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학교 6학년 때부터 단짝으로 지내온 포크 듀오 재주소년이 4집 앨범을 발매했다. 데뷔 8년째를 맞은 재주소년(왼쪽부터 박경환, 유상봉)은 “처음 기타를 칠 땐 멋을 부리고 노래 부를 때 기교도 넣고 싶었지만 점점 군더더기를 없애다 보니 음악이 더욱 자연스러워졌다”고 말했다. 사진 제공 파스텔뮤직
유상봉(27) 박경환(26)으로 이뤄진 포크 듀오 재주소년(才洲少年)이 4집 앨범 ‘유년에게’를 발표했다. 제주에서 대학을 다닌 이들은 지역에 대한 애착을 표시하면서 음악적 ‘재주’라는 말을 연관시켜 듀오의 이름을 지었다.
2006년 3집을 낸 뒤 나란히 군에 입대한 이들은 지난해 발표한 미니앨범(EP)을 제외하면 4년 만에 정규앨범으로 찾아왔다. 유년시절의 아기자기한 추억을 ‘이 분단 셋째 줄’(2집)과 ‘귤’(1집)로 노래한 바 있는 재주소년은 아예 이번 앨범을 유년의 추억을 주제로 한 열두 곡으로 빼곡히 채웠다. 10월 2, 3일 오후 5시에는 서울 마포구 서교동 큐브릭에서 ‘이야기 콘서트’를 연다.
강렬한 전자음과 자극적인 가사를 내세운 노래들이 주류가 된 가요계에서 통기타 반주에 맞춰 소박한 가사를 담백하게 읊조리는 재주소년은 오히려 ‘튄다’. 제주 곳곳의 사진을 담은 음반 재킷의 영향인지 음반의 모든 트랙이 끝나갈 때쯤이면 제주 올레길 한 코스를 다 걸은 양 개운해진다.
어쿠스틱 사운드를 고집하던 이들은 이번 앨범에서 ‘벡(Beck)’과 ‘비밀의 방’ 등에 일렉트로닉 사운드를 넣는 ‘실험’을 했다. 유 씨는 “새로운 시도를 해보고 싶었다”며 “처음 뮤지션을 꿈꾼 것도 너바나와 메탈리카 같은 록·메탈 음악 덕분이었다”고 말했다.
‘소년의 고향’에는 어린이 6명의 합창도 들어갔다. “친한 형과 누나의 아이들을 섭외했어요. 차 안에 노트북과 마이크를 실어놓고 야외에서 뛰어놀던 아이들을 불러 모아 녹음했죠. 사실 그다지 노래를 잘하진 않아요. 박자도 제각각이고 한 아이는 혼자만 낮은 음으로 부르고요. 오히려 순수하고 즐거워 보이죠.”(박)
박 씨는 중학교 수학여행 때 처음 본 제주의 아름다운 풍광에 반해 2002년 제주대 철학과에 입학했다. 2년 뒤 유 씨도 제주에 내려와 한라대 생활음악과에 입학했으나 한 학기 만에 학업을 접고 서울로 돌아갔다. 이번 앨범 녹음은 유 씨가 제주로 내려가 박 씨의 기숙사에서 3주간 함께 지내며 마무리했다.
신성미 기자 savori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