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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자 이야기]他日에 見於王曰王이 嘗語莊子以好樂이라…

입력 | 2010-11-24 03:00:00


제나라의 莊暴(장포)는 맹자를 면회하여 왕(제후)이 음악을 좋아하는데 이것이 국가 통치에 어떤 영향이 있느냐고 물었다. 맹자는 왕이 음악을 좋아한다면 나라가 잘 다스려질 것이라고 대답하고는 다른 날 왕을 만났을 때 음악을 좋아하는 것이 사실이냐고 물었다. 그러자 왕은 자신이 선왕의 음악인 고전음악을 좋아하는 것이 아니라 당시 유행하는 세속의 음악을 좋아할 뿐이라며 부끄러워했다. 이때의 제나라 왕은 威王(위왕)이라는 설도 있으나, ‘양혜왕·상’의 제7장에 나온 宣王(선왕)이라고 보는 것이 옳을 듯하다.

他日은 며칠 지난 어떤 날이다. 見(현)은 謁見(알현)이다. 맹자를 높여 ‘견’이라고 읽을 수도 있다. 莊子는 莊暴를 가리킨다. 語莊子以好樂은 장자에게 음악을 좋아한다고 말했다는 뜻으로, 以는 언설 내용을 가져오는 개사이다. 有諸는 ‘그런 일이 있었습니까’로, 諸(저)는 지시사 之와 의문종결사 乎의 결합형이다. 變乎色은 얼굴빛을 바꾼다는 말이다.

寡人은 寡德之人(과덕지인·덕이 부족한 사람)이란 말로, 제후가 자기 자신을 일컫는다. 非能好先王之樂也는 음악을 좋아한다고는 해도 선왕 이래 전해 내려온 올바른 음악을 좋아하지는 못한다는 뜻이다. 直은 ‘다만, 그저’, 耳는 ‘따름이다’이다. 世俗之樂은 당시 유행하는 俗樂을 말한다.

어느 시대의 사람이든 고전음악과 현대음악을 구별하고, 관념적으로는 고전음악을 존중하면서도 실제로는 현대음악을 즐겨온 듯하다. 맹자는 음악의 고전, 현대를 구분하지 않고 그 享有(향유)의 환경에 주목한다.

심경호 고려대 한문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