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서머스 국가경제위원장 “11월 선거후 사임”… 경기부양 실패 ‘희생양 카드’?
빌 클린턴 대통령 때 재무장관을 지내고 하버드대 총장을 역임하기도 한 서머스 위원장은 오바마 정부 출범 때 재무장관으로 유력하게 거론됐지만 백악관으로 들어가 오바마 대통령에게 매일 경제브리핑을 하는 국가경제위원장을 맡았다. 서머스 위원장은 국가경제위원장을 1년 정도 한 뒤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의장을 맡을 것으로 예상됐지만 오바마 대통령이 벤 버냉키 의장을 재지명하는 바람에 할 수 없이 백악관에 더 남아야 했다. 건강보험개혁법안과 금융개혁법안이 발등의 불이 된 상황이어서 백악관을 비우기가 어려운 상황이 됐기 때문이다.
서머스 위원장이 올해 말에 백악관을 떠나기로 한 것은 하버드대 교수직을 유지하기 위한 개인적인 상황과도 무관하지 않다. 내년 1월까지 하버드대에 복직하지 않으면 학교를 2년 이상 비운 것이 돼 종신교수직이 취소된다. 서머스 위원장은 지난해 말 백악관을 떠나려고 했지만 오바마 대통령이 말리는 바람에 남게 됐다고 뉴욕타임스는 전했다.
11월 중간선거 후 차기 하원의장으로 유력한 존 베이너 공화당 하원 원내대표도 서머스 위원장과 티머시 가이트너 재무장관을 거론하면서 오바마 대통령에게 경제팀을 경질할 것을 촉구했었다.
한편 현재 9.6%에 달하는 높은 실업률에 오바마 대통령의 경제정책에 대한 유권자들의 불만이 고조되고 있는 상황에서 서머스 위원장이 사퇴키로 함에 따라 중간선거 후 대대적인 경제팀 교체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공화당의 승리가 유력한 11월 중간선거 후에 오바마 대통령은 새로운 경제정책을 위해 참모진도 대대적으로 개편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이미 지난여름부터 오바마 대통령의 핵심 경제 참모들이 줄줄이 옷을 벗어 대통령과 백악관에 함께 입성한 경제 참모 중에 남은 사람은 가이트너 재무장관밖에 없다. 피터 오재그 백악관 예산국장이 7월 초 사직한 데 이어 이달 초에는 로머 위원장도 물러났다.
경제 참모들의 잇따른 퇴진은 11월 중간선거에서 경제정책 심판을 모토로 내건 공화당의 선거 전략과 연관돼 있다. 대규모 부양책에도 불구하고 경기가 살아날 기미가 보이지 않는 상황에서 책임을 물어야 할 상황이라면 경제팀의 좌장 역할을 해온 서머스 위원장을 내보내는 길밖에 없다는 게 오바마 대통령의 판단이다.
워싱턴=최영해 특파원 yhchoi65@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