佛대출금 서류 내일 시한… 현대그룹 미제출땐 소송전 불가피
○ “사태 장기화는 불가피해졌다”
현대그룹이 채권단 요구대로 14일까지 대출계약서나 세부계약 조건을 담은 문서 ‘텀 시트(term sheet)’를 제출하면 매각 절차는 일단 그대로 진행될 가능성이 높다. 채권단으로서는 주식매매계약(본계약) 단계까지 절차는 그대로 진행한 뒤 본계약 단계에서 현대건설을 현대그룹에 넘길지를 결정하는 게 소송이나 비난 여론에 대한 부담이 덜하기 때문이다. 본계약에서는 외환은행, 정책금융공사, 우리은행 등 채권단운영위원회 3곳 중 한 곳만 반대해도 현대그룹이 현대건설을 인수할 수 없게 된다.
현대차그룹은 외환은행 실무담당자 3명을 ‘입찰방해 및 업무상 배임혐의’로 검찰에 고발하겠다며 채권단을 압박하고 있다. 이에 대해 채권단은 “고발장을 내면 ‘매각 주체에게 어떤 소송도 내지 않겠다’고 한 입찰확약서를 위반한 걸로 보고 현대차그룹의 예비협상대상자 지위 박탈을 검토하겠다”고 맞섰다. 따라서 현대그룹이 증빙자료를 제출하지 않고, 현대차그룹이 예비협상대상자 자격을 잃는다면 현대건설 매각은 원점으로 돌아가게 된다.
○ “채권단, 애매한 태도로 불신 자초해”
이처럼 현대건설 인수전이 파행으로 치달은 데 대해 ‘엄정한 심판이 돼야 할 채권단이 오히려 내부 갈등을 드러내는 등 제 역할을 못 했기 때문’이라는 지적도 일각에선 나온다.
현대차그룹이 채권단에 대한 소송까지 불사하겠다고 나선 것에는 “채권단이 고비마다 애매한 태도를 보인 데 대한 불만이 폭발했다”는 해석이 많다. 특히 현대차그룹은 외환은행이 MOU를 기습적으로 단독 처리하고 MOU 문구에도 ‘합리적인 범위’ 등 모호한 문구를 넣어 현대그룹이 대출계약서 제출을 거부할 수 있는 근거를 만들어 준 데 대해 불만을 표시하고 있다. 또 △현대그룹에 자금 출처에 대한 소명기간을 계속 연장해주고 △우선협상대상자 심사에 20시간만 걸린 것 등에 대해서도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이처럼 채권단이 우왕좌왕한 것은 채권단의 현 구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현대건설의 주채권은행인 외환은행은 민영은행으로서 MOU 체결을 미뤘을 때 제기될 소송이 부담스러운 반면, 공기업인 정책금융공사와 정부가 대주주인 우리은행은 현대건설 매각의 ‘절차적 측면’보다는 그 ‘결과’에 신경을 쓰고 있다는 것이다. 채권단 관계자는 “채권단이 우왕좌왕한 측면이 있는 건 사실”이라면서도 “현대그룹과 현대차그룹 등이 여론과 소송을 무기로 채권단을 지나치게 흔들고 있다”며 불만을 표시했다.
장강명 기자 tesomiom@donga.com
장윤정 기자 yunjung@donga.com
유덕영 기자 fired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