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국제 수학경시대회 수상자 충북과학고 1학년 유상우 군
‘제 33회 호주 국제 수학경시대회’에서 한국인으로선 유일하게 참가자 중 상위 0.1% 안에 든 충북과학고 1학년 유상우 군.
특히 유 군은 1학년임에도 고등학교 3학년 수준의 문제를 척척 풀어내 주목을 받았다. 초등 6학년부터 줄곧 영재교육원을 다녔지만 별다른 사교육을 받은 적이 없었다는 유 군. 그가 자기주도학습만으로 뛰어난 수학 실력을 갖추게 된 비결은 뭘까? 비결은 바로 ‘수학과 붙어살기’다.
■ 어린 시절, 머릿속엔 온통 숫자 생각만….
초등학교 시절엔 자주 공상에 잠겼다. 대부분 수학 생각이었다. 집에 있는 디지털시계의 액정 위로 깜빡이는 ‘4:31’이라는 숫자들을 보고는 이 숫자들을 활용해 여러 가지 수학 계산을 시도했다. ‘4’, ‘3’, ‘1’을 모두 곱하거나 최대공약수를 구해보는 식으로. 아날로그시계도 ‘수학적’으로 접근했다. 시침이 한 시간 동안 움직이는 각도를 고려해 매 시간마다 시침과 분침이 정확히 일치할 순간의 시각을 계산했다.
이처럼 틈날 때마다 수학에 관한 생각에 몰두하는 유 군의 습관은 남다른 결실로 이어지기도 했다. ‘피타고라스의 정리’를 증명하는 유 군의 독특한 이론이 미국수학회가 발행하는 한 학술지 2009년 10월호에 실린 것이다.
“부모님의 일로 1년간 미국에 가서 공부할 때였어요. 문제집을 풀다가 떠오른 새로운 발상으로 피타고라스 정리를 증명해보았어요. 그런데 인터넷을 검색해 봐도 제가 한 것과 비슷한 증명법은 나오질 않는 거예요. ‘혹시 이것이 새로운 방법인가’ 싶어 당시 수학선생님에게 보여드렸더니 ‘보기 드문 증명법’이라며 학술지에 소개해 주셨어요. 획기적인 증명법은 아니었지만 중2로선 큰 기쁨이었죠.”
■ 등하굣길에서도 문제풀이를 떠올리다!
14일 호주대사관에서 열린 메달 수여식에서 유상우 군(오른쪽)이 샘 게러비츠 주한 호주대사와 함께 포즈를 취하고 있다. 호주대사관 제공
곧바로 서점에 가서 올림피아드 수준의 문제집을 구입했다. 어떤 문제집은 한 주 만에 풀었지만 어떤 문제집은 풀이에 반년이 걸렸다. 혼자 공부하기는 쉽지 않았지만 일단 문제에 달려들었다. 풀리지 않을 땐 해설집에 나온 풀이법에 따라 풀어본 뒤 나중에 다시 한 번 풀었다. 틀리면 다시 풀었다. 또 틀리면 해설을 손으로 일일이 쓰면서 계속 읽었다. 그러다 보니 풀이법이 저절로 외워졌다. 등하굣길에는 풀이법을 되풀이해 떠올렸다.
“문제가 안 풀릴 땐 문제 해결에 필요한 수학적 개념을 떠올리지 못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에요. 풀이과정을 계속 외우고 머릿속에서 떠올리다 보면 어느 순간 개념과 적용법이 퍼뜩 이해가 돼요. 그 다음엔 비슷한 유형의 문제가 잘 풀리기 시작해요.”
유 군은 자만하지 않고 실력을 점검하기 위해 꾸준히 경시대회에 참여했다. 중2 땐 ‘제22회 한국수학올림피아드’에서 중등부 은상, 중3 땐 같은 대회 고등부 장려상을 수상한 데 이어 지난해엔 같은 대회에서 고등부 동상을, ‘포항공대수학경시대회’에서는 대상을 수상했다. 기대에 못 미치는 성적이 나올 때마다 수학공부에 더욱 박차를 가했다.
■ 수학 동아리에서 토론하며 창의성 키우다!
유 군은 충북과학고 수학동아리 ‘혜옴’의 회장을 맡고 있다. 그는 1학년 때부터 동아리에서 일주일에 한 번씩 친구들과 수학문제를 두고 토론해왔다. KAIST 등 주요 대학 수시 면접 기출문제를 두고 대여섯 명이 함께 풀이과정을 토론하는 것. 한 명씩 자신의 풀이법을 칠판에 적고 설명하면 다른 의견을 가진 학생이 반박하는 식이었다. 가끔씩 여는 세미나에서는 수학 전문가와 함께 심화된 문제를 연습할 기회도 가졌다.
장재원 기자 jjw@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