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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상-의견부터 생방송 떨림까지… 가수들, 트위터로 마음을 노래하다

입력 | 2010-11-16 03:00:00

“그 많던 팬들 다 어디로 갔을까…추천곡 읽다 지새는 행복한 밤…”




“‘더 클래식(The Classic)’ 1집을 사셨던 70만 명은 도대체 다 어디로 갔을까? 이런 생각을 했는데 요즘 트위터에서 한두 명씩 만나요.”

1994년 ‘마법의 성’을 히트시킨 더 클래식의 김광진이 11일 자신의 트위터에 올린 글이다. 그는 현재 증권사 펀드매니저로 일하고 있지만 트위터에서는 뮤지션으로 돌아간다.

트위터가 아이돌 그룹 위주로 흘러가는 TV 무대에 상대적으로 설 기회가 적은 가수들에게 또 다른 무대가 되고 있다. 이들은 트위터를 통해 자신의 존재감을 확인하면서 못다 한 이야기도 전하고 있다.

김광진은 19∼21일 서울 종로구 동숭동 ‘문화공간 이다’에서 ‘편지’라는 제목의 공연을 연다. 그는 “왜 라이브를 녹음한 게 음반보다 더 좋게 느껴질까 생각해보면 메트로놈의 사용이다. 라이브에서 메트로놈 없이 연주할 때 연주자의 감정이 이입되면서 곡의 진행에 따라 미묘한 템포의 변화가 더 좋은 느낌을 주는 경우가 많다”고 트위터에 올리기도 했다.

김동률은 지난달 18일 일본 록 밴드 안전지대의 공연을 보고 난 뒤 “음악이란 추억을 되새기는 것, 다시 한 번 절실히 느끼게 한 공연이었다”면서 “가수로서 히트곡은 되도록 많이 불러야겠다는 반성(?)도 해보게 되었습니다”라는 감상을 올렸다.

이문세는 8월 “연말 공연 준비하는데 꼭 듣고 싶으신 곡 딱 한 곡만 추천해주세요”라는 글을 올렸다. 하루 뒤, 그는 다시 “여러분의 추천곡을 들여다보느라 밤을 지새웠답니다. 참 행복한 지새움이네요∼”라며 쏟아진 신청곡 요청에 대한 감동을 전했다.

인디 뮤지션들은 트위터를 가장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다. 이들의 트위터에서는 멤버들의 활동은 물론이고 생방송을 앞둔 멤버들의 떨리는 마음을 고스란히 확인할 수 있다. 최근 5집을 낸 팝 듀오 캐스커의 멤버 이융진은 10일 생방송 스케줄 두 개를 알리며 “생 방 송 라 이 브 가 있구요 둘 다 생 방 송 라 이 브 아 청심환”이라는 글을 올려 긴장감을 나타냈다. 인디 밴드 안녕바다의 멤버 명제도 “뮤비 보충촬영중이에요” “안녕바다 음악프로에 나와요” 등 활동 상황을 주로 올렸다.

트위터는 논란이 되는 현안에 대해 의견을 나타내는 창구 역할도 하고 있다. 모던 록 밴드 보드카레인의 멤버 안승준은 예능 프로그램과 드라마에 등장한 밴드가 한 가요 관련 시상식 후보로 오르자 “몇십 년 동안 연기해 오신 분들 제쳐두고 카메오 출연하셨던 분들이 연기대상 후보자에 주르륵 올라가면 난리가 나겠죠”라며 아쉬움을 표시했다. 캐스커 멤버 이준오도 같은 상에 대해 “이 상은 전적으로 판매량으로 후보를 정하고 시상하는 곳이잖아요…. 힘 빠지는 이 기분은 참”이라고 적었다.

트위터를 통해 음악 이야기나 자신의 견해를 밝히는 것 외에 ‘속보성 뉴스’를 전하는 일도 잦아졌다. 윤종신은 지난달 27일 “사진이 빠지고 같은 페이지가 두 번 겹쳐서 초도물량(초기 물량)을 다시 찍는다”며 음반 발매 연기 사실을 알렸다. 지난달 31일 서울 세종문화회관에서 열린 이병우 기타콘서트는 공연을 약 2주일 앞두고 트위터를 통해 출연 게스트 명단을 공개하며 표 예매율을 끌어올렸다.

음악평론가 김작가 씨는 “트위터의 전파력과 사용의 편리함이 맞물린 결과”라며 “트위터 붐이 지나갈 때까지는 가수들이 직접 자신의 이야기를 하는 이 현상이 계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트위터가 중견가수들과 인디밴드의 새로운 무대를 위한 소통의 창구가 되고 있다. 가수 김광진과 윤종신, 인디팝 듀오 캐스커(왼쪽 위부터 시계 방향). 사진 제공 아카스타·MYSTIC89·파스텔뮤직



강은지 기자 kej09@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