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연잉군은 천방지축 천재, 저와는 달라요."● 하루 수면 3~4시간 "졸려도 촬영하다 보면 잠이 깨요."● 2006년 뮤지컬로 데뷔, 출연작만 10여 편
MBC \'동이\'에서 모자지간으로 나오는 \'동이\' 한효주(왼쪽)과 \'연잉군\' 이형석 군. 사진제공 MBC
"어? 카메라 없이 그냥 적을 거예요?"
인터뷰를 하려고 녹음기를 켜니 실망한 눈치다. "엄마가 카메라로 찍어야 하니까 예쁜 옷 입으라고 해서 생일에 이모가 사준 옷도 입고 왔는데…" 카메라로는 사진만 찍고 인터뷰는 방송이 아니라 신문으로 나간다고 설명했더니 할 수 없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13일 MBC '동이' 촬영지인 경기도 용인 오픈세트장에서 만난 이형석 군(10)은 한 눈에 봐도 꼬맹이였다. 초등학교 4학년, 반에서 다섯 손가락 안에 꼽힐 만큼 작은 체구의 이 군은 낯선 기자와의 만남이 어색한지 몸을 배배 꼬고 딴청을 부린다.
▶어려운 한자 대사 "계속계속 외우고 상황을 알려고 노력해요."
-뭐하다가 왔어?
"학교 갔다가 집에서 쉬다 왔어요."
이날 이 군의 촬영은 오후 9시반부터 진행됐다. 촬영이 시작되지도 않았는데 이 군은 "어깨가 아프다"고 지친 기색이다. 연이은 촬영 때문인가 걱정했는데 "오늘은 촬영 분량이 적어 차 안에서 게임을 하면서 와서" 피곤한거란다.
-대본은 다 외웠어?
"네. 다른 것들은 다 찍어서 오늘은 좀 쉬워요. 대사도 두 개 밖에 없어요."
-한자 대사가 많지?
"네. 어려워요. 대본보고 항상 가지고 다니면서 계속 계속 외우고 상황을 알려고 노력해요. 한자는 감독님들하고 배우분들이 많이 알려주세요."
"근데 사극 말투가 어떤 건지 잘 모르겠어요. 대본에 써있는 말이 좀 어려워요. 그래서 자꾸 자꾸 보다보니까 대사가 잊혀지지가 않아요."
-기억나는 대사도 있어?
"대본을 보면서 이 대사가 괜찮다고 느꼈어요. 효주 엄마가 말해준건데 하늘이 누군가에게 귀한 재주를 주었다면 그건 다른 이의 재주를 모아주었기 때문이니 제 것이 아니라고요. 그러니 열심히 익히고 닦아 그걸 빌려준 힘없고 가난한 자들에게 다시 돌려줘야 한다고요."
대본과 한 글자도 틀리지 않고 줄줄 왼다.
-이 대사가 왜 좋았어?
"그냥 좋았어요. 기억하고 싶은 대사에요."
-한복 입으면 불편하지 않아?
"추석 설날에만 입었었는데 하루 종일 입어본 적은 처음이에요. 면 한복은 부드럽고 편한데 궐에서 입는 한복은 꺼칠꺼칠해서 따꼼따꼼해요. 그래도 입다보면 적응돼요."
"천재적이면서 좀 똑똑한데 아직 어리니까 천방지축 뛰어다니는 아이에요. 어른들이랑 있을 때는 얌전하고 똑똑한 것 같아요."
-그럼 형석이는?
"저는 그렇게 한자도 다 외우지 못하고 뛰어놀지도 않고 좀 다른 면이 있어요. 연잉군은 천재인데 저는 공부도 그렇게 잘하는 건 아니고요. 그냥 빠지면서도 학교 애들 따라갈 수 있는 정도에요."
이 군은 활동 중에도 상위권 성적을 유지하고 있다. "3학년 때는 촬영이 많지 않아 한개 틀리고 다 맞았는데 지금은 촬영이 많아서 거의 1, 2개 틀린다"고 덧붙였다.
-잠은 많이 자?
"촬영 없는 날은 그래도 푹 자는데 있는 날은 거의 못자요. 많이 자면 3~4시간 자요. 힘든데 (촬영) 하다 보면 잠이 깨서 괜찮아요."
-연잉군이 나오면서 '동이' 시청률이 많이 올랐어.
"사람들이 저 때문에 시청률 올라갔다고 하니까 알고 있어요. 기분 좋아요."
SBS 창사 20주년 기념 대하드라마 '자이언트'와 시청률 경쟁을 하던 '동이'는 지난달 말 연잉군이 합류하자 5% 이상 시청률이 뛰어올라 월화 드라마 왕좌 자리를 굳혔다. 덕분에 이 군은 촬영장에서 '복덩이'로 통한다.
-효주 엄마랑 진희 아빠도 잘해주시겠네.
"네. 둘 다 잘해줘요. 대사도 자주자주 맞춰주시고 잘해주시고 많이 챙겨주세요."
-먹을 것도 많이 사주셔?
"사 줄 시간이 없어요. 밥 먹을 시간도 없어요."
배우들이 음료수나 먹을 것을 주기도 하는데 그건 "매니저가 주는 것이지 배우들이 주는 건 아니"란다.
-얼마 전에 TV에서 봤더니 효주 엄마가 뽀뽀해달라고 하는데 안해주더라.
"(다른 곳 보면서) 쑥스러워요. 이젠 뽀뽀해달라면 해줄 수 있어요. 근데 여러 사람 앞에서는 못해요. 따로 해달라고 하면 해줄 거예요."
인터뷰에 동행한 이 군의 어머니 이진원 씨는 "형석이가 부끄러움을 많이 타는 편"이라며 "형석이가 나오는 드라마도 가족과 함께 못보고 몰래 숨어서 혼자 볼 때가 많다"고 말했다.
이형석 군은 '중용'과 '대학'을 독학한 천재 연잉군 역을 맡았다. 연잉군이 스승 김구선(맹상훈 분)에게 가르침을 받고 있는 장면. 사진제공 MBC
▶"사람들이 알아볼 때 가장 신나요."
-형석이는 언제 연기를 처음 했어?
"다섯 살 때요. 데뷔가 뮤지컬이었어요."
대답은 하고 있는데 눈과 손은 음료수와 사투 중이다. 빨대로 얼음 꺼내기 성공. 입에 얼음을 쏙 넣고는 씩 웃는다.
"형석아, 얼음 먹으면 말은 어떻게 해?"(기자)
"(얼음을 한 쪽 볼로 밀어 넣으며) 됐죠?"(이형석)
-뮤지컬이 하고 싶었어?
"그 땐 어릴 때라 잘 몰랐는데 재밌을 것 같았어요."
-해보니 어땠어?
"어릴 때라 목마도 태워주시고 잘해주셔서 좋았어요."
-그럼 형석이 노래도 잘하겠네?
"어린애라 노래는 없었어요. 연기만 했어요."
-그동안 어떤 작품들에 출연했어?
"뮤지컬은 '미스사이공' '모차르트' '형제는 용감했다' 드라마는 '하자전담반 제로' '잘했군 잘했어' '살맛납니다' '동이'요."
-힘든 적은 없었어?
"좀 힘들긴 했는데 하기 싫진 않았어요."
-졸릴 때는?
"졸릴 때 힘들긴 한데 그래도 계속 해야죠. 너무 졸릴 때도 있어요. 그러면 조금이라도 자고 해요. 조금만 자도 괜찮아져요."
-그동안 했던 뮤지컬, 드라마 중에 가장 좋았던 건 뭐야?
"다 재밌었어요. 거의 비슷비슷하게 다 좋았어요."
-다시 출연하고 싶은 작품도 있어?
"없어요. 다 좋았는데 이제는 커서 못 할 것 같아요."
-사람들이 많이 알아보지?
"네. 친구들은 제가 연기하는거 아니까 안 그런데 아줌마들이 많이 알아보는 것 같아요. '너 동이 연잉군 아니니?' 아는 체 하시고 잘 한다 하시고 그러세요. 그럼 고맙습니다 인사해요."
-싸인도 해달라고 해?
"제가 아직 싸인은 없어요. 싸인해 달라는 사람보단 사진 찍어 달라는 사람들이 더 많아요. 그러면 (손가락 브이하고) 이렇게 사진 찍어요."
-인터넷에서 형석이 이름 검색해봤어?
"네. 미니홈피 들어가려고요. 미니홈피에 들어가면 일촌 신청하는 사람들이 많아요. 모르는 사람들도 쪽지 보내요. 제 미니홈피에 많이 와주셔서 감사한데 저는 잘 못가서 미안해요."
이 군은 일촌 신청하는 누리꾼들을 모두 받아주는 편. 단 "도토리 달라고 조르기는 그만해 주세요. 사실은 저도 도토리가 없어요. 오히려 주셔야 할 판이에요"라고 부탁(?)했다.
-연기하면서 가장 좋은 건 뭐야?
"드라마하면 사람들이 잘해주시고 바깥에서도 많이 알아봐 주시고 잘한다고 해주시니까 기분이 좋은 것 같아요."
-가장 힘든 건?
"잠도 잘 못자고 학교도 잘 못가니까 애들이랑 못 노는 게 힘들어요."
이 군은 "잠자고 놀 때가 가장 행복하다"며 까르르 웃었다.
-형석이는 연기자 되기 전에 꿈이 뭐였어?
"의사, 화가 되고 싶었어요. 그림 재밌어요. 여름방학 때는 미술학원 피아노학원도 다녔는데 지금은 촬영 때문에 못 다녀요. 촬영 끝나면 다시 다닐 거예요."
-뮤지컬 배우도 했는데 가수가 되고 싶은 적은 없었어?
"노래를 못해요. 음치에요. 듣는 건 재밌어요."
요즘 가장 많이 듣는 노래는 가수 이승철의 '그 사람'. 10살짜리 꼬마답지 않은 선곡에 웃음이 나왔다. 기분이 상했는지 "윤도현, 이문세 노래도 좋아한다"고 정색한다. 거기다 아줌마들이 자주 듣는 '조영남 최유라의 지금은 라디오 시대' 애청자라는 자랑을 덧붙였다.
-만나고 싶은 연예인 있어?
"다~요. 어떻게 생겼는지 연기 잘하는지 한 번 다 만나보고 싶어요."
이 군은 "드라마가 끝나면 오랜만에 뮤지컬을 해보고 싶다"며 함께 출연하고 싶은 배우로 유승호를 꼽았다. 사진제공 아이앤아이
▶"내 연기는 70점, 효주엄마는 100점"
-'동이' 끝나면 제일 먼저 뭐 할 거야?
"졸린 게 없어질 때까지 푹 자고 애들이랑 축구도 하도 책도 읽고 동생이랑도 놀아주고 싶어요."
-형석이는 작년에 아역상 탔잖아. 올해도 탈 수 있을 것 같아?
"올해는 못 탈 것 같아요. 요즘에는 아역배우들이 다 잘하잖아요."
이 군은 2009년 MBC 일일드라마 '살맛납니다'에서 구어진 역을 맡아 충청도 사투리를 맛깔스럽게 소화해 아역연기상을 받았다.
-형석이가 보기에 형석이 연기는 몇 점인데?
"음… 80점? 아니 70점이요."
-그럼 '동이'팀 중에 100점 주고 싶은 사람은 있어?
"효주엄마요. 항상 잘한다고 느껴요."
-만약에 형석이가 아역상을 받으면 수상소감은 뭐라고 할래?
"동이에 출연하게 되서 인기가 많아진 거니까 감독님한테 감사하고요. 연기자분들 친절하게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동이 많이 사랑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저 앞으로도 좋은 연기 보여드리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이 군에게 커서도 연기를 하고 싶으냐고 묻자 잠시 주저한다.
"음…. 아직은 잘 모르겠지만 지금은 제가 연기를 잘 못해도 열심히 노력하고 최선을 다하는 연기자가 되고 싶어요."
김아연 기자ay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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