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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전기요금 포퓰리즘의 뒤탈

입력 | 2011-02-10 03:00:00


서울의 한 아파트 입주자들은 관리업체가 전기요금 계약방식을 잘못 선택하는 바람에 2년 동안 7억여 원의 전기요금을 더 냈다. 감사원 감사 결과로 이런 사실이 드러나지 않았더라면 입주자들은 까맣게 몰랐을 것이다. 같은 전기를 사용하면서도 어떤 용도와 방식으로 계약하느냐에 따라 요금에 큰 차이가 날 정도로 전기요금 체계는 복잡하다. 주택용은 사용량이 많을수록 요금이 늘어나는 누진제인 반면에 일반용은 기본요금은 높지만 누진제가 적용되지 않는다. 가족 가운데 1∼3급 장애인, 기초생활수급자, 독립유공자, 국가유공자, 5·18민주유공자가 있는 가정은 할인 혜택을 받아 20∼31.4% 덜 낸다.

이명박 대통령은 지난달 “주요 20개국(G20)에서 에너지 보조금을 줘서는 안 된다는 얘기가 나온다”면서 “우리나라는 요즘 유행어로 보면 ‘전기 무상화하자’고 할까 봐 겁난다”고 말했다. 한국에서는 무상 전기는 아니지만 전기요금을 깎아주는 방식으로 에너지 보조금이 다양하게 지급되고 있다. 지난해에만 저소득층과 사회적 배려계층에 대한 에너지 지원 규모가 약 2750억 원에 달했다. ‘전기요금 포퓰리즘(대중영합주의)’이라고 부를 만하다. 복지의 수단으로 전기요금을 할인해주면 시장을 왜곡시켜 에너지 낭비를 조장한다. 오히려 적정한 금액을 현금으로 직접 지원하는 편이 낫다.

우리나라 가정용 전기요금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에서 가장 낮다. 2002년부터 지난해까지 난방용 등유 가격은 98% 올랐으나 전기요금은 12%만 인상됐다. 전기요금이 원가보다 싸서 한국전력은 전기 1000원어치를 팔면 63원씩 적자를 본다. 한전은 2007년부터 3년 연속 적자를 기록했고 지난해에도 적자가 확실시된다. 왜곡된 요금 체계로 인해 소비자들이 전기를 마구 쓰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강추위가 계속됐던 올겨울에는 네 번이나 최대 전력수요 기록을 깨고 정전 사태 직전까지 몰렸다.

정부는 2001년부터 전기요금 체계 개편방안을 마련했으나 미봉에 그치는 사이에 우리의 전기 의존은 더 심화됐다. 국내총생산(GDP) 대비 전력소비량은 OECD 평균의 72%(1980년)에서 2007년에는 178%로 치솟았다. 발전소를 더 건설하는 게 능사가 아니다. 전기요금 체계를 과감하게 수술하지 않는 한 에너지 시장의 왜곡과 전기 낭비를 피할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