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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서 생존하려면 스마트와 通하라

입력 | 2010-11-29 03:00:00


아이폰에 저장된 음악과 사진, 동영상 파일을 재생할 수 있는 소니의 오디오 시스템 ‘슬릭’. 스마트폰으로 음악을 듣는 소비자들이 늘면서 전자업체들이 스마트폰을 오디오에 직접 결합할 수 있는 신상품을 속속 내놓고 있다. 사진 제공 소니코리아

여의도 자산운용사에 다니는 박정양 씨(32)는 퇴근하고 나서도 아이폰에서 눈길을 떼지 못한다. 시차상 한국 증시가 폐장한 뒤 열리는 유럽과 미국 증시를 의식해 블룸버그나 CNN 뉴스 애플리케이션(앱)을 틈날 때마다 실행시켜서다. 퇴근길 지하철에선 ‘카카오톡’이라는 메신저 앱으로 아내와 대화를 나눈다. 카카오톡에서 아내가 부탁한 물건을 사서 귀가하면 저녁 밥상에서 ‘다이어트’ 앱을 터치해 본다. 각종 반찬의 열량을 수치로 계산해보면 아무래도 반찬에 젓가락이 덜 가기 때문이다. 식사를 마치고 나선 ‘요가 동작’ 앱을 보면서 아내와 함께 가볍게 몸을 풀어준다. 박 씨는 “일상 업무부터 여가생활까지 스마트폰은 이제 생활의 필수품이 됐다”고 말한다.

28일 KT에 따르면 국내 아이폰 사용자의 1인당 월평균 데이터 사용량은 507MB로 일반 피처폰 사용자의 40배에 달한다. 또 페이스북 등 주요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방문자 수는 지난해의 4.5배에 이르는 등 스마트폰은 박 씨와 같은 일반인들의 라이프스타일을 바꾸고 있다. 이에 정보기술(IT) 업계는 스마트폰 위주로 재편되고 있는 소비자들의 취향을 반영해 자사(自社) 신상품을 스마트폰과 연계하기 위해 애쓰고 있다.

모바일 기기와 대척점에 있던 내비게이션 업체들이 과거와 달리 스마트폰 혹은 태블릿PC용 소프트웨어 개발에 적극 나서고 있는 것은 스마트 기기의 거대한 흐름을 따를 수밖에 없는 현실을 보여주는 사례다.

최근 SK텔레콤과 KT가 스마트폰용 내비게이션 앱을 강화하는 가운데 내비게이션 업계 1위인 팅크웨어가 삼성전자와 손잡고 갤럭시탭에 ‘아이나비 3D 내비게이션’을 기본 앱으로 공급했다. SK텔레콤의 T맵이 자사의 특허권을 침해했다면서 한때 소송까지 검토했던 팅크웨어가 ‘제 살 파먹기’가 될 수 있는 태블릿PC에 전격 진출한 것. 업계에선 팅크웨어가 스마트폰과 태블릿PC의 보급이 급속히 확대되는 상황에서 기존 단말기 시장이 어려워질 것을 내다보고 일찌감치 경쟁업체보다 앞서 시장을 개척하려는 포석으로 보고 있다. 단말기 판매보다 향후 소프트웨어 업그레이드로 수익을 확보하려는 전략인 것이다.

다른 전자업계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HP는 최근 스마트폰에서 사진이나 문서를 바로 출력할 수 있는 e복합기를 출시했다. 소비자들이 이동 중에도 스마트폰으로 원하는 콘텐츠를 PC를 거치지 않고 지정한 프린터로 바로 출력할 수 있다. HP 이미징프린팅그룹 김상현 전무는 “스마트폰 보급으로 프린트 패러다임도 급격히 진화하고 있다”며 “HP의 e프린트는 이런 모바일 추세에 적극 대응한 제품”이라고 소개했다.

스마트폰으로 음악을 듣는 사람들이 늘면서 오디오 신상품도 이런 추세를 반영하고 있다. 소니는 오디오 시스템 ‘슬릭’을 내놓으면서 아이폰용 독(아이폰 하단과 연결이 가능한 커넥터)을 설치했다. 이를 통해 아이폰에 저장된 음악뿐만 아니라 이미지 및 동영상 파일까지 재생할 수 있도록 했다.

TV나 세탁기 등 가전제품도 변하고 있다. 삼성은 갤럭시S로 자사의 3차원(3D) TV와 스마트 TV 제품군의 전원과 채널, 볼륨 등을 조정할 수 있는 리모컨 앱을 개발해 제공하고 있다. 블루레이 디스크나 TV, 오디오 등 다양한 전자기기의 리모컨을 각각 사용하는 것보다 스마트폰 하나로 조작할 수 있도록 한 조치다. 이와 함께 삼성전자와 LG전자는 지능형 전력망(스마트그리드)과 연결된 냉장고나 세탁기 등 각종 가전제품을 스마트폰으로 조정할 수 있는 시스템도 개발하고 있다.

김상운 기자 suki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