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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광, 현금 없는데 돈다발 묶는 ‘띠지’ 뭉치가

입력 | 2010-10-27 03:00:00

이선애 상무 자택서 발견… 비자금 급히 옮겼을수도




검찰이 태광그룹 이호진 회장의 어머니이자 그룹 자금관리를 도맡았던 것으로 알려진 이선애 태광산업 상무(82)의 자택을 압수수색하는 과정에서 거액의 현금이 보관됐던 정황을 파악한 것으로 26일 알려졌다.

태광그룹 비자금 의혹을 수사 중인 서울서부지검 형사5부(부장 이원곤)는 이 상무의 서울 중구 장충동 자택에 비자금 관련 장부 등이 보관돼 있다는 첩보를 입수하고 21일 압수수색해 지폐 다발을 묶을 때 사용되는 ‘띠지’ 뭉치와 텅 빈 도장지갑 등을 발견했다.

검찰 관계자는 “이 상무의 자택을 압수수색할 당시 이미 증거가 될 만한 모든 자료가 다른 곳으로 옮겨진 듯 깨끗한 상태였고, 띠지 뭉치 등만 남아있었다”고 전했다. 검찰은 압수수색을 앞두고 이 상무 측이 자택에 보관하던 비자금 관련 장부 등과 함께 현금을 급히 다른 곳으로 옮겼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이와 함께 검찰은 이 상무 자택에서 나온 띠지의 정체에 대해서도 조사 중이다. 발견된 띠지는 현금을 인출한 은행에서 돈다발을 묶는 데 이미 사용한 헌 띠지가 아니라 새 띠지 뭉치였다. 이 띠지의 용도에 대해서는 다양한 추측이 가능하다. 무엇보다 그동안 보관해뒀던 현금을 압수수색에 대비해 황급히 옮기면서 그대로 두고 온 것일 가능성이 있다. 이 상무가 압수수색을 앞두고 자택에 머물지 않았다는 점에서 이 상무를 대신한 ‘대리인’이 현금을 옮기면서 액수를 확인하기 위해 돈을 세어본 뒤 돈다발을 다시 묶는 데 사용하고 남은 띠지일 것이란 추측이다. 로비를 위해 현금을 전달할 때 사용하려고 준비해놓은 것일 수도 있다. 거액의 ‘검은돈’이 오갈 때 돈의 출처를 감추기 위해 인출 당시 묶여 있던 은행과 지점 이름 등이 찍힌 띠지를 제거한 뒤 새 띠지로 포장하는 경우가 종종 있기 때문이다. 함께 발견된 빈 도장지갑들은 차명계좌 명의자들의 도장들을 보관했던 것이 아닌지 검찰은 의심하고 있다.

이미지 기자 image@donga.com

유성열 기자 ryu@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