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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ood]노르웨이 마린 하베스트 연어 양식장을 찾아서

입력 | 2010-09-17 03:00:00

맛-영양-위생 만점… 현지서 한국식탁까지 3일이면 OK




깊고 차가운 바다 한가운데 최적의 상태에서 양식되고 있는 노르웨이 연어. 잠시도 가만있지 않고 물위를 뛰어다닐 정도로 활기차다. 3, 4일이면 한국인의 식탁에 오를 정도의 유통체계를 갖추고 있다.


 

한국 식탁에서 노르웨이 연어가 인기를 끌고 있다. 맛과 영양이 뛰어난데다 위생 상태가 뛰어나기 때문이다. 2009년 기준으로 총 5777t이 수입됐으며 특히 신선도가 높은 회나 초밥 등으로 먹는 냉장 연어가 2162t이나 수입됐다. 이는 국내 냉장 연어 시장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수치다. 국내 수입업체에서 훈제로 가공해서 판매하기 위해 수입하는 냉동 연어는 3500t 정도에 불과하다. 이에 따라 뷔페에서 연어 훈제로 먹는 것이 대부분이었던 연어가 한국인의 입맛에 맞춰 초밥, 스테이크, 소금 또는 간장구이, 찜, 샤부샤부 수프 샐러드 등으로 다양하게 개발되고 있다.

요리연구가 박현신 씨는 “연어는 어린아이들의 성장과 발육에 좋고 불포화지방산이 풍부하며 색깔이 예뻐 전 세계 요리사들이 가장 요리하기 좋아하는 생선”이라며 “구운 요리로 먹을 때는 바짝 굽지 말고 반 정도 익혀먹는 것이 맛있게 먹는 비결”이라고 말했다.

노르웨이 양어장에서 뛰어놀던 연어는 양식장에서 퍼 올려져 당일로 가공, 포장된 뒤 다음 날 아침 곧바로 대한항공 화물기편으로 오슬로에서 인천공항으로 옮겨진다. 이어 신속한 통관 절차를 마친 뒤 당일 오후 대형 마트를 통해 공급되기 때문에 노르웨이 양어장에서 한국 가정의 식탁에 오르기까지 유통기간이 3, 4일에 불과할 정도로 ‘맛의 기동력’을 갖추고 있다.

키 크고 늘씬한 이른바 ‘북유럽 미인’들도 최근 들어 연어초밥과 스테이크 등을 즐겨 먹고있다.

연어는 모천을 떠나 바다에서 성장한 뒤 다시 태어난 곳으로 돌아와 알을 낳고 일생을 마치는 태평양 연어와 양식인 대서양산으로 구분된다. 요즘 정체불명의 자연산 회보다는 믿을 수 있는 양식 회가 더 미더운 것처럼 연어의 경우 양식이 되레 자연산 연어보다 더 믿을 만하다는 것이 수산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노르웨이 연어는 대서양산으로 양식장의 대부분이 수온이 섭씨 13∼15도인 차고 깊고 맑은 바다에 자리 잡고 있는 데다 생산에서 제품 포장까지 철저한 품질관리가 이뤄지기 때문에 미식가들과 호텔 요리사들에게 맛과 품질이 우수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2일(현지 시간) 노르웨이 중부 트론하임에서 배와 택시로 3시간을 달려 도착한 히트라 섬의 마린 하베스트 울반 가공 공장과 양식장. 세계 최대의 수산물 양식회사인 이 회사는 노르웨이 칠레 캐나다 스코틀랜드 등 4곳에 거점 양식장을 두고 있으며, 이 회사 연어 생산량의 30∼40%를 이 지역에서 출하하고 있다. 이 일대 바다의 수온이 섭씨 13도로 연어 양식에 적합한 최적온도인 데다 물결이 잔잔해 연어가 스트레스를 받지 않는 서식 환경을 두루 갖추고 있기 때문.

기계 소리가 요란한 가공 공장에서는 양식장에서 연어가 도착한 뒤 완제품 포장까지 전 과정이 자동화돼 있고, 지느러미 등을 발라내는 마지막 공정은 로봇으로 처리할 정도로 첨단설비를 갖추고 있었다. 도착하자마자 찬물에 몸을 식힌 뒤 머리가 제거된 연어는 피뽑기-내장 발라내기-선별-포장-얼음 채우기-포장 등의 과정을 거쳐 순식간에 전 세계 식탁에 오를 준비를 마쳤다. 회사측은 취재진에게 위생복과 모자 덧신 등을 입힌 뒤에도 중간중간 4, 5번이나 추가로 더 손발을 소독할 것을 요청할 정도로 위생관리에 신경을 쏟고 있었다.

다양한 상태로 가공되고 있는 연어. 5.5∼6kg짜리 성어(①)가 가공공장에서 머리내장 등이 제거돼 수출용으로 포장되고있고(②) 초밥 등으로 만들어져 식탁에 올랐다.(③)

가공공장에서 다시 배를 타고 45분여를 달려 바다 한복판 야트막한 섬들이 병풍처럼 둘러싸고 있는 양식장에 도착했다. 총 100만 마리를 양식하고 있는 대형 원형 가두리 8개가 그림처럼 펼쳐진다. 1kg을 4인분, 성어 1마리를 20인분으로 간주하니 2000만 명 분에 해당하는 엄청난 양이다. 지름 50m에 깊이 50m의 가두리를 참지 못해 기운차게 약동하고 있는 연어의 모습에서 힘찬 생명력이 느껴졌다. 연어가 스트레스를 느끼지 않도록 물 97%, 연어 3%의 밀도를 유지하고 있으며 먹이 부유물이 바다를 오염시키는 것을 막기 위해 먹이를 컴퓨터로 조절하고 있다. 그래서 그런지 엄청난 연어 가족이 사는 데도 1급 계곡물처럼 바닷속이 훤히 들여다보였다. 특수 청소 선박을 이용해 2주일에 한번씩 가두리를 청소하고 있으며 연어 비늘에 기생하는 이를 퇴치하기 위해 작은 고기를 넣어 주기도 한다. 가두리에서 가공 공장까지의 이동도 특별히 제작된 위생선박으로 옮긴다.

치어 상태에서 가두리에 풀어 놓은 연어는 15∼18개월이면 수확, 가공할 수 있는 5.5∼6kg 크기로 자란다. 마린 하베스트 이 지역 책임자인 크누트 우테임 씨는 “질병에 의한 집단 폐사가 가장 큰 문제이기 때문에 육종 상태에서 특수 칩을 활용해 우수 품종만을 선별해 교배시키며, 치어 상태에서 연어의 5가지 중요 질병을 예방할 수 있는 백신을 맞히고 있다”고 설명했다. 품질관리 매니저인 애닛 해머볼드 씨는 또 “한 달에 1kg씩만 살이 찌도록 철저하게 먹이양을 조절하면서 비용절감과 양식장 청결을 위해 가능한 한 식물성 사료로 대체해 나가는 추세”라며 수산물 시장에도 친환경 양식이 대세임을 강조했다.

우리가 무심코 먹고 있는 연어가 3, 4일 전 노르웨이 바닷속을 헤엄치고 있었다는 사실이 놀랍고 부러웠다. 연어에 이어 고등어 대구 킹크랩 등 노르웨이가 자랑하는 수산물도 본격적으로 한국 시장을 넘보고 있는 태세다. 우리 광어도 노르웨이 시장을 조심스럽게 문을 두드리고 있는 단계지만 넘어야 할 산이 높아 보인다.

오슬로·트론하임·베르겐=오명철 전문기자 oscar@donga.com

사진 제공 문덕관 씨 (스튜디오 램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