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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이집트도, 북한도 민주화가 답이다

입력 | 2011-02-12 03:00:00


이집트에서 호스니 무바라크 대통령의 30년 독재가 저물고 있다. 그가 하야를 계속 거부해도 ‘식물 대통령’으로 전락할 처지다. 이집트는 독재 국가이긴 했지만 국민은 위성 TV, 휴대전화, 인터넷에 접근할 수 있었다. 이웃 튀니지의 ‘재스민 혁명’에 자극받은 이집트 국민은 휴대전화와 인터넷을 통해 시위를 효과적으로 조직했다. 북한 주민은 외국 미디어에 접근할 수 없다. 북한에서 대중이 사용하는 컴퓨터는 인터넷에 연결돼 있지 않다. 휴대전화는 당성이 확실한 사람들에게만 보급돼 있다.

이집트는 독재 치하임에도 무슬림형제단이라는 반정부 세력이 존재한다. 북한에선 우발적 봉기가 일어나도 저항을 끌어갈 세력이 없다. 반공세력은 광복과 6·25전쟁 전후로 거의 월남했다. 김일성 김정일은 잔인한 숙청으로 저항의 싹을 잘랐다.

그렇다고 북한에서 봉기의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할 수는 없다. 1990년 동유럽을 휩쓴 민주화 도미노는 휴대전화나 인터넷과는 관련 없다. 북한에는 장마당 소식이라는 게 있다. 김정일 정권은 2009년 1월 장마당을 폐쇄했다가 5개월 만에 다시 허용했다. 배급체계가 붕괴된 상황에서 장마당을 없앨 수는 없었다. 휴대전화도 보급률이 1%에 불과하지만 30만 대나 된다. 최근 이집트 반정부 시위 소식도 휴대전화를 통해 엘리트 집단에 퍼졌다고 한다. 국가안전보위부의 통제 속에서도 주민은 중국을 통해 반입된 한국 DVD나 비디오테이프를 시청한다.

이집트와 북한 정권은 모두 군부를 기반으로 하고 있다. 무바라크 대통령은 군 출신이지만 민심이 대통령을 떠나자 군은 중립으로 돌아서 시위 군중이 탱크에 올라도 저지하지 않았다. 김정일은 ‘선군정치’를 외치고 북한 군부는 체제를 지키는 강성 세력이지만 아들 김정은에게 권력을 넘겨주려는 시점에서 들려온 이집트 소식에 간담이 서늘했을 것이다. 북한 군부가 언제까지나 김정일 김정은 부자에게 충성하란 법은 없다.

북한은 자기개혁에 실패한 나라다. 소련에는 개혁 개방에 나선 고르바초프가 있었다. 중국에도 실용주의 개혁을 선도한 덩샤오핑(鄧小平)이 있었다. 북한은 개혁은커녕 군사모험주의로 나간다. 이런 체제는 오래 지속될 수도 없고 오래 가게 해서도 안 된다. 휴대전화 인터넷이 없으면 단파 라디오를 쏘고 전단을 날려서라도 자유세계의 소식을 퍼뜨려야 한다. 헤겔의 말을 빌리면 세계사는 자유 확산의 역사다. 이집트처럼 북한도 자유의 전진 앞에서 허망하게 무너지는 날이 올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