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트렌드 생활정보 International edition 매체

[O2/뮤직]영화음악으로 읽는 한국영화① 조성우

입력 | 2011-03-05 09:32:26

한국 멜로 영화음악의 간판…<만추>의 조성우 음악감독

●영화음악 감독은 무엇하는 사람일까?
●<선물><정사><약속>…우리가 아는 대표적 한국영화음악





<들어가며>

영화에도 지문이 존재한다. 대부분 그 역할은 영화음악이 담당하곤 한다. 영화 <죠스>는 "빠람~빠람", <록키>는 "빠람빰~빠람빰", <터미네이터> "따라라~따라라~~" 이 대표적이다. <미션>, <스타워즈>등 우리가 명작이라고 알고 있는 대부분의 영화들은 익숙한 멜로디와 함께 장면이 우리 뇌리에 각인되는 것이다. 보통 그 음악들이 즉시에 떠오르는 영화들은 그야말로 불멸의 명화라고 볼 수 있을 것이다.

좋은 영화는 영화음악과 함께 기억된다. 을 떠올리때면 언제나 ‘엔리오 모리꼬네’의 메인 타이틀이 함께 기억나는 식이다.


혹은 음악을 듣는 즉시 "아! 이 것은 OOO 의 영화음악이다!"라고 생각나는 음악도 있다. 히사이시조의 음악(토토로, 원령공주 등)과 엔리오모리꼬네의 음악(시네마천국, 황야의무법자 등)이 대표적일 것이다. 이러한 음악들을 대중들은 좋은 영화음악이라고 한다. 그리고 그 영화에서 음악에 관한 모든 작업의 책임자를 음악 감독이라고 한다.

필자는 앞으로 이 칼럼을 통해 한국영화 가운데 테마음악이 쉽게 떠오르는 영화 몇 편을 되돌아보려고 한다. 한국영화음악들에서 영화의 주제가들이 대중들의 사랑을 받은 작품은 적지 않지만, 불행히도 테마음악이 외국영화처럼 회자되고 사랑받는 경우는 드물다.

그러나 상대적으로 적지만 그 와중에도 관객들에게 테마음악이 기억나고, 혹은 "그 장면은 영상과 음악이 너무 잘 어울렸던거 같아" 이런 식으로 회자되는 영화들이 존재한다. 그런 영화는 당연하게도 한국영화의 과거와 현재까지의 최고 음악 감독의 작품인 경우가 많다. 실제로 영화음악이 좋았던 영화는 대부분 흥행을 하였거나, 작품성을 인정받은 경우가 많았다.

이 칼럼에서는 근10년 동안의 한국영화에서 가장 주목받았던 음악과 음악 감독을 되돌아보려 한다.

■ 영화음악에도 기초 용어가 있다

거의 모든 영상작품에는 배경음악이 깔린다. 보통 BGM (Back ground music)이라고 한다. 그러나 드라마, 영화, 다큐멘터리, 예능에서 나오는 음악은 그 사용법이 비슷해 보이지만 차이는 존재한다.

한국의 TV드라마에서는 감정이 고조되는 장면, 예를 들면 키스신이라면 가요풍의 발라드음악의 하이라이트 부분이 반드시 등장한다.

영화에서는 조금 다르다. 한국영화의 하이라이트 장면에선 가수가 부른 노래가 나오기도 하지만, 주로 가사가 없는 연주음악이 나오는 경우가 많은데, 이러한 가사가 없는 영화음악을 보통 '오리지널 스코어(Original Score)'라 부른다.

글의 시작에 나열했던 음악들이 바로 각각의 영화 속에 나온 수많은 스코어음악 중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메인 테마' 라고 할 수 있겠다.

참고로 아카데미상은 주제가상(Original song)과 음악상(Original score)을 구분해서 시상하는데. (72회 주제가상 타잔, 음악상 레드바이올린, 80회 주제가상 원스, 음악상 어톤먼트) 뭐 이런 식 이다.

영화음악감독들은 이러한 스코어와 주제가를 작, 편곡하는 일에서부터 시작하여, 영화에서 쓰이는 모든 음악에 대한 책임(작곡, 선곡, 저작권 사용 등 )을 지는 사람이라고 정의할 수 있다.

■ 영화음악이란 영화의 정서를 전달하는 역할

물론 정확하게 알 수는 없지만 영화음악만으로도 대략 그 기분을 이해할 수 있었다. 그게 바로 영화가 주는 간접 경험의 힘이자 영화란 미디어의 본질 아니던가?

영화음악이란 구체적으로 영화의 정서를 전달하는 역할을 한다. 즉 감정의 기승전결과 밀접하게 연결됐다는 얘기다. 필자는 2001년경 극장에서 모 한국영화를 보면서, 요즘 소위 말하는 '폭풍감동'을 받으며 영화음악에 대한 열정을 다시 한번 확인하였던 기억이 난다.

영화음악이 건네는 폭풍감동의 예를 들자면 <시네마천국>의 키스장면 하이라이트, <록키>의 츄리닝 달리기 씬, <플래툰>의 팔 벌리고 죽는 씬 등이 떠오른다. 그런데 솔직히 말해 한국영화를 보면서 눈물 흐르며, 가슴이 저미는 폭풍 감동을 받은 기억은 그리 많지 않을 것이다.

그런 통념에 반기를 드는 영화가 있다. 2001년 개봉 당시 죽음을 눈앞에 둔 객석의 아내와 그 앞에서 코미디를 펼치는 3류 개그맨의 혼신을 다한 코미디 연기를 보면서, 관객들은 연신 눈물을 훔친 것이다.

영화가 주는 감동은 좋은 시나리오와 연출, 배우들의 열연, 그리고 마지막으로 음악이 나오면서 최고조에 이르게 된다

■ <선물> <봄날은 간다>…가장 최근작은 현빈의 <만추>까지

<선물>(감독 오기환)은 시한부 아내와 3류 개그맨 남편의 이야기를 다룬다. 전형적인 최루성 멜로영화로 비치지만, 주연배우들의 열연 속에서 신인감독 오기환은 가슴 저미는 멜로 영화를 깔끔하게 완성했다.

그리고 영화의 감동적인 장면들에서 항상 빠지지 않는 아름다운 음악이 존재한다. 미니멀 한 피아노 연주로 정연(이영애)의 마음을 노래하고, 때로는 몰아치는 오케스트라로 그녀와 용기(이정재)사이의 절박함을 표현했다. 조성우 음악 감독의 등장은 한국영화 음악인들에게 일종의 '선물'이었다.

2001년작 영화 이정재와 이영애의 연기호흡보다 오히려 영화감독 ‘조성우’의 등장으로 충격을 던진 영화였다.


<봄날은 간다>(감독 허진호)에서도 그의 단순한 선율은 상우(유지태)와 은수(이영애)의 관계뿐만 아니라 상우의 허탈함, 아버지(박인환)와의 관계까지, 영화의 주옥같은 장면들마다 변주되며 영화 전체를 감싸 안는다.

<꽃피는봄이오면>(감독 류장하)에서 재일(이재응)의 바닷가 트럼펫연주와 현우(최민식)와 어머니(윤여정)의 취중 전화 후에 나오는 음악은 필자 개인적으로 그의 멜로디 이력의 정점을 찍고 있다고 생각한다.

영화음악 감독 조성우. 한국 영화음악인들의 든든한 맏형이자 롤모델로 활동중이다.(연합뉴스)

음악 감독 조성우는 1995년 <런어웨이>(김성수 감독)으로 데뷔하였고 이후에 <8월의 크리스마스>(허진호), <정사>(이재용), <약속>(김유진), <인정사정볼것없다>(이명세) 등등 동시대 최고의 감독들과 영화음악을 만들어 왔다.

한국의 음악 감독들 중에서 음악 비전공자들은 매우 많다. 1963년생인 조성우는 철학을 전공하였다. 박사학위까지 수여하였고 최고의 음악 감독으로 활동하면서 대학에서는 철학을 강의하기도 하였다고 하니 정말 놀라운 일이다. 대학동기인 허진호 감독이 꼬드겨 영화음악을 시작 하였다는 것은 충무로에서는 유명한 일화다.

가장 놀라운 사실은 조성우 감독은 어린 시절 한쪽귀의 청력을 잃어버렸다는 것이다. 음악에서 기술적 완성도보다 더 중요한 것은 음악성이라는 점을 다시 한번 깨닫게 한다.

2005년 이후에는 여러 영화제작자로 변신하여 여러 작품들을 제작, 투자, 배급하기까지 이르렀다. 제천국제음악영화제 집행위원장으로 활동하는 등 전방위 영화인으로써 그 영역을 넓힌 것이다. 또한 영화음악인들의 처우개선에 관한 문제를 늘 주장하여서, '영화음악인의 맏형'이라는 칭호를 얻기도 했다.

배우들의 연기가 음악과 같이 앙상블을 이루며 만드는 감동이야말로 영화를 통해 얻을 수 있는 최고의 의미라고 생각한다. 그는 지난 10여 년 간 한국영화에서 그런 카타르시스를 관객들에게 전달한 몇 안 되는 음악 감독이자 작곡가이다.

<시네마천국>의 자전거음악, <크림슨타이드>의 잠수함음악, <러브어페어>의 피아노음악, 그리고 한국영화인<선물>에서 조성우의 음악이 필자를 음악인에서 영화인으로 바꾸어 놓았다.

그의 최신작 . 멜로영화 감독들은 언제나 조성우 음악감독을 먼저 떠올린다고 한다.


영화제작자 사업가로 변신을 한 후에는 조성우 음악 감독의 작품을 만나기가 어려웠는데, 최근에 <만추>(김태용 감독)가 개봉했다. 오래 간만에 그의 선율을 들을 수 있을 것 같다. 팬이자 영화음악을 하는 후배로서 꼭 놓치지 말아야겠다는 다짐을 해본다.

송준석 영화음악 감독 wami3080@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