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방학 잔소리 없는 집’ 만들려면 ‘그만하고싶다’ 생각들기전 마칠 정도 학습분량 주도록
자녀를 자기주도적인 초등생으로 만들고 싶다면 “넌 왜 스스로 하는 게 하나도 없니?”라고 말하기 전에 아이가 스스로 할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해주는 것이 중요하다. 동아일보 자료 사진
행동편 “방학 동안엔 네가 엄마를 깨워줄래?”
자녀가 심각할 정도로 부모에 의존적이라면 자신의 행동부터 돌아보자. 초등 저학년의 행동습관은 주로 유아기에 형성된다. 이때 옷 갈아입기, 신발정리, 샤워하기처럼 자녀가 스스로 할 수 있는 것도 부모가 나서서 도왔기 때문에 의존적 성향이 높아졌을 수 있다.
자녀에게 책임을 지워주는 것은 좋은 방법이다. 의존적인 자녀를 둔 부모는 늘 자녀에게 잔소리를 하면서도 자녀에 관한 모든 일을 자신이 주도하려는 경향이 높다. 단 한 가지라도 아이가 스스로 책임질 기회를 주는 것이 중요하다.
인성교육 전문업체 인성스쿨 지영수 이사는 “부모가 불안하거나 답답해 하는 바람에 자기주도적으로 충분히 행동할 수 있는 자녀를 오히려 의존적으로 만든다”면서 “겁내지 말고 사소한 것이라도 아이가 맡기고 스스로 할 기회를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자녀에게 책임을 주는 이런 방법도 있다. 방학 동안 주 1회 ‘가족 독서시간’을 정한다. 이때 아이가 아버지, 어머니, 동생이 읽는 책, 차와 간식을 준비하게 한다. 다른 사람을 챙기다 보면 책임감도 생기고 자연스럽게 자기 일을 스스로 하게 된다.
학습편 ‘8할의 식사법칙’을 기억하라!
주부 정진옥 씨(36)는 아들에게 “∼좀 해라”라는 잔소리를 좀처럼 하지 않는다. 그럼에도 아들 지태우 군(10·서울 중화초 4학년)은 저학년 때부터 제 할일을 똑 소리 나게 해왔다. 3학년 때는 학교에서 ‘모범상’을, 4학년 때는 ‘인성상’을 받았다. 밝은 성격에 책임감도 강해 2학년과 4학년 때는 학급회장으로 선출됐다. 성적은 상위권. 교내 수학경시대회와 영어듣기평가에서 상을 받았다. 집에 돌아오면 학교·학원 숙제와 학습지를 꼭 먼저 한 뒤 논다. 지 군이 자기주도적인 아이로 성장한 비결은 무엇일까?
자기주도 학습을 시킬 때 기억해야 할 것이 바로 ‘8할의 식사법칙’이다. 배부르다고 느끼기 전, 욕심을 부려 한 번 더 먹기 전에 숟가락을 내려놓는 것이 건강에 좋다. 공부도 마찬가지. 아이가 ‘그만 하고 싶다’는 생각을 하기 전 마칠 만큼의 학습시간과 분량을 주는 것이 ‘8할의 학습법칙’이다. 이번 방학엔 자녀가 계획을 스스로 세우게 하자. △한자카드 5개 암기 △영어단어장 5개 만들기 △동화책 읽기 △영어 CD 15분 듣기처럼 짧은 시간 쉽게 할 수 있는 과제를 자녀에게 제안하고 스스로 충분히 할 만큼만 지키도록 계획한다.
보상편 “엄마, 아빠도 변할게!”
자녀를 확실하게 변화시키려 한다면 부모도 함께 변해야 한다. 부모가 변하지 않으면서 자녀만 고치라고 하면 아이는 납득하지 못한다. 정 씨 가족은 지 군이 초등 1학년 때부터 가족회의를 통해 스스로 행동을 수정하도록 지도했다.
방법은 이렇다. 회의시간에 가족구성원의 생활습관 중 가장 고쳐야 하는 사항을 서로에게 말한다. 예를 들어 △아빠=담배 적게 피우기 △엄마=일주일에 3번 운동하기 △큰아이=바른 글씨로 일기 쓰기 △작은 아이=공부방 정리정돈하기로 정한다고 하자. 그 뒤 각자 자신에게 해당하는 수정사항을 포스트잇 다섯 장에 반복해 적는다. 엄마는 자신에게 해당하는 포스트잇 다섯 장을 주방에, 아빠도 자신의 포스트잇 다섯 장을 베란다에, 큰아이와 작은 아이도 각각 다섯 장씩을 공부방에 붙인다. 다음 번 가족회의에서 가족 모두가 “이번 주는 아빠가 정말로 담배를 적게 피웠다”고 동의하면 베란다에 붙은 아빠의 포스트잇 중 한 장을 떼어낸다. 이런 식으로 회의 때마다 가족 모두가 동의할 만큼 행동을 수정한 가족구성원의 포스트잇을 한 장씩 떼어낸다. 이렇게 해서 가족의 모든 포스트잇(총 20장)이 다 떼어지는 날에 가족외식, 스키장 가기, 영화 관람 같은 보상을 반드시 한다.
봉아름 기자 eri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