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절대 강자’의 숙제
회장님의 축하인사 ‘축하드립니다.’ SK의 한국시리즈 우승을 기념하는 축승회가 22일 워커힐 호텔에서 열렸다. SK 김성근 감독과 최태원 그룹 회장(가운데) 신영철 사장이 주요 인사들과 건배를 하고 있다. 사진제공 | SK 와이번스
석학 프랜시스 후쿠야마는 ‘역사의 종언’이라는 말을 남겼다. ‘자유주의·시장경제 체제를 능가할 시스템은 더 이상 없다’는 것이 요지다. 이를 프로야구 버전으로 바꾸면 ‘SK야구는 야구의 종언’이라는 말이 성립될만하다. 2007년 이래 4년 연속 한국시리즈(KS) 진출을 이뤘고, 이 중 3차례나 우승에 성공했으니까.
결과도 그렇지만 SK는 그 내용에 있어서도 자부심이 대단하다. 요컨대 “SK야구가 한국야구의 트렌드를 주도하고 있다”는 신념이다. 김성근 감독이 유독 두산을 평가하는 이유도 유사모델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두산이 SK에 자극을 줄 수 있는 거의 유일한 상대라는 것이다.
포스트시즌은 그 결정판이었다. 불펜야구가 득세했고, 두산과 삼성은 심지어 더 SK처럼 야구했다. 이제 SK는 우승이라는 결과를 떠나 야구의 패턴까지 장악한 느낌이다.
이런 ‘팍스 SK’는 두 가지 숙명적 문제의식과 직면한다. 첫째 야구의 획일화다. 어느 야구인의 말이다. “SK야구는 상대의 약점을 찌르는 야구다. 아군의 허점을 없애는 야구다. 메이저리그처럼 힘 대 힘의 승부가 아니다.” 팀 승리, 효율성이 복음처럼 숭배되는 SK에서 개성은 하위가치다. 개인기는 작전 안에서만 표현가능하다. SK 잘못은 아니겠지만 문제는 나머지 구단들도 전부 SK를 따라갈 판이다.
둘째 장기집권의 피로감이다. 7개 구단의 표적일 수밖에 없다. 논리로 SK가 반박할 수 있을지 몰라도 세상은 ‘논리 이전에 정서’일 때가 많다. 인간은 사실이니까 믿는 게 아니라 믿고 싶은 걸 믿는 존재기도 하다. 이미지의 세상에서 SK는 필연적으로 타깃이다. 이기면 이길수록 안티가 늘어나는 현실을 두고 ‘그런 자들이 틀렸어’라고만 할일이 아니다. 근본적으로 고민해야 될 문제다. 현실적으로 야구단이 그룹홍보의 전위부대로 기능하는 현실에서 더욱 그렇다.
어찌하면 SK를 강한 구단을 넘어 존경받는 구단으로 바꿀 수 있을까. 존경은 세다고 강요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자발적 지지를 얻어야 되는 것이다, 이제 더 이상 SK는 승리에 굶주린 비주류 구단이 아니라 중원을 장악했다. ‘팍스 SK’의 지속가능 여부는 엄숙함을 뛰어넘는 관용성을 확보할 수 있는지에 달렸다. 그러나 그러려는 순간 SK는 SK가 아닐지도 모른다. 향후 어떻게 균형을 잡아갈지에 SK야구의 위대함이 지금 이 순간뿐일지, 불멸이 될지가 운명 지워지지 않을까. <끝>
김영준 기자 gatzb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