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 K리그도 어느덧 막바지를 향해 치닫고 있다. 6강 플레이오프에 진출하게 된 팀이나 이미 탈락이 기정사실화된 팀을 막론하고 이 즈음이면 서서히 내년 시즌을 맞이하기 위한 청사진을 그려나갈 때다.
유명선수들은 대개 해외에서 뛰고 있는 탓인지 K리그 연말 시장은 선수들의 거취보다 사령탑 교체에 관심이 집중되곤 한다.
최만희 전 수원삼성 코치를 초대 감독으로 내정한 신생팀 광주시민구단을 제외하고도 K리그 15개 구단의 절반 정도가 올해 사령탑 교체 혹은 재계약 대상이다. 플레이오프 진출여부와 리그순위가 확정되면 그 윤곽은 좀 더 구체화될 것이다.
감독선임 기준에 공통분모가 있다면 첫째 능력과 자질, 둘째 구단과의 연고관계, 셋째 당면한 과제 수행능력 등이 될 것이다. 능력과 자질은 당연한 것이고, K리그 태동 18년째를 맞아 소속 구단 출신을 우선시하는 것도 자연스럽다. 모래알 같은 선수들을 단결시키는 게 당면 과제라면 화합형을, 전략부재가 늘 고민거리였다면 지략형 감독을 데려와야 할 것이다.
축구팬의 입장에서 아쉬운 게 있다면 감독선임 결정이 늘 하향식이었지, 상향식은 아니었다는 점이다. 구단 수뇌부 혹은 그룹의 실력자가 결정하면 그걸로 끝이었다. 감독 후보를 천거했다가 혼쭐이 난 후 오너가 이름을 떨어뜨려줄 때까지 아예 논의 자체를 금기시하는 구단도 있다.
좋은 성적을 내기 위해선 ‘코칭스태프’와 ‘선수단’이라는 두 개의 수레바퀴가 잘 조화돼 굴러가야 한다. 따라서 감독이 선수를 뽑듯이 기존 선수들이 어떤 감독을 원하는가도 아주 중요하다. 그런데 지금껏 감독을 선임하면서 선수들의 의견이나 선호도를 참고했다는 얘기는 들어본 적이 없다.
주요 선수들이 거침없이 감독을 논하고, 감독 선임을 앞두고 팬 투표를 하는 장면은 유럽축구에선 전혀 낯설지 않다.
다만 선수들 사이에선 구단이 모르는 기피인물이 있을 수 있고, 이를 후보리스트에 반영한다면 좀 더 효율적인 구단운영과 더불어 앞으로 있지도 모를 위험요인을 사전에 제거할 수 있지 않을까.
김동국 지쎈 사장
스포츠전문지에서 10여 년간 축구기자와 축구팀장을 거쳤다. 현재 이영표 설기현 등 굵직한 선수들을 매니지먼트하는 중견 에이전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