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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 배신한 천재가 5억 회원 SNS 개발… “Cool!”

입력 | 2010-11-09 03:00:00

페이스북 개발자 이야기 다룬 영화 ‘소셜 네트워크’… 페이스북 이용자가 말하다




위대한 발명의 계기는 ‘헤어진 여자친구 모욕 주기’였다. 2003년 가을 미국 하버드대 기숙사에서 괴짜 컴퓨터 천재 마크 주커버그(오른쪽에서 두 번째)는 친구들과 함께 교내 인맥교류 사이트를 개발한다. 그것이 세계 최연소 억만장자의 첫발이었다. 사진 제공 소니픽쳐스

《페이스북이나 트위터를 쓰지 않아도 괜찮다. 스마트폰이 없어도 상관없다. 간간이 인터넷 서핑 정도 하는 컴퓨터 사용자라면 누구나 18일 개봉하는 ‘소셜 네트워크’(15세 이상 관람가)를 한 번쯤 챙겨 볼 만하다. 주인공은 초장부터 여자친구에게 “너는 괴짜가 아니라 그냥 ‘재수 없는 놈’이기 때문에 평생 독수공방 신세로 살 것”이라는 저주를 듣는 컴퓨터 천재다. 전 세계 5억5000만 명 이상의 회원을 가진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페이스북’을 개발해 세계 최연소 억만장자가 된 마크 주커버그(26·제시 아이젠버그). 영화는 공동창업자인 주커버그의 친구 왈도 새브린(앤드루 가필드) 등 페이스북 개발에 관여했던 몇몇 인물들 사이에 벌어진 이권다툼을 다뤘다.》
한눈에 봐도 빌 게이츠 전 마이크로소프트 회장의 외모를 빼닮은 멋없는 곱슬머리 천재의 이야기라니. 아무리 슈퍼 갑부의 성공담이라도 폼 날 것 같지 않다. 하지만 연출을 맡은 이는 ‘세븐’ ‘벤자민 버튼의 시간은 거꾸로 간다’의 데이비드 핀처 감독이다. 그는 마돈나의 뮤직비디오와 TV CF 감독으로 먼저 명성을 얻었던 인물. 배우들은 시종일관 주요 배경인 대학 캠퍼스에 딱 어울리는 후드 티셔츠, 청바지, 스포츠 재킷, 심지어 후줄근한 잠옷 가운 차림으로 스크린 위를 오간다. 하지만 핀처 감독이 조밀하게 교직한 영상 위의 어떤 것도 촌스러워 보이지 않는다. 세어보지는 않았지만 상영시간 내내 무엇보다 자주 들리는 단어, 주인공 주커버그가 연거푸 강조하는 단어가 이 영화를 한마디로 설명하는 데도 적절할 것이다. ‘쿨(cool).’

인기 드라마 ‘웨스트 윙’으로 유명한 시나리오 작가 에런 소킨은 벤 메즈릭의 논픽션 베스트셀러 ‘The Accidental Billionaires’를 각색하면서 지나친 냉소의 분위기를 걷어내고 보다 진지한 성찰의 단서들을 던져놓았다. 영화는 주커버그의 행적에 대한 잘잘못 평가를 영리하게 피해 간다. 페이스북의 아이디어를 도둑맞았다고 주장하는 윙클보스 형제, 배신당해 밀려나는 새브린, 교활한 동업자 숀 파커, 그리고 주인공 주커버그 가운데 누구도 온전히 선하거나 악한 인물이 아니다. 그렇다고 해서 상황에 대한 가치 판단을 무책임하게 저버리지도 않았다. 주커버그는 헤어진 여자친구에게 모욕을 줄 방법을 궁리하다가 하버드대 통신망을 다운시켜 버린 히트 사이트를 고안한다. 윙클보스 형제의 아이디어가 허접하다는 이유로 새브린과 몰래 비슷한 아이디어의 페이스북을 만든다.

인기 높은 발명품이 어린 시절 위인전에서 읽었던 것처럼 반드시 누군가의 선한 의지로부터 빚어지는 것만은 아니라는 사실. 기분 내키는 대로 인터넷에 무심코 올린 글이 미치는 여파의 한계. ‘유일한 친구를 배신한 천재가 고안한 SNS’에서 맺은 친구가 갖는 의미에 대한 질문…. 이 영화의 매력은 보는 이에 따라 해석이 흥미롭게 엇갈릴 착안점들이 곳곳에 적절히 배치돼 있다는 점이다. 기자는 이 이야기가 던지는 여러 질문에 대해 기사를 통해 단정적인 대답을 내놓지 않기로 했다. 그 대신 평소 페이스북을 활발히 이용하는 다양한 직업의 사람들이 6, 7일 열린 ‘소셜 네트워크’ 시사회에 참석하도록 한 뒤 영화에 대한 이들의 의견을 페이스북을 통해 들었다. 그래픽디자이너인 박효신 연세대 커뮤니케이션대학원 교수(53·디자인학), 영화평론가 오동진 씨(46), 조정구 구가도시건축사사무소 대표(44), 손한서 MBC 라디오 PD(34), 음반제작자인 홍지현 BIC뮤직 프로듀서(25), 김호진 CJ CGV 판촉기획팀 과장 등 6명이 조사에 참여했다. 일부는 이것을 계기로 ‘페이스북 친구’를 맺고 직접 의견을 나누기도 했다.

손 PD는 “다른 사람의 생활을 몰래 보고 싶어 하고, 관계를 맺고 싶어 하고, 나를 알리고 싶어 하고…. 누구나 알고 있는 사람의 본성을 이용한 것이 SNS인데, 난 왜 이런 걸 못 만들었는지 싶다”고 썼다. 조 대표도 “상대성 이론이 아인슈타인의 인간성에서 나온 것은 아니었다는 생각. 페이스북은 인간의 본질적 속성을 간질인다. 과시와 관음 같은 것”이라고 했다.

김 과장은 “컴퓨터 언어엔 도사지만 사람의 커뮤니케이션 코드엔 기초상식조차 부족했던, 사회성 결핍 천재가 개발한 최고의 소셜네트워크. 배타적 엘리트 의식으로 시작했던 아이디어가 전 세계를 뚫어버린 범용 SNS를 낳았다는 아이러니”라고 썼다. ‘인맥 혁명’ SNS 영화에 대한 이 6명의 SNS 속 이야기는 이들 또는 기자에 대한 ‘친구요청’을 통해 열람할 수 있다.

손택균 기자 sohn@donga.com

 



▲영화 ‘소셜 네트워크’ 예고편


▲영화 ‘소셜 네트워크’ 데이비드 핀처 감독 인터뷰 영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