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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율 급락에 車-전자-수출中企 ‘어쩌나’

입력 | 2010-10-06 03:00:00

현대차 “환율 10원 떨어질 때마다 2000억씩 손해”
여행업계는 반색… 내수업종도 수입물가 하락 기대




최근 달러화에 대한 원화 환율이 급락하면서 자동차, 전자 등 수출 주력 업종은 비상이 걸린 반면 내수업종은 반색하고 있다.

5월 25일 1272원으로 연중 최고치를 찍었던 원-달러 환율은 4일 달러당 1120원대로 떨어졌다. 5일 원-달러 환율은 전날보다 8.40원 오른 1130.70원에 거래를 마쳤지만 수출기업들은 채산성에 결정적인 타격을 가할 환율분기점으로 꼽히는 달러당 1100원 선이 붕괴될 가능성에 노심초사하고 있다.

수출 비중이 높은 현대·기아자동차그룹은 환율이 1110원 이하로 떨어지면 경영 계획을 처음부터 다시 짜야 하고, 900원 이하로 떨어질 경우 원가구조가 흔들릴 상황이다. 현대차는 국내 생산 물량의 55%, 기아차는 65%를 수출하고 있다. 현대차 관계자는 “환율이 10원씩 떨어질 때마다 2000억 원씩 손해를 보게 된다”며 “환율 영향에서 좀 더 자유로워지도록 제조공장의 현지화 전략을 전개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전자업종의 경우 국내 생산 의존도가 높은 냉장고, 에어컨, 세탁기 등 백색가전 부문의 타격이 예상된다. LG전자 관계자는 “해외 생산 비중이 높은 TV와 휴대전화는 환율이 내려도 괜찮지만 백색가전은 환율이 올라야 이익이 난다”고 말했다. 대우일렉트로닉스 관계자는 “하반기 환율 하락이 예상돼 연초에 세운 사업 계획을 6월에 수정했다”고 밝혔다.

키코(KIKO)로 홍역을 치른 중소 수출업체들은 비상이 걸렸다. 환율 변동에 대한 예측이나 대처 능력이 대기업보다 떨어지기 때문이다. 2008년 키코에 가입했다 300억 원의 손실을 봤던 인천의 한 전자부품 수출업체는 지난달 매출액이 전년 대비 20% 떨어졌다. 수출이 전체 매출의 80%를 차지하는 이 회사 관계자는 “환 헤지 상품에 들고 싶어도 키코 사태 이후 은행의 이야기는 믿을 수가 없다”고 말했다.

반면 대표적인 환율 하락 수혜 업종인 정유, 항공, 여행업계는 원화 강세를 느긋하게 바라보고 있다. 유통업, 음식료업 등 수입 물가 하락에 따라 이익을 보는 내수 업종도 마찬가지다.

대한항공은 환율이 10원씩 떨어지면 이익이 540억 원 증가하고, 아시아나항공은 68억 원 오른다. 최근 환율이 떨어지면서 당장 해외 여행객도 크게 늘어나는 추세다. 그러나 환율 하락으로 수출 업종의 물류가 줄어들면 화물 부문 수익이 줄어들기 때문에 항공사들도 과도한 환율 하락은 경계하는 분위기다.

최근 ‘중국 여행객 특수’를 누리고 있는 여행업계는 환율 하락으로 내국인들의 해외여행 선호 심리가 커지는 것을 반기며 겨울 성수기를 기대하고 있다. 정유업계와 원자재업계는 외화 부채가 많은 특성상 환율 하락이 순이익 증가로 이어지는 구조다.

수출기업들은 한국이 여러 가지 여건상 다른 나라와는 달리 외환시장에 적극적으로 개입하지 않을 것이라는 점을 우려하고 있다. 각국의 통화 갈등이 고조되는 시점에서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의장국으로서 드러내놓고 자국 통화 보호에 나서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내년도 사업 계획을 짜야 하는 시점에서 환율 변동성 때문에 난감해하는 기업이 늘고 있다. 한 대기업 관계자는 “계열사 특성에 따라 환율 변동에 따른 여파가 다르기 때문에 어떤 쪽이 좋다고 말하기는 힘들다”면서도 “환율이 너무 장기간 한쪽으로 치우칠 경우 기업들은 대처하기가 힘들어진다”고 말했다.

김희균 기자 foryou@donga.com

김현지 기자 nuk@donga.com

박승헌 기자 hpark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