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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은 영화보다 상상력 영역 넓어”… 쿠바-인도 여행 사진전 연 송일곤 감독

입력 | 2010-10-26 03:00:00


인도 남부 해안도시 코친에서 촬영한 사진. 송일곤 감독은 “구체적인 지명이나 대상보다는 이미지가 주는 심상(心想)에 집중해주면 좋겠다”고 했다. 사진 제공 아뜰리에아키

이란의 압바스 키아로스타미와 독일의 빔 벤더스는 사진작가로도 폭넓은 활동을 벌이는 영화감독이다. 그저 연속 촬영한 이미지를 이어 붙여 보여주는 ‘활동사진’이 영화라고 할 수도 있지만, 같은 소재를 잡아낸 사진과 영화가 만들어내는 감흥은 전혀 다를 수 있다.

11월 10일까지 서울 종로구 혜화동 아뜰리에아키에서 첫 개인사진전 ‘스토리 오브 어 데이(Story of a day)’를 열고 있는 송일곤 감독(39·사진)은 25일 “사진은 관람객으로부터 영화보다 적극적인 행위를 이끌어낼 수 있는 매체”라고 말했다.

“영화는 꼼꼼하게 계획된 스토리텔링을 수동적으로 소비하게 만드는 콘텐츠다. 이에 비해 사진가는 관람객을 자신의 의도대로 유도할 수 없다. 몇 개의 이미지를 한 주제의 연작으로 묶어놓는다고 해서 사람들이 꼭 그렇게 봐 주리라는 보장이 없다. 그런 자유로운 불확정성에서 더 흥미로운 해석과 교감이 발생한다.”

송 감독은 1999년 ‘소풍’으로 프랑스 칸 국제영화제 단편경쟁부문 심사위원대상을 받은 뒤 ‘거미숲’ ‘깃’ ‘마법사들’ 등 독특한 색깔의 작품을 내놓았다. 처음 사진에 몰두하게 된 것은 1995∼1999년 폴란드 우츠 국립영화학교에 다닐 때부터다. 이번에 전시한 30점은 2009년 영화 ‘시간의 춤’ 촬영과 EBS TV 다큐멘터리 프로그램을 위해 쿠바와 인도를 한 달씩 여행하면서 찍은 것이다. 특히 좋아하는 사진가는 프랑스의 앙리 카르티에 브레송과 미국의 스티브 맥커리. 그는 “어떤 대상에서든 사람에 대한 이야기를 따뜻한 시선으로 찾아낸 작가들”이라고 했다.

송일곤 감독

“멀리 떨어진 두 대륙에서 다른 시간에 촬영한 사진들을 마치 한 공간에서 하루 동안 만난 대상들처럼 엮어 봤다. 언제 어디서 찍은 것인지에 대한 설명은 일부러 배제했다. 사진마다 내 마음에 떠오른 이야기를 붙였지만, 보는 사람마다 이미지를 통해 각자의 이야기를 만들어봐 주길 바란다.”

손택균 기자 soh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