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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황 “유대인, 예수 죽음에 집단책임 없어”

입력 | 2011-03-03 08:57:56


교황 베네딕토 16세가 자신의 새 저서에서 유대인들이 예수 그리스도의 죽음에 집단 책임이 있는 것은 아니라는 견해를 표명했다.

예수의 십자가 처형을 둘러싼 유대인 집단 책임론은 지난 수세기 동안 기독교 신자들의 유대인 박해 명분이 되는 등 기독교와 유대교간 관계를 악화시키는 한 요인이 돼왔다.

베네딕토 16세는 그러나 오는 10일 출간될 자신의 신작 '나사렛 예수' 제2권에서 예수의 죽음에 유대인들이 집단적으로 책임을 져야 한다는 것은 성경적으로나 신학적으로 근거가 없다고 결론지었다.

교황이 로마 총독 본디오 빌라도에 의한 예수의 사형 선고에 관한 여러 복음서의 내용을 직접 면밀히 조사해, 이처럼 유대인 집단 책임론을 부인하는 개인적 견해를 밝히기는 처음이다.

앞서 가톨릭 교회는 1965년 제2차 바티칸 공의회의 주요 문서를 통해 예수의 죽음에 대한 유대인 집단 책임론을 공식 부인한 바 있다.

2일(현지시각) 바티칸이 공개한 이 책의 발췌문에 따르면 교황은 신약성경의 요한복음에서 예수를 정죄한 사람들을 '유대인'이라고 지목한 것과 관련, "사도 요한이 유대인이라는 표현을 쓴 것은 현대 독자들이 가정할 수 있는 것처럼 일반적인 이스라엘 사람들을 가리키는 것이 아니고, 인종적 의미에서 쓴 것은 더더욱 아니다"며"예수의 죽음에 대한 진짜 책임은 '유대인 전체'가 아닌 당시 '성전 지도자들과 일단의 추종자들'에게 있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예수의 죽음은 처벌이 아닌 구원을 위한 것이었다며 "(예수의 피는) 복수나 처벌을 부르짖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화해를 가져온다"고 덧붙였다.

유대인 단체들은 교황의 이 같은 견해 표명을 '중대한 역사적 순간'이라고 환영하면서 유대교와 기독교간 대화를 촉진시키는 계기가 되기를 희망했다.

미국 유대인 위원회에서 종교간 문제를 관장하는 랍비 데이비드 로센은 일반적으로 신자들은 교회 문서를 읽기보다 성경과 주석서를 읽는 경향이 있기 때문에 교황의 책이야말로 제2차 바티칸 공의회 문서보다 더 크고 지속적인 표지가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홀로코스트(유대인 대학살) 생존자와 후손자들의 미국 모임'의 부총재인 엘란 스타인버그는 "수세기 동안 반유대주의에 대한 신학적 뒷받침을 해온 '유대인 책임론'을 교황이 정면으로 부인했다는 점에서, 주요한 진전"이라고 말했다.

독일 출신으로 2005년 교황에 선출된 베네딕토 16세는 나치에 희생된 유대인 기념관(예루살렘의 야드 바셈)을 방문하는 등 유대인과 관계 개선을 우선시해 왔다.

그는 그러나 2009년 초 '2차 세계대전 당시 나치의 가스실에서 숨진 유대인은 없다'는 발언으로 파문을 일으킨 전직 영국 주교를 복권시킨 데 이어 나치하 유대인보호에 소극적이었다는 평가를 받는 교황 비오 12세를 시복(諡福) 전단계인 가경자(可敬者)로 추대해 유대인들의 반발을 불러일으키기도 했다.

디지털뉴스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