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접 몸수색땐 수속 정체… 클린턴도 “안받고 싶다”
25일 대명절인 추수감사절을 앞두고 미국 공항에 비상이 걸렸다. AP통신은 “‘전신 스캔(알몸투시기)’을 거부하는 사람들로 항공 대란이 일어날 가능성이 높다”고 21일 보도했다. 미국 교통안전청(TSA)의 강화된 보안 절차에 따르면 1일부터 미국 내 주요 공항에서 무작위로 선별된 승객은 모두 알몸투시기를 통과하거나 몸수색을 받아야 한다. 전신 스캔은 커다란 냉장고 모양의 스캐너에 온몸이 투사되는 방식. 몸수색의 경우는 보안담당 직원이 직접 팔 다리 몸통 등 전신을 훑으며 위험물질이 없는지 확인한다. 이를 모두 거부하면 1만1000달러의 벌금을 물어야 한다.
최근 알몸투시기에 반대하는 온라인 모임은 추수감사절 하루 전인 24일 ‘국민적 불참의 날’을 열기로 한 상태다. 미국여행업협회(ASTA)는 “이 캠페인에 한두 명씩만 참여해도 짧은 시간 안에 엄청난 지체가 일어날 수 있다”고 경고했다. AP에 따르면 1인당 전신 스캔 소요시간은 약 10초. 하지만 이를 거부하고 1인당 통상 4분씩 걸리는 몸수색을 선택하면 소요시간은 크게 늘어난다. 특히 탑승자가 설명을 요구하거나 외부와 분리된 공간에서 몸수색을 받겠다고 하면 시간은 무한정 늘어날 수밖에 없다.
현재 미국 내 450개 공항 중 70곳에서 전신 스캐너 400여 대가 설치된 상태다. 예멘발 미국행 항공 화물에서 ‘폭탄 소포’가 발견되고부터 당국은 전신스캐너와 몸수색을 통한 보안검색을 강화해왔다. 당국에 따르면 이번 달 항공기 이용 승객 중 1%만이 전신스캐너를 거부하고 몸수색에 응했다고 한다.
한편 19일 영국 일간 가디언이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몸수색(55.8%)을 받겠다는 사람이 전신 스캔(44.2%)보다 많았다. 둘 다 모욕적이라는 점에서 어느 것도 선뜻 응하기 어렵지만 절반 이상이 비교적 빨리 통과할 수 있는 전신 스캔을 거부하고 있는 셈. 몸수색에 대한 거부감도 확산되며 온라인에서는 ‘나의 그것(junk)을 만지지 마세요’라고 적힌 속옷과 티셔츠가 불티나게 팔리고 있다.
사생활 보호와 테러 방지 사이에서 접점을 찾아야 하는 정부의 고민도 깊어지고 있다. 21일 CBS의 한 프로그램에 출연한 힐러리 클린턴 국무 장관은 “당신이라면 몸수색을 받겠느냐”는 질문에 “피할 수 있다면 받지 않겠다. 누가 그러고 싶겠는가”라고 말했다.
염희진 기자 salthj@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