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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물관도 문턱 낮춰 공연-체험 공간으로”

입력 | 2010-11-04 03:00:00

10년간 국내 -세계 박물관 500여곳 답사, 시리즈 3권 한꺼번에 펴낸 최병식 교수




“한국 박물관협회에 등록된 뮤지엄만 800여 개입니다. 등록 안한 곳까지 치면 더 많겠죠. 그런데 박물관과 미술관 과학관 문학관 등 뮤지엄을 구분하는 것도, 관련 자료 정리도 안 돼 있더라고요. 누군가는 나서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박물관 미술관학 시리즈로 ‘뉴 뮤지엄의 탄생’ ‘박물관 경영과 전략’ ‘뮤지엄을 만드는 사람들’(동문선) 3권을 한꺼번에 펴낸 최병식 경희대 교수(사진)는 집필 동기를 묻자 이렇게 답했다. 최 교수는 지난 10여 년간 세계 500여 개 뮤지엄을 방문해 큐레이터와 관장 등을 인터뷰하고 자료를 모아 박물관의 정의와 규정, 관리와 연구, 경영 실태와 프로그램 등을 정리했다. 인터뷰를 위해 6개월 전부터 취지를 설명하는 e메일을 보내 약속을 잡기도 했고 촬영을 말리는 직원과 승강이를 벌이기도 했다.

“영국 국립미술관 중앙홀에선 얼마나 강경하게 사진을 못 찍게 하던지. 긴 설득 끝에 딱 한 장 찍을 수 있었죠. 스페인 빌바오 구겐하임 미술관은 비 오는 날 다리에 매달리다시피 해서 겨우 카메라에 담았습니다.”

해외 뮤지엄과 한국 뮤지엄을 수없이 드나들다 보니 자연스럽게 차이점도 눈에 들어왔다. 해외 뮤지엄은 한국에 비해 기증과 기부가 활발하고 전시 방식에 공을 들인다.

“기증과 기부를 받으려면 시민들이 많이 찾는 곳이어야겠죠. 그러니 시민 참여 프로그램을 활발히 하고 전시관을 아름답게 꾸미는 데 공을 들일 수밖에 없습니다.”

영국 블랙컨트리 생활박물관은 산업혁명 당시 영국 도시의 한 구역을 그대로 복원·보존해 운영하고 있다. 사진 제공 최병식 교수

최 교수는 갖가지 조형물이나 독특한 디자인과 배치로 시선을 끄는 뮤지엄들에 비해 한국 뮤지엄들은 전시 방식이 단조롭고 딱딱하다고 지적했다.

“앞으로 뮤지엄은 문화의 주유소가 될 겁니다.”

최 교수는 지방자치제가 되면서 전국 곳곳에 세워진 박물관 문학관 미술관 등을 잘 활용하면 접하기 어렵고 방치된 뮤지엄에서 공공문화의 장이 될 수 있다고 강조한다.

“최근 몇몇 뮤지엄에서 시행하는 것처럼 공연도 하고, 다양한 체험 프로그램 등을 운영해 뮤지엄의 문턱을 낮춰야 합니다.” 그는 앞으로 지역 전체를 총괄하는 새로운 형태의 뮤지엄이 늘어날 것으로 봤다. 제한된 공간에 물건을 전시하는 게 아니라 지역 유산 자체를 박물관으로 삼을 수 있다는 말이다. 석탄을 이용한 철강산업으로 막대한 대기오염을 일으켰던 근대 도시를 그대로 보존한 영국 웨스트미들랜즈의 블랙컨트리 생활박물관이 그 사례다.

“박물관이나 미술관은 국립중앙박물관처럼 규모가 큰 곳만 잘된다고 생각하면 안 됩니다. 전국 각지에 있는 다양한 뮤지엄이 잘 활용되고 연구도 활성화돼 온 국민이 일상에서 문화생활을 누릴 수 있어야 합니다.”

강은지 기자 kej09@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