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권효 사회부 기자
18일 포스코 포항제철소 신(新)제강공장의 공사 중단 사태가 1년 반 만에 일단락된 것은 파레토 최적의 한 가지 사례라고 할 만하다. 건축 허가를 내 준 경북 포항시와 공사 주체인 포스코, 고도제한 법규를 적용해 공사 중단을 요청한 국방부가 마음을 닫고 각자 주장만 펼쳤다면 결코 나올 수 없는 결과다. 그동안 포항시와 포스코는 이미 1조3000억 원이 투입된 데다 2조 원 이상의 후속 투자가 예정된 대규모 프로젝트가 고도제한 규정을 어겨 ‘불법 건축물’로 전락하는 상황은 국가적으로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고 주장했다. 반면 국방부는 나라 경제의 기둥인 철강산업이 아무리 중요하다 해도 실정법을 위반한 것을 그냥 넘길 수는 없다고 반박했다.
이번 조정 과정에서 포항시의 희망은 포스코 구역(포항제철소 전역)이 비행금지구역으로 설정되도록 하는 것이었다. 박승호 포항시장은 “이해가 충돌하는 상황에서는 누구나 자기 입장을 은근히 강조하기 쉽지만 그렇게 하면 전체가 망가지기 쉽다”며 “양보와 타협의 정신으로 갈등을 푸는 것이 지혜로운 태도가 아니겠느냐”고 했다. 포스코도 “이번 일을 계기로 국가와 포항지역에 보답하겠다”고 약속했다.
‘파레토 최적’과 비슷하면서도 우리에게 친숙한 말이 ‘중용(中庸)’이다. 중용은 어정쩡한 중간 타협이 아니라 불안정한 긴장 속에서 최선의 상태를 이끌어 내는 ‘역동적 균형(Dynamic Balance)’을 말한다. 이번 사건이 우리 사회의 마찰을 줄이고 갈등을 해결하는 대표 모델이 됐으면 하는 바람이다.
―포항에서
이권효 사회부 boria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