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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횡설수설/정성희]글래드웰의 SNS 비판

입력 | 2010-10-07 03:00:00


트위터가 널리 알려진 계기는 지난해 6월 이란의 반정부 시위 과정에서 민병대의 총을 맞고 사망한 여대생 사건이었다. 이란 정부는 신문과 방송을 포함한 모든 매체를 통제했지만 사건은 트위터라는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삽시간에 전 세계로 퍼져나갔다. 조지 W 부시 대통령의 안보보좌관을 지낸 마크 페이플은 “트위터가 없었다면 이란 국민은 자유와 민주주의를 위해 일어서지 못했을 것”이라며 트위터에 노벨 평화상을 줘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트위터나 페이스북 같은 소셜미디어가 진정으로 사회 변혁을 위한 선봉 역할을 할 수 있을까. 스마트폰의 보급과 함께 SNS 이용자가 급증해 트위터 가입자는 세계적으로 1억5000만 명, 페이스북 가입자는 5억 명을 넘어섰다. 가입자 수로만 보면 가능할 듯하다. 하지만 회의론도 등장하고 있다. 캐나다 태생의 언론인 겸 베스트셀러 작가인 맬컴 글래드웰은 최근 뉴요커지 최신호에서 “중앙의 권위나 지도자도 없고 결속력도 약한 오합지졸에 불과하다”고 소셜미디어의 기능을 낮게 평가해 논란을 불렀다.

▷트위터는 현실에서는 거의 만날 수 없는 사람들의 생각과 느낌을 실시간으로 접할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한다. 페이스북을 통하면 한 번도 만난 적 없는 수백 명을 ‘친구’로 가질 수 있다. 하지만 사이버상의 약한 관계 속에서 자신의 돈, 시간, 경력, 생명을 걸 만한 비중과 가치를 지닌 현안에 대해 문제의식을 공유하고 이를 해결하기 위해 결속력을 발휘하기란 힘들다는 것이 글래드웰의 통찰이다.

▷우리 상황은 좀 다른 것 같다. 윤영철 연세대 교수는 “한국인은 SNS에서 동질한 사람끼리 모이는 경향이 있다”고 지적한다. SNS에서 다양한 사람을 만나 반대의견까지 주고받는 외국과는 달리 우리는 처음부터 생각이 비슷한 부류가 커뮤니티를 결성하고 정보를 공유한다는 것이다. 그러다가 예민한 이슈가 터지면 SNS를 중심으로 결집하는 모습을 보인다. 가수 타블로의 ‘스탠퍼드대 졸업 학력’ 진위 논란을 촉발한 누리꾼 모임 ‘타블로에게 진실을 요구합니다(타진요)’가 대표적이다. SNS의 사회적 역할은 국가나 시대적 상황에 따라 달라질 수밖에 없을 것이다.

정성희 논설위원 shchu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