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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빈틈 없는 사운드-완벽한 템포… 깊은 울림

입력 | 2010-11-23 03:00:00

美클리블랜드 오케스트라 콘서트 합주
기량 ★★★★☆ 해석 ★★★☆




 20일 경기 고양아람누리 아람음악당에서 프란츠 벨저뫼스트가 지휘하는 클리블랜드 오케스트라가 베토벤 교향곡 3번 ‘영웅’을 연주하고 있다. 사진 제공 고양문화재단

베토벤의 교향곡 3번 ‘영웅’은 길이에서나 형식에서나 일찍이 찾아볼 수 없이 커져버린 규모로 음악사 위에 돌연 내동댕이쳐진 ‘이단아적’ 교향곡이다. 그런 만큼 혁신적인 모습과 의고적인 모습이 ‘양복 입은 덩치 큰 중학생’처럼 공존하는 모습도 엿보인다. 한 가지 예가 악기 편성이다. 낭만주의 중기 이후의 교향곡에 비교될, 당시로선 급진적인 음향을 선보이지만 베토벤 중기의 교향곡부터 갖추게 된 트롬본과 튜바는 편성에서 제외됐다. 그래서인지 총주(투티)의 급격한 강약변화에서 뭔가 빠진 듯한 울림이 느껴지기도 한다.

이런 점을 전제로 할 때 20일 저녁 경기 고양시 고양아람누리 아람음악당 무대에서 음악감독 프란츠 벨저뫼스트 지휘로 연주된 미국 클리블랜드 오케스트라의 ‘영웅’은 놀라웠다. 급격하게 가라앉고 부풀어 오르는 합주 어디서도 사운드의 빈틈을 찾을 수 없었다. 호른과 트럼펫은 낭랑하면서도 풍요로운 울림으로 귀를 꽉 채웠다. 좋은 평가를 받고 있는 아람음악당의 산뜻한 음향도 호조건으로 작용했겠지만 관현악 음향의 기능적 측면에서 이 악단은 세계 1급의 평가에 값할 만한 호연을 선보였다.

첫 번째로 연주한 모차르트의 디베르티멘토 K 136은 지휘자 없이 첼로를 제외한 현악 주자들이 자리에 서서 연주했다. 악장(樂長)이라는 리더가 있지만 이런 형식의 연주에서는 하나의 선율이나 프레이즈가 다른 프레이즈로 넘어갈 때 템포 변화를 완숙하게 처리하기 힘든 경우가 많다. 클리블랜드 오케스트라는 예외였다. 세부까지 템포 처리가 잘라 맞춘 듯 완벽했고 강약 대비에서도 세련된 호흡이 돋보였다.

두 번째로 연주한 드뷔시의 ‘목신의 오후 전주곡’은 1960년대 이미 유럽 악단들의 부러움을 샀던 이 악단 단원들의 튼튼한 개인기가 돋보였다. 목재 헤드(吹口部·취구부)를 장착한 플루트는 두텁지 않고 나는 듯 날렵한 목신(牧神)의 플루트를 연기해냈다. 극한의 피아니시모를 내면서도 넉 대가 완벽하게 호흡을 맞춘 호른도, 약음기를 끼고 바람처럼 흩어졌다 합치기를 반복하는 현의 표정도 일품이었다.

유윤종 기자 gustav@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