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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저우 아시아경기]야구, 열전 16일… 40억 축제의 날 밝았다

입력 | 2010-11-12 03:00:00

“2008년 태훈에게 진 빚 金으로 갚을 것”, “기대도 안했는데 기회… 최선 다해 우승”




■ 윤석민-임태훈의 필승 다짐 이유

“이번엔 태훈이도 함께.” 2년 전 베이징 올림픽을 앞두고 대표팀에서 중도 하차한 임태훈(왼쪽) 대신 태극마크를 달았던 윤석민. 둘은 광저우 아시아경기에서 반드시 금메달을 함께 목에 걸겠다는 각오다. 지난달 28일 부산 사직구장에서 동료들의 훈련 모습을 지켜보고 있는 두 선수. 동아일보 자료 사진

먼저 기회를 잡은 쪽은 두산 임태훈이었다. 임태훈은 2008년 베이징 올림픽을 앞두고 대표팀 최종 명단에 포함됐다. 그러나 갑자기 떨어진 구위가 발목을 잡았다. 그의 공백을 놓고 여러 선수가 물망에 올랐고 결국 KIA 윤석민이 낙점을 받았다. 윤석민은 뒤늦게 찾아온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돋보이는 활약으로 한국이 우승하는 데 앞장섰고 금메달과 함께 병역면제 혜택을 받았다. 둘의 운명은 뒤바뀐 듯 보였다.

임태훈은 아쉬운 내색을 하지 않았다. “원래 내 자리가 아니었다”라며 담담해했지만 당시 대표팀 사령탑을 맡았던 두산 김경문 감독은 “베이징에서 돌아온 뒤 한동안 임태훈의 눈을 마주 보지 못했다. 개인적으로 미안했지만 최고의 전력을 구성하는 게 먼저였다”라고 회고했다.

한 번 놓친 기회는 다시 찾아오지 않는다고 했던가. 9월 발표된 광저우 아시아경기 대표팀 최종 명단에 임태훈의 이름은 아예 없었다. 정규 시즌 중반까지 부진했기에 그의 탈락은 당연해 보였다. 그러나 2년 전 윤석민이 그랬듯 기회는 예기치 않게 찾아왔다. 임태훈은 SK 김광현이 안면 경련 증세로 빠지면서 막차로 대표팀에 합류했다. 포스트시즌에서 보여준 위력적인 구위 덕분이었다. 마음 한 구석에 늘 미안한 감정을 갖고 있던 윤석민은 임태훈의 합류를 누구보다 반겼다.

11일 대표팀 첫 훈련이 열린 광저우 아오티 야구장. 훈련을 마친 윤석민에게 임태훈 얘기를 꺼내자 얼굴이 환해진다.

“제가 진 빚을 꼭 갚아주고 싶어요. 태훈이를 위해서라도 죽을힘을 다해 던질 겁니다.”

임태훈은 이날 투수 중 가장 늦게까지 공을 던졌다. 이틀 전 집에서 잠을 잘못 자 목이 약간 아프지만 컨디션은 좋다고 했다.

“솔직히 이번에도 제 자리가 아닌 것 같아요. 기대조차 안했는데 기회가 왔네요. 포스트시즌처럼만 던지면 좋을 텐데, 잘 모르겠어요. 아직 나이가 어려 병역 문제는 심각하게 생각해본 적 없지만 최선을 다해 꼭 우승하고 싶어요.”

한때 운명이 뒤바뀌었던 둘은 한배를 탔다. 금메달을 향해 함께 노를 저을 윤석민과 임태훈이 어떤 활약을 보여줄까.

광저우=이승건 기자 wh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