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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개 꺾인 ‘로봇박사’… KAIST 입학생 1년만에 목숨 끊어

입력 | 2011-01-11 03:00:00

전문계高 출신… “이 악물고 했지만… 수업 따라가기 힘들어”




학교장 추천 입학사정관제 전형으로 KAIST에 합격했던 전문계 고교 출신 학생이 입학 1년 만에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10일 대전 둔산경찰서와 KAIST에 따르면 8일 오후 11시 32분 대전 유성구 KAIST 내 보일러실 앞에서 조모 씨(19)가 오토바이 위에 엎드린 채 숨져있는 것을 길을 지나던 대학원생이 발견해 경찰에 신고했다. 경찰 조사 결과 조 씨는 숨진 채 발견되기 전인 이날 오후 9시 반경 기숙사 친구 A 씨를 만나 “약을 먹었다. 죽을 것”이라고 말한 뒤 오토바이를 타고 가버렸다. 조 씨의 기숙사 방 안에서는 빈 수면제통 10개가 발견됐다.

경찰 관계자는 “조 씨가 최근 A 씨에게 영어로 받는 미적분 수업이 어렵고 최근 여자친구와 헤어져 괴롭다고 털어놨다”고 전했다. 조 씨는 지난해 미적분학 Ⅰ, Ⅱ에서 F학점을 받아 학사경고를 받았다.

조 씨는 부산지역 모 전문계고 출신으로 지난해 KAIST의 학교장 추천 입학사정관 전형을 통해 입학해 수차례 언론에 보도될 정도로 화제를 모았다. KAIST에 입학한 전문계고 출신 학생은 2007학년도 지승욱 씨에 이어 조 씨가 두 번째이다. 2011학년도에는 종합고를 포함해 전문계고 출신 7명이 입학했다.

조 씨는 2007년 국제 로봇 올림피아드 한국 대회에서 대상인 과학기술부 장관상을 받은 데 이어 2008년에는 국제 로봇 올림피아드 세계 대회에서 3등에 오르는 등 초등학교 2학년 때부터 로봇 경진대회에 60여 차례 참가해 ‘로봇박사’로 불렸다.
▼ 초등학생 때부터 로봇연구 열정 “영어로 미적분 수업 너무 힘겨워” ▼

인문계고교를 다니다 로봇을 전문적으로 연구하고 싶다는 생각에 로봇기능 전문계고로 전학까지 했을 정도로 이 분야에 열정이 많았다.

KAIST는 조 씨처럼 학교장 추천 입학사정관제 입학생들의 경우 과학고 출신에 비해 수학과 과학 실력이 뒤지는 점을 감안해 입학 전년도인 8월에 선발한 뒤 9∼12월 수학 물리 화학 3개 과목을 사전에 강의하는 ‘브리지 프로그램’과 영어 집중교육을 실시한다. 입학 전에는 입학사정관이, 입학 후에는 지도교수가 각각 상담역을 맡는다.

하지만 브리지 프로그램을 이수해도 평소 소홀히 해온 과목을 단기간에 따라잡기는 힘든 데다 항상 밀착 지도가 쉽지 않아 기대만큼 효과를 거두지 못한다는 지적이다. 이 때문에 기초 실력을 무시한 ‘이벤트성 선발’에 대한 문제점도 거론되고 있다. 조 씨의 아버지는 경찰에서 “그 정도로 힘들어하는 줄은 몰랐다. (KAIST에 입학한 것이) 너무 무리했던 것 같다”고 말했다. 학교 관계자는 “조 씨 부모는 아들이 학업에 어려움을 호소하자 자퇴나 휴학을 권했지만 조 씨는 로봇 연구에 대한 열정이 큰 데다 자신이 적응에 실패하면 전문계고교생들의 KAIST 입학이 어려워질 것이라는 부담을 가졌던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학교장 추천 전형으로 입학한 학생들의 지난해 1학기 성적을 분석한 결과 평균 학점이 3.01점(만점 4.3)으로 예상 학점(3.0 이하) 보다 높은 것으로 분석돼 내부적으로 성공적인 전형으로 평가했던 KAIST는 이번 사건으로 난감한 표정이다.

KAIST 관계자는 “조 씨가 막다른 선택을 한 데 대해 안타까움을 느낀다”며 “조 씨가 평소 학교생활에서 어떤 어려움을 겪었고,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상담할 수 있는 분위기였는지 등을 면밀히 확인해 보겠다”고 말했다.

대전=지명훈 기자 mhj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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