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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카페]대기업 밖에서도 ‘괜찮은 일자리’ 만들려면…

입력 | 2010-11-29 03:00:00


동아일보 산업부는 경제전문가 10명과 함께 공정거래위원회 자료를 분석해 최근 5년간 국내 26대 그룹의 직원 수 변화를 분석하는 기획시리즈를 25∼27일자에 연재했습니다. 분석을 하며 가장 눈길을 끌었던 것은 미국발 세계 경제위기 한파가 몰아치던 2008∼2009년에도 국내 그룹의 직원이 예년과 비슷한 정도로 늘어났다는 점이었습니다. 씨티그룹 타임워너 스타벅스 등 해외 대기업이 지난해 각각 3만∼5만 명 감원한 것과 비교해보면 일단은 칭찬받을 만한 일입니다.

그러나 이에 대해서는 “한국기업도 노력했지만 기본적으로 한국에서는 해고 자체가 어렵지 않느냐”는 의견도 있었습니다. 사실 26대 그룹의 직원 총합은 5년 동안 경기나 실적, 경제성장률과 무관하게 매년 전년 대비 3∼5%만 늘어났고 경기가 좋았던 2004∼2007년에도 크게 늘지 않았습니다. ‘한국에서 대기업 일자리는 쉽게 늘지도, 쉽게 줄지도 않고 매년 일정한 정도로만 늘어난다’고 보는 게 이 같은 현상에 가장 들어맞는 설명인 것 같습니다.

사람을 더 뽑을 여력이 있는데도 대기업이 고용을 자제하는 것인가? 이에 대해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장기적인 잠재경제성장률이 4% 안팎으로 추정되는 상황에서 대기업이 현재의 경제수준을 적절히 반영해 고용을 늘렸다고 본다”고 말했습니다. 바꿔 말하면 잠재성장률을 높이는 근원적인 방법 외에 한두 가지 처방으로는 대기업 일자리를 크게 늘릴 수 없다는 얘기입니다. 실제로 이번 분석에서 정권이 바뀌고 새 정부가 ‘비즈니스 프렌들리’ 정책을 펴는 동안 대기업 일자리가 의미 있게 늘어났다는 증거는 찾지 못했습니다.

이 추세대로라면 앞으로도 한동안 대기업 일자리는 매년 4만 개 안팎으로만 늘어날 것이며 취업전선에 나선 청년 대부분은 공공 부문이나 중소기업에서 일자리를 찾아야 합니다. 이 현상을 단번에 바꿀 정책수단도 별로 없는 듯합니다.

한국에서 취업준비생이 대기업 취직에 그토록 매달리는 이유는 ‘괜찮은 일자리(decent job)’가 거의 대부분 대기업 일자리라는 현실 때문입니다. 그러나 대기업 일자리 공급에는 한계가 있습니다. 공공 부문과 중소기업에서 ‘대기업은 아니지만 괜찮은 일자리’를 만들어내는 데 정책자원을 집중해야 할 거라는 생각을 새삼 했습니다. 그런 정책들이 어느 정도 성과를 거둘 때 자연스럽게 중소기업 취업에 대한 의식변화도 이뤄지지 않을까요.

장강명 산업부 기자 tesomio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