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트렌드 생활정보 International edition 매체

세계 최고 인공지능 슈퍼컴퓨터 美 ‘미스터 왓슨’ 만나보니

입력 | 2010-09-14 03:00:00

사람처럼 신문-책 읽고 질문 뉘앙스까지 파악




왓슨은 복잡하고 불규칙적인 인간의 언어를 이해해 질문에 가장 어울리는 답을 말해주는 인공지능 프로그램이다. 최근에는 퀴즈쇼에서 사람과 겨뤄도 이길 수 있는 수준까지 지능이 발전했다. 왓슨 개발을 이끈 IBM 왓슨리서치센터의 데이비드 페루치 박사와 왓슨이 설치된 IBM의 ‘블루진’ 슈퍼컴퓨터. 사진 제공 IBM

《 “왓슨이 어떻게 생겼는지 외부에 공개하는 건 이번이 처음이에요.”

IBM의 마이클 로런 홍보담당 매니저는 8일(현지 시간) 미국 뉴욕 주 요크타운 IBM 왓슨리서치센터 1층의 스튜디오 공사장에서 이렇게 말했다. 세계 최고의 인공지능 컴퓨터 ‘미스터 왓슨’이 케이스를 벗고 구조를 드러낸 모습을 기자가 처음 봤다는 뜻이었다. ‘내부구조가 공개되면 안 된다’며 사진 촬영도 금지할 정도로 보안이 엄격했지만 겉보기엔 특이할 게 없어 보였다. 그저 수많은 전선이 연결된 대형 냉장고 다섯 대 크기의 대형 컴퓨터가 불빛을 번쩍거리며 작동하고 있을 따름이었다. 왓슨은 곧 ‘제퍼디’라는 미국의 인기 TV 퀴즈프로그램에 출연할 예정이다. 스튜디오 공사가 벌어진 것도 이 때문이었다. 제퍼디는 참가자들이 역사, 미술, 스포츠 등의 다양한 분야에 걸친 질문에 답하며 상금을 놓고 겨루는 퀴즈쇼인데 왓슨은 이번 가을에 여기에 출연해 기존 우승자들과 일종의 특별 토너먼트를 벌일 계획이다. 》

○ 퀴즈쇼 달인과 비슷한 정답 확률

왓슨은 이에 대비해 지난겨울부터 기존 제퍼디 우승자 일부와 비공식 경기도 벌여왔다. 로런 매니저는 “비밀유지계약 때문에 구체적 수치는 공개할 수 없지만 꽤 높은 승률을 올렸고 점점 나아지고 있다”고 귀띔했다.

제퍼디는 질문이 암시적이고 복잡한 게 특징이다. 예를 들어 이 쇼에서는 “브로콜리와 비슷한 흰색 채소는?”이라는 질문 대신 “폴란드에선 브로콜리의 친척뻘인 칼라피오르(콜리플라워의 폴란드어)를 먹는다”는 문제를 낸다. 그러면 사람들은 ‘콜리플라워’가 정답인 걸 깨닫는다. 하지만 ‘인공지능’을 꿈꿨던 기존의 수많은 컴퓨터는 이런 질문을 이해하지 못했다. 인간 언어의 복잡 미묘함 때문이었다.

이날 만난 왓슨 개발팀의 에릭 브라운 박사는 “왓슨은 다르다”며 왓슨이 ‘생각하는 법’을 ‘대외비’라 적힌 자료를 펼쳐놓고 설명하기 시작했다. 그는 최근 3년 동안 왓슨을 만들어 온 왓슨의 핵심 개발자 가운데 한 명이다.

왓슨은 우선 사람이 지식을 학습하듯 백과사전과 신문·잡지, 교과서와 소설 등을 읽는다. 그리고 사람이 지식을 쌓듯 읽은 내용을 스스로 분류한다. 예를 들어 ‘채소’는 ‘배추’나 ‘콜리플라워’와 연관이 있는 단어임을 통계적으로 추론하는 것이다. 이렇게 분류된 지식을 이용해 몇 가지 답안을 만든 뒤 각 답안의 정답확률을 다른 지식과 비교해 계산한다. 확률이 높을 경우 왓슨은 기계장치를 작동해 버저를 누르고 확률이 낮으면 멈칫거린다.

브라운 박사는 왓슨이 과거 어려운 문제에서 멈칫거리던 모습을 담은 비디오도 보여줬다. 그는 “왓슨이 답을 찾는 방식도 복잡한 계산을 순식간에 수십만 번 하며 이뤄지는 뛰어난 방식이지만 왓슨이 정말 대단한 건 정답일 가능성을 판단해 스스로 ‘자신감’을 갖고 ‘베팅’까지 한다는 점”이라고 말했다. 또 그는 “지금 왓슨은 예전보다 훨씬 높은 품질의 지식을 얻은 덕분에 제퍼디 74회 연속 우승자인 켄 제닝스라는 사람의 우승 확률과 비슷한 정답 확률을 갖고 있다”고 강조했다.

○ 왓슨이 할 수 있는 일

왓슨이 다른 컴퓨터와 다른 또 하나의 특징은 그 구조다. 일반적인 컴퓨터는 계산을 담당하는 ‘프로세서’와 정보를 저장하는 ‘저장장치’, 그리고 프로세서와 저장장치를 연결하는 임시 저장공간인 ‘메모리’로 구성된다. 왓슨도 이 구조를 갖고 있지만 사람처럼 빨리 응답하기 위해 프로세서로는 IBM이 개발한 세계 최고 수준의 슈퍼컴퓨터 ‘블루진’ 컴퓨터의 프로세서를 쓴다. 또 다른 컴퓨터라면 그저 ‘임시저장소’로만 사용하는 메모리를 약 10TB(테라바이트) 가까이 사용한다. 이는 최신 개인용 컴퓨터 2500대 분량이다. 사람이 모든 기억을 순간적으로 해내는 걸 흉내 내기 위해 대부분의 기억을 반응이 빠른 메모리에 올려둔 것이다. 브라운 박사는 “왓슨이 풀어내는 문제 하나를 최신 개인용 컴퓨터로 풀려면 한 문제에 2시간이 걸린다”며 “왓슨은 2∼3초에 푼다”고 말했다.

이런 왓슨의 능력은 앞으로 다양한 분야에 응용될 것으로 전망된다. 예를 들어 왓슨은 로펌에서 판례를 검토할 때 수많은 판례 가운데 적합한 판례를 순식간에 찾아줄 수 있다. 의사가 환자의 증상을 왓슨에게 말해주면 왓슨은 병명도 추론해 의사에게 말해준다. 기업의 고객센터에서 애프터서비스 문의를 받을 때에도 왓슨이 이를 대신할 수 있다.

요크타운=김상훈 기자 sanhkim@donga.com

::  미스터 왓슨 ::

왓슨은 IBM의 요크타운 왓슨리서치센터 1층에 설치된 슈퍼컴퓨터를 뜻하지만 사실은 복제를 통해 어느 컴퓨터에라도 설치할 수 있는 소프트웨어의 이름이기도하다. IBM 왓슨리서치센터가 2000년부터 시작해 온 질의응답 프로그램 개발 프로젝트를 2006년 시멘틱에널리시스(의미분석)팀의 데이비드 페루치 연구팀이 인수해 ‘딥QA’(Deep Question and Answer)라는 인공지능 프로젝트로 발전시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