곽노현 서울시교육감은 최근 서울시교육청 홈페이지에 학생들에게 보내는 ‘교육감 서한문’을 띄웠다. 서한문에서 곽 교육감은 “무례한 일부 학생의 모습에 ‘학생들을 제대로 가르치기 위해서는 매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며 “매를 내려놓으신 선생님들께 드릴 보답은 여러분의 참된 자율과 책임”이라고 강조했다.
한 시교육청 관계자는 “체벌이 금지된 지 20여 일이 됐는데 학교 현장에서 부정적인 목소리가 많이 나와 곽 교육감이 고민이 많다”며 “교사들이 (체벌금지로) 문제 학생들을 효과적으로 제압하기 어렵고, 그렇다고 학생들을 무조건 교실 밖으로 내칠 수 없는 현실도 안다. 현장 목소리를 많이 들으려 노력 중”이라고 말했다.
이제라도 현장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려는 곽 교육감의 노력에는 박수를 보낸다. 그러나 ‘진작 현장 의견을 수렴했으면 더 좋았을 것’이라는 아쉬움도 남는다. 체벌금지 방침을 발표한 뒤 8월 열렸던 곽 교육감의 체벌금지 특강에서 교장들은 “소통을 중시하는 교육감이 현장과 한마디 상의 없이 일방적으로 체벌금지를 강요한다”고 항의하며 집단 퇴장했다. 그러나 당시 곽 교육감은 “체벌금지는 더는 찬반 논쟁이 필요한 사안이 아니다”고 말했다.
체벌금지는 시대적으로 옳은 방향이다. 하지만 체벌금지가 ‘폭력적인 체벌’과 ‘교육적 체벌’을 구분하지 않은 채 ‘반성문도 손드는 것도 청소도 안 된다’는 식으로 전달되면서 학교 현장은 혼란에 빠졌다. 교사들은 학생 지도의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는 반면 일부 학생은 기세등등해졌다. 체벌금지 대안은 뭐가 있을지 사전에 교사들과 충분히 논의했다면 지금과 같은 혼란은 피할 수 있었을 것이다.
곽 교육감은 다음 달부터 ‘학생, 학부모, 교사 간 체벌금지 간담회’를 열 계획이다. 곽 교육감은 간담회를 통해 학생회장이나 학급 반장들이 학교 현장의 체벌금지에 대한 오해를 바로잡아 주는 불씨가 되기를 기대한다고 한다. 체벌금지 발표 때 간과했던 ‘학생 자율·책임’이 이제야 등장하는 것이 너무나 아쉽다.
최예나 교육복지부 yen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