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웅→美·日, 맘마미아→中 등 내년부터 해외 노크전문가들 “질적 향상-현지화 노력 병행돼야 성공”
《대형 뮤지컬 제작사들이 앞다퉈 중국, 일본, 미국 등 해외 진출에 나서고 있다. 국내에서 축적된 노하우로 세계 관객을 겨냥한다는 자신감의 반영이기도 하지만 침체된 국내 뮤지컬 시장이 좀처럼 회복되지 않음에 따라 해외에서 활로를 모색하는 측면도 크다. 전문가들은 해외 진출의 성공을 보장하기 위해서는 먼저 작품을 철저히 현지화하고 완성도도 높여야 한다고 말했다.》
○ 세계를 겨냥하다
맘마미아. 사진 제공 신씨컴퍼니
급성장하는 중국 공연 시장은 ‘기회의 땅’이다. CJ엔터테인먼트에 따르면 베이징 공연 시장 규모는 2007년 4억1600만 위안(약 716억 원)에서 2008년 6억2700만 위안(약 1079억 원)으로 51% 성장했다. 같은 기간 해외 공연 단체의 공연 횟수도 394회에서 537회로 36% 증가했다. 중국 본토에 안착하면 홍콩, 마카오, 싱가포르 등 중화권 전체로 시장을 확대하는 데도 유리하다.
영웅. 사진 제공 에이콤
윤호진 에이콤 대표는 “올해 국내에서 선보인 대작 뮤지컬들이 결국 다 재미를 보지 못했고 해외로 나갈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영웅’은 이토 히로부미를 인간적으로 그려 일본 아사히신문이 칼럼에서 이를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등 일본 정서에도 부합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올해 ‘오페라의 유령’으로 33만 관객을 모은 설앤컴퍼니는 미국 브로드웨이 제작진과 손잡고 창작뮤지컬 ‘천국의 눈물’을 내년 2월 국립극장 해오름극장에서 공연한다. 베트남전쟁을 배경으로 한 ‘한국판 미스 사이공’으로 일본, 유럽, 미국 진출을 염두에 두고 제작한다. ‘지킬 앤 하이드’의 작곡가 프랭크 와일드혼 등 브로드웨이 제작진 5, 6명이 직접 참여한다.
○ 현지화가 성공의 관건
이유리 청강문화산업대 교수는 “국내 창작 뮤지컬은 해외 라이선스 뮤지컬보다 완성도나 연륜이 떨어지지만 친밀성 덕분에 성공한 면이 있다. (해외로 나가려면) 먼저 작품 완성도를 높여야 한다”며 “타깃으로는 미국이나 유럽보다 정서가 비슷한 아시아 시장이 유리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외국 제작진과 공동 제작을 하면 국내 정서와 간극이 생길 수 있는 만큼 적절한 접점을 찾아내는 게 흥행 포인트가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원종원 순천향대 교수는 “단지 한 번 나가는 게 아니라 이제는 ‘현지에서 무엇을 남기고 산업화에 성공할 수 있나’를 고민해야 하는 시점”이라며 “한국적인 감성, 언어를 그대로 갖고 선진 뮤지컬 시장에 가면 성공 가능성이 낮다. 배우를 비롯한 작품 성격 자체를 현지 관객의 입맛에 맞게 만드는 것이 관건”이라고 말했다.
황인찬 기자 hic@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