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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포효하는 중화제국]중국 미래에 대한 상반된 시각

입력 | 2010-10-08 03:00:00

中 지배론 “美제치고 세계패권 차지”… 불확정론 “남미식 권위주의로 갈것”




중국의 미래는 과연 어떤 모습일까. 중국 공산당은 창당 100주년경인 2020년 ‘전면적인 샤오캉(小康) 사회’를 거쳐 건국 100주년경인 2050년까지 ‘사회주의 현대화 국가’를 건설하겠다고 천명하고 있다. ‘전면적인 샤오캉 사회’는 소득 1만 달러 안팎의 현 세계 평균소득 수준의 중등 국가이고 ‘사회주의 현대화 국가’는 소득 4만∼5만 달러의 선진국을 말한다.

하지만 ‘중화민족의 위대한 부흥’을 이루겠다는 중국 정부의 목표가 순조롭게 이뤄질지에 대해서는 학자들 사이에 의견이 갈리고 있다. ‘중국 위협론’과 ‘중국 붕괴론’으로 대별되는 중국 미래론을 심층 분석한다.

○ 미국, 유럽, 일본은 ‘위협론’이 주류


1978년 개혁개방 이후 30여 년간 초고속 성장을 이어오고 있는 중국. 하지만 중국의 미래 전망은 ‘팍스 시니카’부터 ‘중국 붕괴론’까지 다양하기 그지없다. 사진은 지난해 10월 1일 건국 60주년을 맞아 베이징의 심장부인 톈안먼 앞 창안제에서 열린 기념식 모습. 동아일보 자료 사진

중국 미래론은 가장 낙관적인 ‘팍스 시니카’ 또는 ‘중국 지배론’부터 가장 비관적인 ‘중국 붕괴론’까지 다양하기 그지없다. 하지만 이를 크게 나누면 중국이 결국 미국의 패권을 대체하는 강대국으로 부상할 것이라는 ‘굴기론’과 중도에 비틀거리거나 주저앉을 것이라는 ‘붕괴론’으로 나눌 수 있다.

굴기론의 대표 학설은 ‘중국 위협론’이다. 중국 위협론은 1990년 8월 일본방위대의 무라이 도모히데(村井友秀)가 ‘쇼쿤(諸君)’이라는 잡지에 ‘중국, 잠재위협을 논함’이라는 논문을 발표하면서 처음 제기했다.

이어 1992년 미국에서 로스 H 먼로 교수가 ‘깨어나고 있는 거룡(巨龍), 아시아의 위협은 중국으로부터 온다’라는 논문을 ‘폴리시 리뷰’라는 격월간지에 게재하면서 ‘China Threat(중국의 위협)’라는 말이 널리 쓰이기 시작했다. 먼로 교수는 이어 1997년 리처드 번스타인 교수와 함께 ‘다가올 중국과의 일전(The Coming Conflict with America)’이라는 논문을 발표하고 “중국은 미국을 전략적 협력 파트너가 아니라 주요 장애물로 보고 있다”며 “미중 간 일전이 불가피하다”고 주장해 중국 위협론을 크게 퍼뜨렸다.

굴기론의 극단은 ‘중국 지배론’이다. 미래학자인 존 나이스비트는 최근 ‘메가트렌드 차이나(China's Megatrends)’라는 저서에서 “중국의 미래는 ‘세계의 공장’이 아니라 ‘세계의 지배자’”라고 단언했다. 영국 런던정경대 아시아연구센터의 마틴 자크 연구원은 한술 더 떴다. 그는 지난해 출간한 ‘중국이 세계를 지배하는 날(When China Rules the World)’이라는 저서에서 “중국의 등장은 미국의 패권을 대체하는 것을 넘어 그동안 역사의 중심이었던 서구를 역사의 변방으로 만드는 것”이라고 주장해 서방세계에 커다란 경각심을 불러일으켰다.

반면 중국의 굴기를 위협으로만 보지 말고 적극적으로 끌어안자는 ‘중국 책임론’도 있다. 조지 W 부시 미 대통령의 집권 2기(2005∼2009년) 국무부 부장관이었던 로버트 졸릭은 2005년 9월 “중국은 (미국의) ‘책임 있는 이익상관자(Responsible Stakeholder)’”라고 처음 명명하면서 중국 책임론을 제기했다. 미국 하버드대 닐 퍼거슨 교수가 중국과 미국을 묶어 ‘차이메리카(Chimerica)’라고 이름 붙인 것도 같은 맥락에서다.

○ 톈안먼 사태 전후 붕괴론 유행

1989년 6월 발생한 톈안먼 사태를 전후로 유행하기 시작한 중국 붕괴론 내지 중국 위기론을 주장하는 사람들은 아이러니하게도 중국계가 많다. 중국계 미국인 변호사인 고든 창은 ‘중국 위기론’의 대표주자로 2001년 ‘다가오는 중국의 위기(The Coming collapse of China)’라는 책을 출간해 큰 반향을 일으켰다. 중국 경제계간지 ‘차이나 이코노믹 쿼털리(CEQ)’의 편집장으로 일하는 조 스터드웰 역시 2002년 펴낸 ‘차이나 드림(The China Dream)’에서 중국 증시와 금융의 문제점을 파헤치면서 “중국이 결국 지도층의 무능과 부패로 위기에 직면할 것”이라고 예견했다.

미국의 보수우익 학자인 프랜시스 후쿠야마는 한발 더 나아가 1989년 여름 ‘더 내셔널 인터레스트(The National Interest)’지에 발표한 ‘역사의 종말’에서 중국 붕괴론을 역설했다. 후안강(胡鞍鋼) 칭화(淸華)대 교수와 왕사오광(王紹光) 홍콩 중원(中文)대 교수는 1993년 미국 유학 중 공동 출간한 ‘중국국가능력보고’에서 “중국 정부가 당장 세제 및 재정 개혁을 하지 않는다면 유고슬라비아처럼 해체의 길을 걷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중국 정부는 이를 받아들여 위기를 넘겼다. 이들은 여전히 중국의 정책 결정에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하지만 개혁개방 이후 중국의 초고속 성장이 30년 남짓 계속되면서 위기론은 남미화론이나 불확정론으로 바뀌었다. 조영남 서울대 교수는 지난해 출간한 ‘21세기 중국이 가는 길’이라는 책에서 중국의 미래상을 4가지로 나눈 뒤 “중국이 원하는 것은 아니지만 정치 사회적 불안과 함께 경제가 정체되는 남미식 권위주의 체제로 갈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지난해 1월 ‘100년 후(The Next 100 Years)’를 출간한 조지 프리드먼도 중국이 미국의 패권을 대체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내다봤다. 그는 21세기 중엽 굴기할 나라로 되레 일본을 꼽았다. 미국 브루킹스연구소의 리청(李成) 교수나 조지프 나이 미국 하버드대 교수도 중국의 미래는 여전히 불확실하다는 입장을 취하고 있다.

○ 중국학자, 중국 특수모델론 주장

중국 정부나 친정부 학자들은 “서양의 위협론이나 붕괴론은 중국을 얽어매거나 오해에서 나온 것”이라고 주장한다. 중국은 중국 특색의 모델에 따라 굴기하고 있으며 다른 나라에 하등의 위협도 되지 않는다는 주장이다.

청차오쩌(程超澤) 홍콩대 아시아연구센터 연구원이나 판웨이(潘維) 베이징(北京)대 교수는 ‘중국 특수모델론’을 제창하면서 “중국이 30년 뒤엔 미국을 능가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중국 관영 언론 역시 위협론이나 붕괴론이 ‘기우’임을 강조하면서 중국은 ‘책임 있는 대국’으로 거듭날 것임을 강조하고 있다. 중국 정부는 “중국은 여전히 개발도상국”이라며 위협론을 불식하는 데 애쓰고 있다. 원자바오(溫家寶) 총리가 최근 유엔 연설에서 ‘저자세’를 보인 것도 이런 배경에서다.

서양이든 중국이든, 정부든 학자든 각자 펼치는 다양한 주장에 상관없이 세계는 이제 온통 중국이라는 화두에 매달려 살고 있는 셈이다.

하종대 기자 orionha@donga.com

파리=이종훈 특파원 taylor55@donga.com

워싱턴=하태원 특파원 triplets@donga.com

▼ 정치개혁에 달린 中 지속성장 ▼

중국의 미래를 어떻게 볼지를 좌우하는 핵심 요인은 중국 지도부가 과연 개혁개방이라는 경제개혁에 이어 정치개혁도 성공할 수 있느냐다. 붕괴론이나 위기론자는 중국인의 1인당 국내총생산(GDP)이 5000∼1만 달러 사이가 되면 인민의 정치참여 욕구가 커지고 정치민주화를 이룩하지 않고서는 사회가 매우 불안해질 것이라고 주장한다.

야오양(姚洋) 베이징(北京)대 교수는 “중국 모델은 이미 유효기간이 지났다”며 “지속적인 발전을 위해서는 정치민주화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반면 중국 지배론 또는 위협론을 제기하는 학자들은 중국이 현행 제도를 유지하면서 선진국에 안착하거나 변신을 통해 강대국으로 부상할 것이라고 주장한다.

현재 중국학자 사이에 논의되는 정치개혁 방향은 크게 네 가지다. 가장 선호하는 것은 서유럽과 비슷한 자유주의를 가미한 공동체주의다. 미국과 같은 공동체주의를 가미한 자유주의를 선호하는 학자도 적지 않다. 스웨덴식 복지국가인 민주사회주의를 주장하거나 심지어 계획경제로 돌아가자는 순공동체주의자도 있다.

문제는 중국 공산당의 태도다. 후진타오(胡錦濤) 당 총서기는 2007년 10월 15일 열린 제17차 전국대표대회에서 “‘중국 특색의 사회주의’라는 위대한 기치를 높이 들고 전면적인 샤오캉 사회를 이룩하기 위해 분투하자”고 역설했다. 그러나 후 총서기는 ‘중국 특색’이 과연 어떤 색깔인지는 구체적으로 말하지 않았다. 원자바오(溫家寶) 총리도 최근 정치개혁을 거듭 외쳤지만 구체적인 내용은 밝히지 않았다.

이는 중국 지도부 사이에 아직 정치개혁에 대한 합의가 이뤄지지 않았기 때문이라는 설이 지배적이다. 실제로 권력서열 1위인 후 주석이 정치개혁의 구체안을 언급하지 않고 있는 가운데 권력서열 2위인 우방궈(吳邦國) 인민대표대회 상무위원장은 지도자 직접 선출이나 다당제와 같은 서양식 정치제도를 그대로 본뜨지 않을 것임을 여러 차례 역설했다.

중국 전문가들은 중국이 8% 안팎의 고속성장을 계속하는 한 또는 적어도 샤오캉 사회를 이룩하는 2020년까지는 정치시스템의 근본적 개혁은 하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하종대 기자 orionh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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