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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로 뛴 바이어들 ‘3만9000원 다운재킷’ 만들다

입력 | 2010-11-05 03:00:00


#1. 현대백화점 압구정 본점은 5일부터 빛에 반응해 세균을 죽이는 ‘신소재 항균재킷’을 판매한다. 빛을 받으면 순간적으로 온도를 3500도까지 올려 100% 가까운 멸균 효과를 내는 이산화티타늄이라는 신소재로 섬유를 표면 처리했다.

#2. 신세계 이마트가 4일부터 판매하기 시작한 자체브랜드(PL) 다운재킷 가격은 3만9000원이다. 저가 브랜드 제품이라도 7만 원, 유명 브랜드의 다운재킷이라면 20만 원이 훌쩍 넘어가는 데 비하면 가격 경쟁력이 월등하다는 것이 이 회사의 설명이다.

이들 두 제품의 공통점은 무엇일까. 두 제품 모두 해당 회사의 바이어가 상품 기획에서 원단 구매, 검품 등 판매까지의 모든 과정을 책임졌다는 데 있다. 유통업계의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바이어들은 부단히 ‘발품’을 팔아 조금이라도 싸고, 조금이라도 독특한 제품을 판매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 다운 2개월 선구매 ‘모험’ 적중

이마트가 자체브랜드(PL) 상품으로 내놓은 3만9000원짜리 다운재킷. 이마트는 다운을 ‘선구매’해 생산원가를 낮췄다. 사진 제공 이마트

거위나 오리의 솜털인 ‘다운’의 국제 가격은 매년 2월경 독일 뮌헨에서 열리는 IPSO라는 스포츠브랜드 컨벤션에서 결정되는 것이 국제관례다. 하지만 이마트 이연주 팀장을 비롯한 바이어들은 지난해 12월 다운의 ‘선구매’를 감행했다. 이마트 측은 “몇 년 동안 이어진 세계적인 한파의 학습효과로 올해도 글로벌 브랜드들이 다운재킷 생산을 늘릴 것으로 예상했다”며 “이에 따라 다운 가격이 크게 오를 것으로 보고 선구매하는 ‘모험’을 했다”고 밝혔다.

결과는 좋았다. 이마트가 지난해 12월 구입한 다운 가격은 kg당 19달러. 올해 3월 다운의 국제시세는 kg당 41달러까지 치솟았다. 이마트는 다운 16t을 구입했다. 보통 제조시기보다 3, 4개월 앞서 생산 비수기인 1월부터 생산을 시작한 것도 단가를 낮추는 데 한몫했다. 제조 공장도 최근 가격이 오른 중국 대신 미얀마에서 찾았다.

현대백화점의 항균 재킷은 김승현 바이어의 아이디어에서 나왔다. 11월이 감기에 걸리기 쉬운 환절기라는 점을 감안해 항균 효과가 있는 소재를 찾았다. 마침 일본 니케사(社)에서 개발한 이산화티타늄이 포함된 신소재 원단이 출시됐다는 소식을 접했다. 김 바이어는 직접 일본에서 이 원단을 구입해 국내업체에 생산을 맡겼다.

○ 11월은 ‘차별화 제품’ 경연 시기

현대백화점 상품본부 김승현 남성의류 바이어(왼쪽)가 압구정점에서 5일 판매에 들어갈 ‘발열 항균 재킷’을 점검하고 있다. 사진 제공 현대백화점

겨울 시즌이 시작되고 백화점들의 창립 기념행사가 몰린 11월은 통상적으로 유통업계에서 ‘바이어의 실력을 겨루는 달’로 통한다. 1년간의 노력이 이 시기에 평가받기 때문이다. 이 시기에 백화점들에서 ‘차별화 제품’ 출시가 봇물을 이루는 것도 이런 이유다.

현대백화점은 항균 재킷 이외에 1벌에 7만9900원짜리 초저가 캐시미어 니트도 선보인다. 역시 이 백화점 염지훈 바이어가 몽골을 수차례 드나들며 직접 기획해 주문한 상품이다.

롯데백화점의 패딩 재킷도 비슷하다. 롯데백화점 성기환CMD(선임상품기획자)는 국내 주요 캐주얼 브랜드와 상품을 기획하면서 가격을 낮추기 위해 판매 수수료를 받는 대신 백화점이 직접 물건을 구입해 판매하는 ‘직매입’ 방식을 택했다. 그 결과 다른 백화점 제품보다 가격이 20∼30% 낮다는 것이 이 회사의 설명이다.

신세계백화점은 버버리, 구치, 까르띠에 등 명품 브랜드와 손잡고 이 백화점에서만 구입할 수 있는 제품들을 내놨다. 모피를 덧댄 버버리 트렌치코트, 에트로 수석 디자이너인 야코포 에트로의 사인이 있는 핸드백 등이 대표적이다.

주성원 기자 swo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