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 지젤… 안무-의상-조명의 완벽한 조화
1일 공연된 국립발레단 ‘스프링 스페셜 갈라’ 2부에서는 ‘지젤’의 2막이 공연됐다. 프랑스 파리오페라발레단의 라에티시아 퓌졸과 마티아스 에만 씨가 지젤과 알브레히트 역을 맡 아 섬세한 연기를 펼쳤다. 국립발레단 제공
2월 24∼27일 서울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에서 국립발레단 ‘지젤’이 공연됐다. 파트리스 바르 프랑스 파리오페라발레단 부(副)예술감독 안무로 국내 초연된 작품으로, 오페라극장 4층까지 모두 매진되는 신기록을 세웠다. 1일 ‘스프링 스페셜 갈라’에서도 ‘파키타’ ‘라 실피드’ ‘스파르타쿠스’ 등의 명장면과 ‘지젤’ 2막이 무대에 올랐다.
갈라 첫 순서로 공연된 ‘파키타’는 경쾌한 여성 군무진의 춤과 이번 ‘지젤’에서 주역 데뷔한 이은원 씨의 기교가 돋보였다. ‘해적’에서는 발레단 수석무용수 김지영 씨와 이동훈 씨가 화려한 점프와 턴을 선보였다. ‘스파르타쿠스’에선 모던발레에 가까울 정도로 파격적 동작이 돋보이는 스파르타쿠스(이영훈)와 아내 프리지아(고혜주)의 2인무, 발레리노 스물아홉 명이 등장하는 힘찬 군무가 펼쳐졌다.
무대장치의 활용도 돋보였다. 지젤이 사는 시골마을이 배경인 1막에서는 무대 뒤편에 다리를 설치해 등장과 퇴장에 사용했다. 지젤이 알브레히트의 신분을 알고 미쳐가는 대목에서 이를 외면한 채 다리 위로 사라지는 귀족과 지젤의 비극이 극명히 대비됐다. 19세기 ‘지젤’이 초연됐던 당시 신분제 사회의 단편을 보여주는 장면이었다.
이탈리아 밀라노 공방에서 제작해 요즘 유행어 그대로 ‘이태리 장인이 한 땀 한 땀 정성들인’ 의상과 배경막은 작품의 완성도를 높이는 결정적 역할을 했다. 특히 새벽이 밝아와 윌리들이 무덤으로 돌아가는 장면은 의상과 배경막, 조명이 하나로 어우러져 마치 무대 뒤로 사라지는 듯한 착시현상을 불러일으켰다.
갈라 공연에서는 프랑스 파리오페라발레단의 에투알 무용수 마티아스 에만과 라에티시아 퓌졸 씨가 각각 알브레히트와 지젤을 맡았다. 27일 공연에도 무대에 섰던 이들은 깊이 있는 감정 표현과 음악에 녹아드는 춤을 선보였다. 에만 씨는 미르타의 주문에 숨이 다할 때까지 춤을 추는 장면에서 횟수를 헤아리기 어려울 정도의 앙트르샤를 선보여 뜨거운 갈채를 받았다.
이새샘 기자 iamsam@donga.com
:: 아라베스크(arabesque) ::
한 다리로 서서 다른 다리는 뒤로 올리고 충분히 뻗는 고정 자세.
:: 앙트르샤(entrechat) ::
무용수가 높이 뛰어올라 두 다리를 교차하는 스텝.
:: 에투알(etoile) ::
프랑스어로 ‘별’을 뜻하며 파리오페라발레단 수석무용수의 호칭으로 쓰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