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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최고명창들 “소리의 진수 보여주겠다”

입력 | 2010-10-07 03:00:00

제 40회 판소리 유파대제전 8, 9일 서울 서초동 국립국악원




서울 서초구 서초동 국립국악원에서 열리는 판소리유파대제전에는 명창 20명이 참여해 뜨거운 소리 경쟁을 펼친다. 이번 행사에 참여하는 박송희 성우향 성창순 안숙선 김일구 명창.

국내 최고의 판소리 명창들이 한자리에 모여 자존심을 건 소리 경쟁을 펼친다.

한국판소리보존회(이사장 성우향)와 동아일보사가 공동 주최하는 제40회 판소리 유파대제전이 8, 9일 서울 서초구 서초동 국립국악원 예악당에서 열린다. 박송희 성우향 성창순 등 국내에서 손꼽히는 명창 20명이 참여하는 역대 최대 규모다. 명창들은 춘향가 흥부가 수궁가 심청가 적벽가 등 판소리 다섯 마당 가운데 눈대목(가장 두드러지거나 흥미 있는 장면)을 7∼8분 분량으로 압축해 선보인다.

8일에는 박송희 성우향 남해성 이일주 최승희 정순임 강정자 김일구 신영희 정철호, 9일에는 전인삼 이명희 박양덕 김수연 안숙선 김영자 최영길 김양숙 정의진 성창순 명창이 무대에 선다.

○ 현존 최고 명창들이 모인 무대

판소리 유파대제전은 1971년 시작됐다. 권상득 명창의 탄생 200주년을 맞아 전국의 명창들이 한자리에 모여 이를 기념하는 무대로 출발한 것. 노재명 국악음반박물관장은 “1970년대는 판소리 무대가 거의 없어 소리꾼은 연명하기도 힘든 시기였다. 그런 상황에서 전국의 명창이 모인 국악 유파대제전은 특별한 무대였다”고 말했다.

해마다 열린 판소리 유파대제전은 올해 40회를 맞았다. 예년에는 하루 공연에 명창 10여 명이 참여했지만, 올해는 이틀 동안 모두 21명이 참여해 두 배 규모로 커졌다. 특히 1971년 첫 회에 참여했고 이제 여든 살 내외의 고령이 된 박송희(83) 성우향(78) 성창순(76) 명창이 나란히 무대에 선다. 각각 흥부가 춘향가 심청가의 눈대목을 통해 판소리계 거목의 진수를 선보일 예정이다.

주로 고수로 활동해온 정철호 명창이 오랜만에 소리꾼으로 적벽가를 선보이는 무대도 펼쳐진다. 노 관장은 “자료 수집을 위해 최근 박송희 선생을 비롯한 명창들을 만났는데 대부분 건강이 아주 안 좋았다. 이번 무대도 40회를 기념해 특별히 나선 것이다. 이들 명창이 한자리에 서는 무대를 앞으로는 보기 힘들 것 같다”고 말했다.

○ 명창들의 자존심 경쟁, 관객은 즐거워

판소리유파대제전 포스터

완창 판소리의 경우 명창 한 명이 4∼7시간씩 공연을 펼치며 인생의 희로애락을 표현하지만 판소리 유파대제전의 경우 작품의 ‘하이라이트’ 격인 눈대목을 각기 다른 명창이 부르며 경쟁하는 형식이다. 명창에 따라 사설 내용이 길거나 짧고, 이를 소화하는 속도감 또한 다르다. 판소리는 스승과 제자의 도제식 교육으로 전파되기 때문에 창법, 사설 등에 차이가 생기는 것. 이런 차이를 ‘판소리 전승의 큰 줄기’란 의미인 ‘판소리 유파’나 ‘대가닥’으로 부른다. 신덕호 판소리보존회 사무국장은 “유파대제전은 워낙 권위 있는 공연이라 거기서 빠지면 못한다는 말 듣는 것보다 안 좋은 말을 듣게 되기 때문에 각 유파가 대부분 참여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노 관장은 “명창으로서는 부담되지만 관객들은 뷔페식을 즐기듯이 다양한 개성의 소리를 접할 수 있다”고 말했다.

유파별 경쟁에 대해 최종민 전 국립창극단 단장은 이렇게 설명했다. “같은 흥부가라도 박송희 명창의 흥부가는 김정문 박록주 명창을 거쳐 전승됐고, 전인삼 명창의 흥부가는 강도근 명창에게서 내려온 것이다. 선생이 다르고, 이를 받아들이는 제자의 개성도 더해져 이렇게 개인적인 소리가 완성된다는 것은 한국 음악의 굉장한 특징이다.”

최 전 단장은 “일반인들이 판소리 명창의 미묘한 소리 차이를 꼬집어 내기는 쉽지 않을 것이지만 판소리가 ‘소통의 음악’인 만큼 관객들의 호응과 감동을 얼마나 이끌어내느냐가 하나의 평가기준이 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8일 오후 7시, 9일 오후 3시. 2만∼3만 원. 070-7733-7170

황인찬 기자 hic@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