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리카락 2000분의 1 나노자석 열로 항암치료, 차세대 반도체 재료인 유기물 자석도 개발중
전자현미경(TEM)으로 촬영한 나노자석의 사진. 정육면체 각각이 산화철 나노자석이며 한 변의 길이는 70nm 정도다. 사진 제공 서울대 나노재료연구실
○ 인력 이용해 항암제 효과적 전달
나노미터(nm·1나노미터는 10억분의 1m) 크기의 ‘나노자석’은 항암치료에 쓰일 것으로 보인다. 9월 이탈리아 로마에서 열린 ‘나노 2010’ 국제행사에서 밀라노대 연구진은 나노자석이 자기공명영상(MRI) 촬영 사진의 콘트라스트(명암비)를 높여 암 세포를 더욱 확실하게 찾을 수 있다고 발표했다. 콘트라스트가 높을수록 영상이 선명해진다. 연구진은 “나노자석을 이용한 MRI 촬영법으로는 3, 4개의 암 세포도 찾아낼 수 있다”고 말했다.
현 교수팀은 자석끼리 끌어당기는 힘(인력)을 이용해 항암제를 효과적으로 전달하는 방법도 연구 중이다. 가령 항암제에 자석의 N극을 붙이고 암세포가 있는 곳에는 S극을 놓아 항암제가 암세포에만 달라붙도록 한다는 것이다. 이 방법은 정상세포까지 죽이는 기존 항암제의 단점을 보완할 수 있다.
○ ‘유기자석’ 비용 적게 들고 가공 쉬워
유기액정화합물(도넛 모양)과 짙은 색의 철-프타로시아닌을 결합해 만든 유기자석의 구조도. 금속을 3% 이하로 사용해 자성을 띠는 유기물질을 만든 건 국내 연구진이 처음이다. 사진 제공 고려대
진정일 고려대 화학과 명예교수팀은 최근 도넛처럼 생긴 유기액정화합물과 금속화합물 철-프타로시아닌(Fe3-Pc)을 결합한 유기물질이 65도에서까지 자성을 갖는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금속을 3% 이하로 사용해 자성을 띠는 유기물질을 만든 건 진 교수팀이 세계 최초다. 진 교수는 “유기자석은 자성 세기를 조절할 수 있어 시마륨(Sm) 같은 비싼 희토류 금속을 대체할 수 있다”면서 “비용이 적게 들고 가공하기가 쉬워 차세대 자성반도체에 사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연구진은 반쪽 자석이 자기기억저장장치를 만들거나 컴퓨터의 연산능력을 향상시키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 전망했다. 반쪽 자석은 지난해 ‘사이언스’가 선정한 ‘10대 과학성과’ 중 하나로 선정되기도 했다.
변태섭 동아사이언스 기자 xrockis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