는 계약 형식으로 합의하게 되면 이중계약이 된다는 설명이다. 정부 관계자는 “이번 MOU가 칼리파 대통령, 무함마드 왕세자 등 아부다비 최고 지도자들 앞에서 공식 서명된 것이라는 점만으로 ‘보증’의 의미가 있다”고 덧붙였다.

석유공사는 MOU와 관련해 내년쯤 본계약을 체결한다는 계획이다. 2014년 기존 조광권이 만료되는 대형 광구들이 협상 대상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김정관 지식경제부 에너지자원실장은 “2014년 기존 조광권이 만료되는 10억 배럴 이상 대형 유전 6개 가운데 유전 개발 계약을 체결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매장량 규모 94억 배럴의 바브 유전, 50억 배럴의 부하사 유전 등이 대표적이다. 석유공사 관계자는 “이들 유전은 이미 생산이 진행되고 있어 탐사유전과 달리 ‘리스크 제로’의 유전”이라고 말했다. 3개 미개발 광구에서도 이르면 3년쯤 후부터는 생산이 가능하다는 것이 정부의 관측이다.

주성원 기자 swon@donga.com
아부다비=정용관 기자 yongari@donga.com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