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라얀이 말했죠 ‘당신은 나의 가수’라고”
《“1979년 베르디의 오페라 ‘팔스타프’의 펜톤 역으로 마에스트로 카라얀 앞에서 오디션을 봤을 때였어요. 그는 섬세한 소리를 매우 좋아했기 때문에 내가 소리의 강약을 조절하는 것을 보고 매우 반가워했죠. 노래가 끝나자 그가 무대로 올라와 나를 껴안으며 말했죠. ‘이제 당신은 카라얀 가수야.’”》
카라얀
“카라얀에 대해 얘기하자면 별도의 인터뷰를 해야 할 정도로 이야기가 많아요. 지금은 간단히 얘기하죠. 카라얀과 작업하는 것은 순수한 마술과 같아요. 우리의 감추어진 능력마저 끄집어내죠. 대단합니다. 사람들이 그에 대해 경험했다고 생각하는 것은 사실 일부에 불과합니다.”
아라이자 씨는 국내 팬들에게 현재 활동하고 있는 테너 가운데 레제로 테너(가장 가볍고 기교 있는 소리를 내는 테너)의 대부(代父)로 알려져 있다. 타고난 고음과 현란한 기교로 듣는 이의 탄성을 자아내게 만드는 게 특기. 하지만 그의 생각은 달랐다.
“분명히 말하자면 전 레제로 테너가 아니에요. 제 목소리는 부드럽고 가벼운 레퍼토리에 적합한 리릭 테너(서정적이며 부드러운 목소리를 내는 테너)입니다. 무겁고 드라마틱한 곡도 소화할 수 있습니다.” 1974년 유럽 무대에 데뷔했을 때 평론가와 언론으로부터 ‘모차르트 리릭 테너’ 프리츠 분덜리히(1966년 36세의 나이에 요절한 당대 최고의 독일 출신 리릭 테너)의 정통 계승자’라는 평가를 받았다고 그는 말했다.
26일 첫 내한공연을 하는 테너 프란시스코 아라이자 씨. 그는 파바로티, 도밍고, 카레라스 등 ‘빅3’ 테너와 주요 활동 시기가 겹치면서도 높은 음역의 부드러운 음색과 화려한 기교로 로시니 오페라 등에서 독자적인 위치를 굳히며 사랑을 받아 왔다. 인프로덕션 제공
모델 뺨치는 외모의 그는 ‘잘생긴 테너’로도 일찌감치 알려졌다. 로시니의 오페라나 공연 실황을 담은 DVD도 특히 여성 팬들에게 인기가 높다. “외모가 도움이 된 건 맞다고 생각하죠. 영화나 TV의 영향력이 상당한 시대잖아요. 다만 개인적으로 외모보다는 카리스마가 중요하다고 생각하며 커뮤니케이션과 연기력도 따라줘야 합니다.”
그는 이번 공연에서 푸치니의 ‘투란도트’ 중 ‘잠들지 말라’, 비제의 ‘카르멘’ 중 ‘꽃노래’ 등을 선보인다. 푸치니의 ‘라보엠’ 중 ‘오! 사랑스러운 여인이여’는 그의 제자인 소프라노 정주희 씨와 함께한다.
“제 음악적 다양성을 보여주는 데 초점을 두고 레퍼토리를 짰습니다. 솔로곡은 모두 혼돈에 빠진 주인공들의 노래이고 듀엣 곡들만 행복한 느낌의 곡이죠”라고 그는 설명했다.
“1980년대 중반부터 한국에서 초청을 받아왔는데 이제야 인사를 드리게 되네요. 한국 팬들은 성악가들에게 ‘진지하면서 열정적인 관객’으로 이름 나 있어요. 벌써부터 흥분됩니다.” 02-6377-1250
황인찬 기자 hic@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