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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26일 서울 예술의전당서 첫 내한공연 프란시스코 아라이자 씨

입력 | 2011-02-24 03:00:00

“카라얀이 말했죠 ‘당신은 나의 가수’라고”




《“1979년 베르디의 오페라 ‘팔스타프’의 펜톤 역으로 마에스트로 카라얀 앞에서 오디션을 봤을 때였어요. 그는 섬세한 소리를 매우 좋아했기 때문에 내가 소리의 강약을 조절하는 것을 보고 매우 반가워했죠. 노래가 끝나자 그가 무대로 올라와 나를 껴안으며 말했죠. ‘이제 당신은 카라얀 가수야.’”》

카라얀

지휘자 헤르베르트 폰 카라얀이 생전 아꼈던 멕시코 출신의 테너 프란시스코 아라이자 씨(61)는 자신의 인생을 바꾼 마에스트로와의 만남을 이렇게 회상했다. 아라이자 씨는 까다롭기로 정평 난 카라얀의 음악적 욕구를 충족시키며 1980년대 테너계 신성으로 등극했고 지금도 세계를 돌며 공연을 펼치고 있다.

“카라얀에 대해 얘기하자면 별도의 인터뷰를 해야 할 정도로 이야기가 많아요. 지금은 간단히 얘기하죠. 카라얀과 작업하는 것은 순수한 마술과 같아요. 우리의 감추어진 능력마저 끄집어내죠. 대단합니다. 사람들이 그에 대해 경험했다고 생각하는 것은 사실 일부에 불과합니다.”

26일 오후 8시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첫 내한 공연을 갖는 아라이자 씨는 동아일보와 한 e메일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그는 22일 방한해 인터뷰를 하기로 했지만 개인 사정으로 입국이 늦어져 그 대신 e메일을 통해 질문에 답해 왔다.

아라이자 씨는 국내 팬들에게 현재 활동하고 있는 테너 가운데 레제로 테너(가장 가볍고 기교 있는 소리를 내는 테너)의 대부(代父)로 알려져 있다. 타고난 고음과 현란한 기교로 듣는 이의 탄성을 자아내게 만드는 게 특기. 하지만 그의 생각은 달랐다.

“분명히 말하자면 전 레제로 테너가 아니에요. 제 목소리는 부드럽고 가벼운 레퍼토리에 적합한 리릭 테너(서정적이며 부드러운 목소리를 내는 테너)입니다. 무겁고 드라마틱한 곡도 소화할 수 있습니다.” 1974년 유럽 무대에 데뷔했을 때 평론가와 언론으로부터 ‘모차르트 리릭 테너’ 프리츠 분덜리히(1966년 36세의 나이에 요절한 당대 최고의 독일 출신 리릭 테너)의 정통 계승자’라는 평가를 받았다고 그는 말했다.

26일 첫 내한공연을 하는 테너 프란시스코 아라이자 씨. 그는 파바로티, 도밍고, 카레라스 등 ‘빅3’ 테너와 주요 활동 시기가 겹치면서도 높은 음역의 부드러운 음색과 화려한 기교로 로시니 오페라 등에서 독자적인 위치를 굳히며 사랑을 받아 왔다. 인프로덕션 제공

높은 음역에서 그가 선보이는 부드러운 음색은 커리어를 쌓는 데 유리하게 작용하기도 했다. 루치아노 파바로티, 플라시도 도밍고, 호세 카레라스 등 세계 3대 테너와 동시대에 활동해 왔지만 그들의 그림자에 가려지지 않고 자신만의 세계를 구축한 것. 특히 로시니의 오페라 ‘세비야의 이발사’ ‘신데렐라’ 등 높은 음역에서의 화려한 기교가 필요한 레퍼토리에서 그는 다른 테너들이 근접하기 힘든 위치를 구축했다. “제 커리어가 그들과는 전혀 다른 방향으로 전개됐기 때문에 3대 테너 때문에 실망하거나 서운한 마음을 가진 적은 없어요. 저 자신이 파바로티의 열렬한 팬이기도 했고 카레라스와는 매우 가까운 사이죠.”

모델 뺨치는 외모의 그는 ‘잘생긴 테너’로도 일찌감치 알려졌다. 로시니의 오페라나 공연 실황을 담은 DVD도 특히 여성 팬들에게 인기가 높다. “외모가 도움이 된 건 맞다고 생각하죠. 영화나 TV의 영향력이 상당한 시대잖아요. 다만 개인적으로 외모보다는 카리스마가 중요하다고 생각하며 커뮤니케이션과 연기력도 따라줘야 합니다.”

예순이 넘은 나이지만 그의 미성은 여전하다. 목 관리는 어떻게 할까. “제 학생들에게 ‘최대한 평범하게 살라’고 가르쳐요. 사람 많은 곳을 피하고, 날씨 변화에 잘 맞춰 옷 입고, 운동도 하고 올바른 발성으로 연습도 하라고요. 무엇보다 최소 하루 8시간 이상 숙면을 취하라고 하죠. 술 담배를 멀리하는 것은 기본이고요.”

그는 이번 공연에서 푸치니의 ‘투란도트’ 중 ‘잠들지 말라’, 비제의 ‘카르멘’ 중 ‘꽃노래’ 등을 선보인다. 푸치니의 ‘라보엠’ 중 ‘오! 사랑스러운 여인이여’는 그의 제자인 소프라노 정주희 씨와 함께한다.

“제 음악적 다양성을 보여주는 데 초점을 두고 레퍼토리를 짰습니다. 솔로곡은 모두 혼돈에 빠진 주인공들의 노래이고 듀엣 곡들만 행복한 느낌의 곡이죠”라고 그는 설명했다.

“1980년대 중반부터 한국에서 초청을 받아왔는데 이제야 인사를 드리게 되네요. 한국 팬들은 성악가들에게 ‘진지하면서 열정적인 관객’으로 이름 나 있어요. 벌써부터 흥분됩니다.” 02-6377-1250

황인찬 기자 hic@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