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의회가 한국-유럽연합(EU) 자유무역협정(FTA) 비준동의안을 찬성 465표, 반대 128표로 최종 승인함으로써 올 7월 1일 한-EU FTA를 잠정 발효하는 데 필요한 유럽 내부절차가 마무리됐다. 한국 국회가 비준동의안을 처리하면 세계 최대 경제권인 EU와의 무역 확대를 위한 획기적 전기(轉機)가 마련된다. 전국경제인연합회 대한상공회의소 중소기업중앙회 등 경제단체들은 “EU와의 FTA가 발효되면 유럽시장에서 한국 기업의 경쟁력이 높아지고, 성장잠재력이 높은 동유럽 시장에서 수출 입지도 커진다”며 국회가 비준동의안을 신속히 처리하라고 촉구했다. 안호영 통상교섭본부 조정관도 “7월 발효하자면 국내법 18개를 손봐야 하기 때문에 시간적 여유가 없다”고 말했다.
사정이 이런데도 비준동의안 처리의 주체인 정치권은 느긋하다. 정부는 넉 달 전인 지난해 10월 25일 한-EU FTA 비준동의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지난달 27일 고위 당정협의회는 2월 임시국회에 동의안을 상정하고 늦어도 4월 임시국회에서 비준절차를 끝낼 것을 요청했다. 그러나 박지원 민주당 원내대표는 “이번 임시국회에서는 한-EU FTA를 처리하는 것이 불가능하다”며 “비준 여부는 6월 국회에서나 판가름 날 것 같다”고 말했다.
한-EU FTA 비준이 늦어지면 여야 간 시각차가 더 큰 한미 FTA 처리와 맞물릴 개연성이 크다. 민주당 민주노동당 등 일부 야당의 행태가 달라지지 않는다면 비폭력 다수결 원칙에 따라 한미, 한-EU FTA 비준동의안이 순조롭게 처리되기 어렵다. 시간만 질질 끌다 물리적 저지와 강행 표결의 악순환이 반복될 우려가 높다. 여야 간 논란이 상대적으로 적은 한-EU FTA 비준동의안을 먼저 처리한 뒤 미국 의회의 움직임을 보면서 한미 FTA 비준동의안을 처리하는 게 바른 순서다.
야당은 표결에 참여해 자신들의 의사를 밝히고 그에 대한 정치적 책임을 지는 자세가 바람직하다. 국민소득과 일자리 창출에 직결되는 FTA 비준을 방해하는 것은 시대에 역행할뿐더러 국민과 국가의 이익을 차버리는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