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거리서 환자 만지는 의료기 등, 시각 이어 촉각 증강현실도 등장
《물컹한 촉감 사이로 딱딱한 멍울이 만져졌다. ‘설마 암은 아니겠지?’ 혹시 하는 마음에 근처 병원을 찾아갔지만 병원은 기다리는 환자들로 가득했다. 돌아 나오려는데 간호사가 작은 깔때기 모양의 검진기를 건넸다. 검진기를 가슴에 대니 무언가가 쿡쿡 누르는 느낌이 났다. 잠시 뒤 간호사는 “다 됐고요. 검진 결과는 e메일로 보낼게요”라고 말한다.》
스마트폰 카메라로 지도를 비추면 지도 위에 로봇 캐릭터가 겹쳐 보인다. 3, 4년 뒤에는 이처럼 QR코드가 필요 없는 증강현실이 상용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사진 제공 퀄컴
이달 16일 서울 강남구 삼성동 코엑스에서 폐막한 ‘국제 혼합증강현실 심포지엄(ISMAR) 2010’에서는 몇 년 뒤면 일상에서 쓰일 법한 증강현실(AR) 기술이 소개됐다. 증강현실은 실제로 존재하는 콘텐츠와 가상의 콘텐츠를 혼합하는 기술이다. 스마트폰 카메라로 3차원 바코드인 ‘QR 코드’를 보면 광고나 지도가 실제 사물에 겹쳐 보이는 기술이다. 이처럼 증강현실은 스마트폰을 더 ‘스마트’하게 만들어주면서 인기를 누리고 있다.
○ 촉각 AR, 만지면 실제처럼 느껴
포스텍 최승문 교수팀이 개발한 유방암 촉진 증강 현실 시스템. 햅틱 장치로 유방 모형을 누르면 실제 유방의 촉감이 느껴진다. 사진 제공 최승문 교수
최 교수는 “촉각 AR는 촉감 정보를 실제 사물에 구현한다는 점에서 사이버 공간에서 느끼게 하는 가상현실과는 다르다”며 “촉각 AR가 증강현실의 사실감을 한 차원 더 높일 것”이라고 기대했다.
○ 그림 인식해 배경 자동제공
화이트보드에 그림을 그려서 컴퓨터와 연결된 카메라에 비추면 그림과 어울리는 배경이 나타난다. 그림을 임의로 변형해도 컴퓨터가 그림을 읽어낸다. 이영혜 동아사이언스 기자 yhlee@donga.com
○ “물체 기본정보 DB화 우선”
제이 라이트 퀄컴 기술연구소 이사는 “3∼4년 뒤에는 이런 ‘참조가 필요 없는(reference free)’ 스마트한 증강현실이 주를 이룰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현재 바코드 대신 특정 그림을 인식하거나 배경을 인식하는 증강현실은 개발에 성공했다”며 “QR코드가 필요 없는 증강현실을 구현하려면 물체의 기본 정보를 데이터베이스로 만드는 게 우선”이라고 말했다.
포스텍 최 교수는 “최근 촉각이나 청각 같은 오감을 자극하는 증강현실이 속속 개발되고 있다”며 “5년 뒤쯤에는 증강현실에 대한 개념이 지금과는 많이 달라져 있을 것”이라고 예측했다.
이영혜 동아사이언스 기자 yhlee@donga.com
실제로 존재하는 콘텐츠와 가상의 콘텐츠를 혼합하는 기술. 실제 물체에 가상의 물체를 겹쳐 보여주는 형태가 일반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