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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이산가족을 상습적 앵벌이 수단으로 쓰는 北

입력 | 2010-09-13 03:00:00


북한 적십자회는 10일 이산가족 추석 상봉을 제의하면서 “북남 사이의 인도주의 협력사업이 활성화되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추석 이산가족 상봉은 남북 당국이 상봉 시기와 상봉자 수를 협의하고 생사 확인을 거쳐 대상자를 확정하려면 적어도 한 달 이상 걸린다. 지난해는 8월 28일 남북 적십자회담에서 합의하고 한 달 뒤인 9월 26일∼10월 1일 상봉이 이루어졌다. 북이 이산가족의 고통을 조금이나마 헤아린다면 이렇게 졸속으로 상봉 제의를 해서는 안 될 일이다.

북이 추석을 불과 열이틀 앞둔 시점에 이산가족 상봉 제의를 한 속셈은 뻔하다. 이에 앞서 북은 4일 수해지원 물자로 쌀 시멘트 중장비를 달라고 요청했다. 7일에는 한 달간 억류하던 대승호 선원을 석방했다. 북이 대남(對南) 유화공세를 취하면서 언급한 ‘인도주의 협력사업’은 남한의 대규모 지원을 뜻한다. 북은 작년 추석 이산가족 상봉 때도 쌀 지원을 요청했다. 이산가족을 줄곧 앵벌이용으로 이용한 것이다.

북이 인도주의를 말하려면 천안함 무력도발을 인정하고 사죄해야 한다. 북은 작년엔 “6자회담은 죽었다”고 하더니 올해 5월 국제합동조사단의 천안함 사건 조사 발표 후 다시 6자회담 카드를 들고 나왔다. ‘도발 후 대화 요구’라는 상투적 술책으로 천안함 사태를 넘어갈 수는 없다.

해마다 3000명이 넘는 고령의 상봉 신청자가 세상을 떠나고 있다. 북의 필요에 따라 찔끔찔끔 하는 소규모 상봉은 근본적인 해결책이 못 된다. 1988년 이후 상봉 신청자 12만8000여 명 가운데 4만4000여 명이 사망했다. 생존자 8만여 명을 매년 1000명씩 만나게 해도 80년 이상 걸린다. 그런데도 북한은 지난해 겨우 100명 상봉을 내놓고 생색을 냈다.

이산가족 상봉을 정례화 상시화해야만 상봉자를 획기적으로 늘릴 수 있다. 단 한 차례 상봉 후 속을 태우는 이산가족의 재상봉도 필요하다. 국군포로와 납북자는 상봉이 아니라 우리가 당당하게 송환을 요구할 대상이다. 북이 국군포로와 납북자 문제에 성의를 보여야만 남북의 경색국면을 푸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북이 조금 유화적으로 나온다고 해서 우리의 원칙이 흔들려선 안 된다. 김대중 노무현 정부의 선례를 보더라도 북의 변화를 이끌어내지 못하는 정상회담에 매달릴 이유도 없다.